"말(이야기)은 생각을 정복하지만, 문자(글쓰기)는 생각을 지배한다."(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8쪽
편집자마다 ‘고유의 스타일’은 필수다. 이는 ‘아류’가 되지 않으려는 정신과 닿는다. ‘일류’가 되기 위한 몸부림은 허영처럼 보인다. ‘이류’, ‘삼류’의 콤플렉스가 묻은 자학은 소모적이다. 이류, 삼류보다 치명적으로 낮은 등급은 ‘아류’다. 창조적인 편집자가 되는 과정은 바로 ‘아류’를 극복하는 태도와 궤를 같이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남들 다 가는 길로 가지 않고 남들 다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재미없다. 다중에게 권위를 부여받은 스타일은 참고의 대상일 뿐이다. 좋은 편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들려주고픈 이야기다.-9쪽
지금도 매체 편집자들에게 ‘시대적 사명감’을 강조하는 논리들이 많다. 물론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일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매체의 편집자라면 윤리의식은 필수다. 잘못 행사되는 언론의 자유는 흉기이며, 공공의 적이다. 따라서 모든 편집자들은 공공선을 절대적으로 여기지는 않더라도, 사회정의에 관한 최소한의 상식과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아니다. 어쩌면 ‘사명감’이라는 말보다는 ‘상도의’라는 말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사명감’은 너무 무겁다. -21쪽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 땐 끝까지 밀어붙여라. 직속 상사나 주변의 반응에 기겁해 자기 의견을 스스로 죽이면 좋은 작품을 만들 기회를 잃는다. -171쪽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처럼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조지프 퓰리처)-255쪽
내가 가장 싫어하는 종결어미는 '~해야 한다'이다. 그런 투의 말로 강조하는 글을 볼 때마다 거부감이 치밀어 오른다. 왜 꼭 해야 하지? 안 한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나? 그게 맞다고 누가 장담하지? '~해야 한다'는 글은 대부분 훈계하고 가르치려는 경우가 많다. 그걸 알면서도 이 글에서는 '~해야 한다'를 남발했다. 딱히 여기서는 '~해야 한다' 이외의 대안을 찾기가 힘들었다. (중략) 읽어나가면서 수긍이 되면 고개를 끄덕거려보고, 이치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무시해버리기 바란다. -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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