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 SERI 연구에세이 66
최혜실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10월
장바구니담기


'스토리'는 허구로 구조화되기 전의 전체 줄거리란 의미로 서사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논의되어 왔따. 즉 기본골격으로 스토리가 있고 이를 플롯으로 꾸민 것을 담론으로 불렀다. 반면,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 장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야기하기', 즉 이야기에 참여하는 현재성, 현장성을 강조한 말이다. -18쪽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고, 철학은 개별적인 것에 내포된 보편적인 법칙을 추상적으로 제시한다. 그것은 일종의 논리로써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에게 지식을 주는 한편 삶의 구체성 속에 있는 진실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21쪽

구어는 당연히 의식주체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기능적 기억에 의존하며 전달과 더불어 사라지는 망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짧고 리드미컬하게 된다. 반면 문자언어는 텍스트에 뚜렷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구두성이 가지는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잠재적으로 무한히 팽창될 수 있다. 또 작가와 독자가 같은 구연공간 안에 있지 않으므로 소통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해석할 수 있도록 표준어, 문법 등 언어의 규칙을 엄수한다. 즉 텍스트 해독행위가 음성이나 몸짓이 아닌 문법에 의해 추상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말보다 글이 복잡하고 길며 추상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독도 청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호의 규칙에 의존한다. -74쪽

"쓰기는 추상을 기르는데, 추상은 사람들이 서로 논쟁하는 곳으로부터 지식을 분리해낸다. 쓰기는 아는 주체를 알려지는 객체로부터 떼어놓는다. 반면 구술성은 지식을 인간 생활세계에 파묻어 놓음으로써 지식을 사람들의 투쟁상황에 놓아둔다."(옹)-77쪽

최근 디지털 세대들의 언어변화는 구술성의 정신구조를 참 많이 닮아 있다. 우선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문장은 짧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추론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보다는 첨가적으로 진행한다. 객관적인 사실에 집착하기보다는 당시 상황에 자신을 감정이입하여 말하는 버릇이 있다.
물론 여기에 다른 점은 있다. 구술 사회에서는 지식이 보존되지 않았지만 디지털 사회에서 지식은 축적되고 보존된다. 인터넷의 가변성에 의해 지식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는 방식은 종래 불변의 구조를 지닌 지식과는 또 다르다. 이런 지식 축적의 방식은 가상놀이인간으로 하여금 구술 문화, 문자 문화와는 다른 정신역학을 낳게 할 것이다. -7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09-20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0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