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품절


"세상과의 연애를 통해서 제가 깨우친 바가 있다면 삶의 의미는 끊임없는 배움에 있으며, 그 배움은 공경하는 마음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더 자세하게 살피자면 배움은 다름 아닌 공경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 앞도 뒤도 알 수 없는 막막한 세월 속에서 구원도 해탈도 아닌 막막한 걸음걸이, 우리는 모두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막막함을 함부로 제 멋대로 제 편한 것으로 바꾸어버리지 않고 그 길을 끝까지 가는 것, 모든 공부는 입을 틀어막고 우는 울음 같은 것입니다. (이성복, <세상과의 연애>)-20쪽

‘고귀한 자’는 고전을 통해서 자신의 의무를 상기할 필요가 있고 ‘나약한 자’는 자신의 처지를 극복할 용기를 얻을 필요가 있다. -29쪽

지금까지 우리의 인격을 형성해온 책읽기란 대개는 순응하고 따르는 책읽기라기보다는, 무언가에 반하고 맞서는 책읽기였다. 즉 이제껏 우리가 책을 읽어온 것은, 마치 세상과 등지듯 현실을 거부하고 현실과 대립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때론 우리가 현실 도피자처럼 여겨지고 현실마저 우리가 탐닉하는 독서의 매력에 가려져 아득해질지언정, 어디까지나 우리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도망자,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탈주자인 것이다. 모든 독서는 저마다 무언가에 대한 저항 행위이다.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문학과지성사, 103-104)-30쪽

어떤 책을 ‘작품’으로 간주하는 건 간단히 말해서, 그걸 산출한 ‘주인’ 혹은 '아버지‘로서의 저자를 상정하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작품 읽기의 목적으로 삼는 태도다. 따라서 신학적이며 형이상학적 태도다. 반면에 어떤 책을 ‘텍스트’로 간주하는 건(‘교재’란 의미의 ‘텍스트’가 아니다.), 더 이상 그런 의미 작용의 중심으로서의 저자를 고려하지 않는 태도다. 그래서 ‘저자의 죽음’이다. 이건 반형이상학적이며 탕아적인 태도다. (바르트의 경우 中)-32쪽

문체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스타일인데, 스타일은 표준이나 규범으로부터 일탈된 자신만의 ‘독자적인 표현 방법’을 말하며 그래서 ‘품위’란 뜻도 갖는다. 즉 ‘스타일이 없다’는 말은 ‘품위가 없다’ ‘평범하다’란 뜻이 된다. 문체란 그러므로 ‘평범하지 않은 것’ ‘일반적이지 않은 것’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뜻한다. 그래야 눈에 띌 테니까. 다르게 말하면, 문체란 글쓰기에서 ‘무엇’이 아닌 ‘어떻게’에 주목하는 것이며, ‘달’이 아닌 ‘손가락’에 주의를 두는 것이다. 보통 작가로서의 자질이 말하는 ‘내용’보다는 말하는 ‘방법’에 있다고 할 때, 작가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 문체이고, 그의 손가락이다. -72쪽

내 삶과 내 글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 것도 아니다. 결국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 (김규항의 ‘문장론’ 中)-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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