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품절


"괴물이나 도깨비처럼 생긴 사람들만 악행을 저지른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관타나모는 악 그 자체입니다. 관타나모는 기소도 하지 않고, 어떤 재판절차도 없이 단지 어렴풋한 혐의만으로 사람을 5년 이상이나 가둬두는 곳입니다."-47쪽

내가 만난 많은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미국으로 팔려왔다고 주장했다. 9.11 이후 벌어진 전쟁 와중에,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수천 장의 전단을 살포했다. 누구라도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을 신고하면 5,000달러에서 25,000달러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하루에 82센트)인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해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26,036달러였다. 만약 그 현상금을 미국인들의 소득 비율로 환산하면 2백만 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인이건 미국인이건 83년을 뼈 빠지게 일해야 그만한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71-72쪽

아프가니스탄 수감자인 압둘 마틴은 카시오 시계를 차고 있다가 체포된 과학 교사였다. 마틴은 누군가가 자신을 억류하고 있는 사유서를 쓰면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틴이 적 전투원 지위 재판을 받을 때 미군 재판관은 그에게 ‘악명 높은 카시오 시계를 소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76쪽

금빛 찬란한 에스컬레이터와 유리로 만든 엘리베이터가 있는 <카불시티센터>라는 수백만 달러짜리 거대한 쇼핑몰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곳은 부유한 유럽인과 미국인, 그리고 해외에서 온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첨단 전자제품, 명품 옷, 보석, 스위스 시계, 골동품을 사느라 분주했다. 유일하게 통용되는 화폐는 달러였다. 연말이 가까운 때라 크리스마스 세일 간판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압도적으로 무슬림이 많은 나라에서 그것들은 꽤나 이상해 보였다. -162쪽

유엔 인권위원회는 1980년대 소련군 침공의 잔재인 약 천만 개의 지뢰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깔려있다고 추정한다. 이후 대략 8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그 때문에 불구가 되었다. 유엔 아동기금은 지뢰 폭발 때문에 하루에 20~25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고, 그 결과로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4%가 불구가 되었다고 추정한다. 아프가니스탄 어디에 가든 목발이나 휠체어에 의지한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63쪽

듀로코빅은 2001년에 있었던 도시에서(그렇지 않은 도시들과 비교하여) 폭격에 노출된 사람들의 우라늄 잔류량을 연구했다. 듀로코빅은 심하게 폭격을 받은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소변 속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 사람들의 20~200배나 높은 우라늄 집적량을 일관되게 발견했다. -165쪽

픽티아주에 사는 이사둘라는 자기 아내가 온몸에 멜론 크기의 종양들로 뒤덮인 아이를 출산했다고 말했다. "그 징그러운 붉은 종양으로 뒤덮인 내 아이를 봤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왜 자기들이 이 나라에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 만약 내가 미국인 아이에게 이런 짓을 했다면, 그 아이의 가족이 내 눈알을 빼낸다 하더라도 나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166쪽

미라키는 아프가니스탄 사로비에 살고 있는 한 젊은 여자의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이 출타 중이었을 때 미군병사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수색하고 ‘심문’을 하겠다며 그녀를 미군기지로 데려갔다. 이웃들이 남편에게 이를 알렸고, 그가 아내를 찾으러 미군기지에 갔을 때 그녀는 그곳에서 집단강간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은 그녀를 더 이상 자기 아내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미라키에게 말했다. 그녀는 친정으로 갔고, 며칠 뒤에 자살했다.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많은 강간사건들이 문화적 금기 때문에 보고되지 않은 채 덮어진다고 추측한다. -235쪽

이상한 건 수감자들을 고문하는 미군이다. 이상한 건 수감자 하나당 5,000~25,000달러를 ‘보상금’으로 주었던 일이다. 더 이상한 건 금전적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현지인들의 고발내용을 먼저 조사하지도 않고 사람들을 잡아온 미군이다. 이상한 건 기소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5년 이상 억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건 자살한 수감자들의 시신을 고향에 보내기 전에 조직을 제거한 미군이다. 이상한 건 팔십 먹은 노인을 ‘적 전투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상한 건 미군병사들이 코란을 똥통에 던지는 동안, 행정부가 미국 헌법에 대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250쪽

"만약 미국인들이 무슬림과 나란히 앉아 서로를 알게 된다면, 우리가 얼마나 닮아있는지 발견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가족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우리는 전망이 있는 미래를 바랍니다."-257쪽

미국 정부의 문제는 그들의 결정이 꼬여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탐욕에 이끌려 움직인다. 그들은 자신의 위장을 좇고, 석유를 좇고, 돈을 좇는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 고통당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다. 처음 미국인들이 왔을 때 우리는 무척 기뻤다. 러시아의 강점시기부터 우리는 그들을 친구라고 여겼다. 그러나 폭탄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난한 나라에 남아있던 모든 것을 산산히 부쉈고, 혐의도 증거도 없이 우리를 감옥에 가두었다. (중략) 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악이라고 불러야 할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미국인들과 탈레반이다.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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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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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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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5: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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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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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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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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