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이란 어떤 일인가 - 기획의 발상부터 인간관계까지
와시오 켄야 지음, 김성민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2월
품절


편집자의 머리에 떠오른 기획이 저자의 두뇌를 통과한다. 그럼녀 누에가 실을 분비하듯 저자는 글을 뽑아내기 시작한다. 집필을 뜻한다. 그런데 글만으로는 명주실이 될 수 없다. 분비물을 모아 가공하고 처리해야 비로소 명주실이 완성된다. 편집공정이란 저자라는 누에를 발견하고 분비된 것을 명주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저자를 누에 취급해서 실례짐나 양질의 누에 없이는 양질의 명주실을 얻을 수 없다. 가공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획과 저자는 세트다. 한몸이다. 그래서 뛰어난 저자를 발견하는 능력도 기획력에 들어간다. -63-64쪽

인터넷은 과거의 정보를 정리한 데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지식을 축적한 데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짜내려 하는 누에에서 어떠한 명주실이 나올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누에에 따라 달라진다. 더군다나 성격도 행동양식도 모두 다르다. 기획이란 그러한 누에를 상대해야만 하는 일이다. 편집자가 발로 뛰는 걸 귀찮아하고, 호기심도 희박하며, 생산 현장을 겁낸다든지, 저자가 오타쿠화하면 기획은 당연히 무미건조해지고 만다. 오늘날 있으나마다g나 책이 홍수를 이루는 배경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72쪽

원고를 읽을 때는 다음 사항을 늘 염두에 두자.

-의미가 있다. 학문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임팩트가 있다.
-화제성이 충분하다. 사회의 반향을 기대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읽힐 만한 근원적 주제를 다룬다.
-신선한 주제, 새로운 접근방식, 새로운 발상.
-저자가 대중성이 있다.
-오랜 세월을 들인 역작이다. 귀중한 자료를 발견했다.
-문장력이 뛰어나다. -125쪽

넘치는 것은 지우고 모자라는 것은 채우도록 요구한다. 말할 것도 없이 어디까지나 편집자의 시점에 서서다. 이미 말했듯이 저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자를 잊어버리는 존재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책을 사주는 독자보다 증정하는 동업자 쪽으로 눈이 가게 마련이다. 넘치는 부분은 동업 경쟁자에 대한 경쟁심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점(주장)과 독자가 흥미 있는 부분이 다른 사례도 많다. 편집자는 그 양쪽을 볼 줄 안다. 저자의 의견도 이해한다. 동시에 독자가 그 책을 내동댕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편집자의 실력이 요구된다. 어느 장은 빼자, 라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저자는 한번 완성된 원고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저자의 씁쓸한 얼굴을 보면 편집자도 마음이 약해지지만 타협은 금물이다. -133-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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