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구판절판


"배우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논어>)-31쪽

"지금 배우는 사람들은 기억하지도 못하고 또한 언제나 단지 필묵이나 문자에 기대기 때문에 더욱 잊어버리게 된다."(주자)-35쪽

"마치 과일을 먹는 것과 같다. 처음에 과일을 막 깨물면 맛을 알지 못한 채 삼키게 된다. 그러나 모름지기 잘게 씹어 부서져야 맛이 저절로 우러나고, 이것이 달거나 쓰거나 감미롭거나 맵다는 것을 알게 되니, 비로소 맛을 안다고 할 수 있다."(주자)

"한 번 복용하고 어떻게 병이 나을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복용하고 또 복용하고 여러 번 복용한 뒤에나 약의 효능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주자)-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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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해한다, 타자를 이해한다. 우리말로 하면 역지사지, 바꿔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건데, 기본적으로 타자를 긍정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것은 내가 나의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를 열어서 타인을 받아들이거나 내가 나를 버리고 타인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자본주의 문화는 자아의 문화, 나르시시즘 문화죠.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이해만 따지고, 절대로 문을 열지 않고, 접촉은 이해관계가 통할 때만 하고, 그런 문화 속에서 자아라고 불리는 단단한 문의 폐쇄화가 끊임없이 일어나죠. 이럴 때일수록 껍질을 깨주는 상상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나는 예술이 수행하는 가장 위대한 인문학적 경험은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도정일, 최재천, <대담>, 휴머니스트, 2005, 31-32쪽)-85쪽

"반면 저는 그곳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의 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감옥에 갇힌 적도 없고 고문도 받은 일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는 알지도 못하고 평생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상의 어떤 생물과도 달리 인간은 경험하지 않고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타인의 아픔 공감하는 상상력이 세상 바꾼다’ <중앙선데이>, 2006.6.8)-87쪽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는다. 다시 말해 굉장히 천천히 읽는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앙드레 지드)-116쪽

빨리 하는 것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빨리 보는 것은 책 읽는 행위와 전혀 다른 것이다. 빨리라는 부사는 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나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을 수식하면 몰라도 말이다. 지은이(야마무라 오사무)는 빨리 읽기야말로 인생의 낭비라고 말하며 이런 독서법은 "매일, 매월 다량으로 책을 읽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는 평론가나 서평가에게나 유효한 것"이라며, 한 방 먹인다. (중략) 필요가 있어 책 읽는 것은 읽는다가 아니라 살펴본다 혹은 참조한다고 말해야 옳다는 것이다. (중략) 책이란, 읽으며 읽는 이 스스로 이해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해야 한다. -120-121쪽

"세상에는 천천히 읽을 수 없는, 천천히 하는 독서를 견딜 수 없는 책이 있다는 것인가. 물론 그런 책이 있다. 그러나 그런 책은 바로, 결코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 천천히 읽는 것, 이것이 첫 번째 원칙이며 모든 독서에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에밀 파게)-122쪽

"읽는 방식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전력을 다해, 시간을 들여, 거기에 채워 넣은 풍경이나 울림을 꺼내 보는 것은 바로 잘 익어서 껍질이 팽팽하게 긴장된 포도 한 알을 느긋하게 혀로 느껴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천천히 책을 읽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포도의 싱싱한 맛은 먹는 방법 하나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읽는 방법 하나에 책 자체가 달라진다. 즐거움으로 변한다."(나쓰메 소세키)

"살아가는 리듬이 다르면 세계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나쓰메 소세키)-123쪽

"내가 잠정적으로 정답이라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에 의해 내가 가진 정보의 양이 늘어나다 보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선가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화’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김두식)-138쪽

책 읽는 방법 가운데 기본에 해당하는 것이 ‘깊이 읽기’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한 권의 책을 감명 있게 읽었다 치자. 그러고 나면 이름하여 ‘독서의 후폭풍’이라 할 만한 일이 벌어진다. 그 책에 그치지 않고, 그 책을 쓴 지은이의 책을 더 읽고 싶어 하는 경우가 일어나거나,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 권으로 그치지 않고, 관련된 책을 두루 읽으니 정보와 교양, 그리고 지식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깊이 읽기라 한 것이다. 자고로, 좋은 책이란 그 책을 읽고 났더니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 하는 욕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다. 그리하여 책읽기에도 족보가 생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고 하는 식으로, ‘가’를 읽고 났더니 ‘나’가 보고 싶어졌고, 그것을 읽었더니 자연스럽게 ‘다’라는 책을 읽게 되더라는 것이다. -146-147쪽

(책읽기는) "더 적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더 많이 이해하는 상태로 스스로를 고양하는 것"(애들러)-173쪽

나는 대단히 좋은 소설이란 밤나무들의 그 바람소리처럼 이뤄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람소리가 어떧ㄴ지 아주 세세하고도 정확하게 기록해야만 하는 게 소설가가 할 일이라면 그걸 읽고 밤나무 잎사귀들의 움직임이나 바람소리가 아니라 우리 머리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해야만 하는 게 독자들이 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두고 그 기법이나 문체나 구조를 얘기하는 독자를 좀체 상상하지 못한다. 그건 문학관련 종사자들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좋은 독자라면 소설가가 어떻게 바람소리를 생생하게 묘사했는지보다는 그 바람소리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상상할 수 있었는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소설은, 가끔 이럴 경우에 삶처럼 위대해진다. (김연수, '꿈이 있기에 자존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187-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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