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위험한 일본학'에 무게가 실렸는데, 펼치고보니 그보다는 '기타노 다케시'쪽으로 확 기운다. 기타노 다케시란 인물에 대해선 잘 몰랐고, 지금도 이 책 한 권 읽은 것 외에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저자 소개란에 보면, 기타노 다케시는 47년생으로 페인트공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학에 들어갔으나 학생운동을 하다 중퇴했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봤으며, '투 비트'로 데뷔해 개그맨으로 유명해졌다. 영화 배우로도 활동했고, 내친김에 감독까지 했는데 '개그맨'으로보다 '영화 감독'으로, 또 '독설가'로 지금은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듯 하다.  

  불행의 원흉 '20세기의 100인' 세계편과 일본편으로 나누어 냉소와 풍자, 역설 등을 이용하여 독설을 퍼붓고 있는데, 이 사람이 쓴 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굉장히 위험하다. 그가 개그맨이며, 또 독설가라는 걸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기타노 다케시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다보니 나도 읽다가 '응?!' 하고 멈추게 될 때가 있다. 러시아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북방 영토에는 온천 밖에 없고, "생선도 일본의 어부가 잡는 것보다 러시아 어부가 잡은 걸 사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힐지 모"르니 북방 영토는 필요없다는 주장은, 러시아에선 박수를 받고, 일본 우익들에겐 욕을 바가지로 먹을 발언이다.

  일본 아이돌을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 등지로 수출해서 문화 침략을 하자는 주장(이건 매우 약하다), 제 역할 제대로 못하고 세금만 잔뜩 먹는 대사관도 민영화하자는 주장, 버스납치를 못하게 17세 청소년은 버스에 태우지 말자는 주장, 일본 해산, 오키나와 독립운동, 자식 판매법 등 현실 비판인지 개그인지 헷갈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정쩡한 표정을 짓게 된다. 

 아무래도 '불행의 원흉'에 촛점을 맞춘 탓에 우울하고 슬픈, 때로는 화도 나는 그런 소재들만 다루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기타노 다케시의 풍자와 개그 사이에서 오늘날의 일본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상당수는 십년 전 일본에서 일어났던 것들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의 불행한 사건들이 일본을 압도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많이 같고도 다른 일본을 '까는' 영화인 겸 개그맨 겸 독설가의 입을 통해 일본을, 그리고 다시 한국인의 눈으로 이곳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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