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찬가 -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5월
구판절판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여기서 뛰어라. 여기에 장미가 있다. 여기서 춤춰라!"(헤겔, <법철학> 서설)

"좋았던 옛날 것들이 아니라 나쁜 새로운 것들로부터 시작하라."(베르톨트 브레히트)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보들레르)-8쪽

24-25
"역사적 경험에 귀 기울지 않는 의사(疑似) 자유민주주의자들 또는 가짜 자유민주주의자들에게 우리는 이들이 우상화하는 시장근본주의가 민주주의의 문맹의 한 형태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 오직 시장에만 의존하는 자는 누구든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결국 이와 함께 시장경제 자체를 파괴해 버리고 말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유일한 적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자체이다."(울리히 벡)-24-25쪽

33
"입으로만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치면 뭐 하냐. 가장 밑바닥에서 소외받고 고통당하는 비정규직을 나 몰라라 해서 어찌 민주노총이라 할 수 있냐. 지금 정규직이라고 천년만년 정규직 할 것 같나.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손잡고 싸우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정규직도 비정규직 신세가 되어 발목에 쇠사슬 차고 노예처럼 일하게 될 거다."(이소선 여사)-33쪽

"빈곤은 자신이 범하지 않는 범죄로 받는 형벌과 같다."(엘리 카마로프)-45쪽

"빈자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의 제도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면, 우리의 죄악이 크다 할 것이다."(찰스 다윈)-46쪽

부자들의 부는 그들 자신의 개인적인 노력 덕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부의 축적 뒤에는 공적․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에 무관심하고 세금내기를 아까워하는 부자는 부자의 자격도 품격도 없는 샤일록 또는 스크루지일 뿐이다.-47-48쪽

전 세계 민주주의국가의 입법이나 판례를 보면, 언론기관이 직간접적으로 불법도청에 관여하지 않았고, 도청의 내용이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으며, 공개를 통해 인격권이 침해되는 인물이 공적 인물이라면 도청내용의 언론보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 공적 인물도 프라이버시가 있지만 그의 언동이 공적인 중요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프라이버시는 언론의 자유에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52쪽

나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에게 죄회전하라고는 부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겠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시기 표를 구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며 우회전의 각도와 속도를 조정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안정감과 책임감 있는 우회전, 그리고 절제 있고 진중한 우회전을 하라는 말이다. 그렇지 못하고 강경진압과 처벌이라는 ‘5공식’ 해결방식에 의존한다면 꺼진 듯이 보이는 ‘촛불’은 다시 켜질 것이며, 그때 촛불은 ‘들불’이나 ‘횃불’이 될 수도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보노보들도 생태계 자체의 위기가 닥치면 자구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61쪽

왕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엎을 수도 있다.
(<정관정요> 위징의 충언)-61-62쪽

세상에는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법이 존재한다네.
인간을 위한 법과 물(物)을 위한 법이지.
뒤 놈은 도시와 함대를 짓지만,
끝내는 야수가 되어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다네.
(랠프 에머슨, ‘채닝 송가’)-62쪽

"민주주의가 어렵다면 직접민주주의는 더욱 어렵다."(노베르토 보비오)-65쪽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니체, <선악의 저편>)-76쪽

진보는 불리한 진실도, 불편한 진실도 모두 다 드러내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77쪽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장석남, ‘수묵정원9-번짐’-80쪽

진보진영은 진보의 문제는 단지 고상한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서민대중에게 밝혀야 한다. 서민들의 ‘욕망’을 폄하할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을 직시하고 진보적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그 충족의 전망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 인권, 공정, 평등, 복지, 연대 등의 가치는 바로 ‘밥’에 대한 문제라는 것, 즉 어떠한 방식으로 ‘밥’을 만들고 어떠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밥’을 나눠 먹을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을 쉽고도 실감 있게 전달해야 한다. -83쪽

한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고통받고 차별받을 때 ‘운동’은 필연적이다. 약자가 침묵하거나 포기할 때 그의 목소리는 체제에 반영되지 못한다. 고통과 차별 해소의 시작은 이를 사회 전체에게 알리는 데서 시작한다. 아무리 소수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반복적인 문제제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한편 인권은 ‘정치’의 문제이다. ‘정치’란 사회의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얼마큼을 어떠한 절차로 나눌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정글화해가는 한국에서 긴요한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약자에 대한 존중과 약자와의 연대가 사회원리로 자리잡는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어떠한 국가와 정부가 필요한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39쪽

"삼가고 또 삼가는 것[欽欽]은 본디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인 것이다." (정약용)-100쪽

집회의 자유는 집권세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사를 공동으로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현대사회에서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소수집단에게 그들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창구로서 그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집회의 자유는 소수의 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본권인 것이다. 소수가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될 때, 다수결에 의한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보다 정당성을 가지며 다수에 의하여 압도당한 소수에 의하여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 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인 것이다. (2003년 헌법재판소)-120쪽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마법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 속에 우리가 필요한 모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조앤 롤링의 하버드 강연 中)

소설 하나로 세계 최고의 부자반열에 오른 롤링이 ‘좌파’적 이야기까지 하니 아니꼬운 호사를 부린다고 반응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하버드 졸업생은 결국은 미국과 세계의 ‘지배계급’의 구성원이 될 것인데 그런 훈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라고 냉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롤링 같은 부자나 진보와 인권을 위해 뛰는 하버드 졸업생 같은 젊은이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들을 비꼬기만 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또는 내 이익에나 충실하자며 세상 일에 관심을 끊는 사람보다는 이러한 ‘위선’과 ‘가식’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물론 이들에게는 ‘위선’과 ‘가식’없이 삶 자체가 진보의 근거가 되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연대는 필수적이다.)-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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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6-2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올리시는군요...ㅎㅎ 빨리 구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마늘빵 2009-06-25 20:49   좋아요 0 | URL
원래 안사려고 했는데, 지인이 이 책을 사고서 제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말해줘서 읽게 됐어요. 제가 궁금했던 부분은 이 책의 닫는 글에 있는데, 본문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2009-06-20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