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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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됨이 무엇을 뜻하는지 점점 더 모르게 된다. 『예언의 서』-7쪽

예를 들어 죽음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해 보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언어적 영역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정말 이상한 일일 것이다. (비트겐슈타인)-9쪽

죽음이 모든 생물,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든 네가 밟고 다니는 풀로부터 백 미터에 이르는 세콰이아덴드론 기간테움에 이르는 식물이든 모든 생물에게 똑같다면,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아는 인간을 죽이는 죽음과 그것을 절대 모르는 말의 죽음이 똑같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누에가 고치 안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문을 걸어 잠갔을 때, 이 누에는 어느 시점에서 죽는가? 하나의 생명이 다른 것의 죽음에서 태어나는 것, 누에의 죽음에서 나방이 태어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 둘이 같음녀서도 다른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아니면 나방이 아직 살아 있으므로 누에는 죽지 않은 것인가? (어항의 물 위를 움직이는 영이 초보 철학자에게 던진 질문)-95-96쪽

그 말(하나의 죽음에서 다른 것의 생명이 태어난 것을 변태라 부름)이 사물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사물에 붙이는 이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구나, 너는 사물이 진정으로 어떠한지는 절대 모를 것이다, 심지어 그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네가 사물에 붙이는 이름은 그저 이름, 네가 붙이는 이름에 불과할 뿐이니까. (어항의 물 위를 움직이는 영이 초보 철학자의 대답에 붙이는 말)-96쪽

정말로 죽음이라는 이름값을 할 만한 죽음, 그런 일이 일어날 때 그 이름을 말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 죽음에 비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말한 다른 것들은 아주 작고 하찮은 세목에 불과하지. 그러니까 죽음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로군요, 초보 철학자가 약간 불필요한 결론을 내렸다. 내가 말한 게 바로 그거다. 그래서 우리의 죽음이었던 것은 작동을 멈추었지만, 다른 죽음들, 동물과 식물의 죽음은 계속 작동을 하는 거다, 따라서 그 죽음들은 독립적인 거다, 각각 자기 영역에서 일을 하는 거다, 그런 말씀이죠. 이제 알아들었구나. 네. 좋아, 이제 가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라, 어항의 물 위를 움직이는 영이 말했다. -98쪽

memento, homo, quia pulvis es in pulverem reverteris (인간이여, 너는 흙이며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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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2-22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마구에 빠지셨군요^^ 정영목씨가 사라마구 책을 많이 옮기는듯. 저도 빨리 입문해야 하는데 ㅠㅠ

마늘빵 2009-02-23 09:08   좋아요 0 | URL
^^ 네, 근데 이제 그만 읽으려고요. 눈뜬자, 눈먼자, 이름없는 자,까지가 제일 좋았고, 동굴, 도플갱어도 괜찮았는데, 죽음의 중지까지 읽으면서 흥미가 조금 떨어진거 같아요. 나중에 읽지 않은 다른 책들을 읽을 기회가 있으면 그때 읽고, 이제 다른 책을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