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게 뭐예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2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이효숙 옮김, 프레데릭 베나글리아 그림 / 상수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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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누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철학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대답했다. "철학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같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나는 다르게 대답한다. 대개 이 질문에 대해 몇 가지의 대답을 가지고 있지만, 그때 내키는대로 대답을 하곤 한다. 어떨땐 대답을 미리 생각해두고 있다는 사실이 싫을 때도 있어, 다른 새로운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어쨌든, 철학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철학은 탈레스부터 시작해서 매킨타이어와 싱어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뭐라고 말했는가, 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철학자들의 사고를 빌려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들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뛰어난 인식과 사고를 훔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내용물은 단지 재료에 불과하다. 철학은 그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상수리 출판사에서 'What' 시리즈를 냈다. 철학 동화다. 아니 철학 그림책이라고 해야 하나. 동화보다는 그림책에 가깝다. 이 책은 오스카 브르니피에 라는 철학 선생님이 만든 '철학하는 어린이'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철학그림책 생각보다 놀랍다. 어린이 책은 책장이 금방 넘어가지만 만들기는 힘들다. 작가는 많이 배운 사람이기 마련이고, 대개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다. 나이가 많고 많이 배운 사람은 쉽게 쓰기 어렵다. 그 자신의 학식을 자랑하고자 어렵게 쓰는건지 아니면 쉽게 쓰고픈데 정말 안써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 책은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쓰기 어렵다. 그래서 이 그림책이 놀랍다. '혼자 살고 싶나요' ,'언제나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나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언제나 동의해야 하나요', '우리 모두는 평등할까요' ,' 우리는 모두 일을 해야만 하나요', '함께 살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할까요' 등 보기만 해도 주제가 어렵다.

  마치 하나의 장문의 답변이 나와야 하는 논술 주제처럼 보이는 이 물음을 가지고 어떻게 조그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적절한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얇은 그림책이 여러 주제로 나뉘어져 대답할 공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상당부분이 그림으로 가득 차 있고, 문장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떻게 대답해줄 수 있을까. 그림책을 열어보면 알 수 있다. 하나의 짧은 줄거리를 가지고 적절한 질문과 대답을 섞어가며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우리(성인)가 어렵고 딱딱한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통해 얻는 그 상식들이 짧은 문장과 그림으로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매우 유쾌하게 재밌게 읽었다. '철학하는 어린이' 시리즈를 나오는 족족 다 보고 싶다. 이건 그냥 의례적인 찬사가 아니라 진심이다. 이런 그림책을 볼 수 있는 건 분명한 행운이다. 고작해야 위인전 시리즈물 정도가 읽을거리의 전부였던 내 어린 시절에 비하면야. 어린이가 철학을 할 수 있냐고 묻기도 한다. 어린이도 철학을 할 수 있다. 철학은 골방의 먼지 묻은 책 속에 들어있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못알아먹는 철학자들의 글이 아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그런 의미에서 철학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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