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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뭐예요? ㅣ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4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이효숙 옮김, 레미 쿠르종 그림 / 상수리 / 2008년 8월
평점 :
얼마 전에 상수리 출판사의 '철학하는 어린이' 시리즈 <함께 사는 게 뭐예요?>를 극찬하는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출판사에서 나온 나머지 다른 책들을 보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그때 봤던 <함께 사는 게 뭐예요?>에 이어 두번째로 접한 책인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검색해보면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두 권이 더 있는데 이것도 마저 읽고 싶다.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네 권의 글쓴이는 모두 철학 박사이자 교육자라고 소개되어 있는 오스카 브르니피에 라는 사람이고, 그린이만 다르다. 지난 책의 그림과 다른 이번 캐릭터도 귀엽다.
이 책을 가볍게 음미하며 읽는다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한 쪽만 가지고 하루를 읽을 수도 있다. 왜냐면 이 책의 텍스트는 철학적 질문으로 가득하니까. 그 질문 하나에 멈춰서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답을 내놓으려 하면 하루 종일 걸릴 수도 있다. 먼저, 나는 다른 단행본 책을 읽듯이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지난 번 책으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 텍스트가 채워져있을 거란 걸 알기에 이번엔 그 내용을 미리 머리 속으로 떠올려보며 읽었다.
'예술이 뭐예요?' 라는 커다란 질문 아래 목차는 어떤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을까를 생각해보았고, 또 목차를 눈으로 확인한 뒤엔 각각의 제목 아래 어떤 물음들로 채워져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예술이 뭐예요?' 라고 물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 아름다움은 절대적일까 상대적일까, 우리는 무엇을 두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할까, 예술은 아름다움과 어떻게 다를까, 예술은 왜 하는 것일까, 예술은 행위하는 것일까 감상하는 것일까, 등의 생각이 떠올랐고, 그것을 각 목차에 끼워보았다.
분명 이 책은 집필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다. 읽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지만, 각각의 물음으로부터 다른 물음으로 이어지는 맥락과 줄거리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열되어 있는 각각의 물음은 모두 바칼로레아 논술 감이다. 하나씩 질문을 던져주고 하루 종일 생각하고 서술할 시간을 주어도 될만큼 일상적이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아무 곳이나 펼쳐놓고 물음 하나를 골라보자.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점을 발견하면 그를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할 건가요?" 당장 할 수 있는 내 대답이다. "......"
어른들에겐 '애들 그림책'으로 보일 것이고, 애들에겐 글이 별로 없고 귀여운 그림이 많은 '그냥 그림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내겐 대답은 해주지 않지만 고민을 끊임없이 떠안겨주는 재밌는 철학책으로 보인다. 첫 물음으로 시작된 고민은 책장을 넘기며 이어지는 물음을 접할수록 실마리를 찾아간다. 물음과 물음과 물음과 물음과 또 계속되는 물음으로 구성된 텍스트는 대답을 주지 않고 계속되지만, 각각의 물음을 이해하면서 넘어간다면 스스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훗날(?) 애가 생기면 이런 식으로 교육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