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CEO - 명화에서 배우는 창조의 조건 읽는 CEO 2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창의적인 사람인가? 나 자신이 창의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는 내가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대개의 많은 사람들은 사물이 보여지는 그대로를 바라보나 어떤 사람들은 '보여지는대로'를 넘어 그 사물에 자기 해석을 가함으로써 사물을 뒤집어보기도 한다. '수동적인 바람봄'이 아닌 '능동적인 바라봄'을 통해 사물이 가진 다른 속성들을 끄집어낸다. 창의성은 이로부터 나온다.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이자 사바나 미술관장인 이명옥에게 "예술은 일상이고, 업무이고, 여가다." 그녀 자신이 직접 창작 활동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그녀는 만들어진 작품을 새롭게 배치하거나 그것에 해석을 가하고, 때로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창의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기본 환경에 놓여있다.

  이 책의 주제는 '명화에서 보는 창조적 지혜'이다. '그림 읽는 CEO'라고 해서 나름 자기계발류의 상업적 흐름에 편승하고자 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책을 홍보하고 팔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기본적인 컨셉은 '명화를 통해 보는 창조적 지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술관에서 이런저런 작품들을 새롭게 배치하고 꾸미는 등 작업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여기 실린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하나의 주제로, 또 그 안의 여러 주제로 세분화시켜 분류하고 해설하는 일은, 또 하나의 창작 활동이다. 1부에서는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의 창의적 생각 기법을 벤치마킹하고, 2부에서는 예술가적 창의성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으며, 3부에서는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빌어 자신을 재창조한다.  

  그림에는 문외한인지라 여기 실린 그림 중 익숙한 것은 몇 되지 않는다. 나름 유명한 화가들이고,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일진대,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건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드> 정도뿐. 다른 몇몇 작품들도 어딘가에서 본 적은 있지만, 그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제대로(?) 감상해 본 바도 없기 때문에 '작품을 접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전시회에서 직접 본 이후 마그리트의 그림에 빠졌다. 어쩌면 그림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림 밑에 달린 마그리트의 한 줄 문장을 더 좋아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림만 내 앞에 놓여있었다면 나는 별다름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 아래 달린 한 줄 문장은 그림과 어우러지며 마그리트의 메세지를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이 책의 15쪽에 실린 <골콘드>는 명동거리 어느 건물 외벽에서 본 것 같다.

  책을 넘기다보면 화가들은 그림을 잘 그려서 유명해진게 아니고, 그림을 못 그려도 그림 안에 담긴 메세지나 그 기법이 독특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잡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자는 집시>라는 그림을 그린 앙리 루소라는 화가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한다. (<화가의 똥>을 그린 안찬홍도 마찬가지다.) 데생, 미술사, 원근법 등의 기초에도 무지했던 그가 세관일을 하며 나이 사십에 그림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끼리의 미술계로부터 왕따당하고 무시당하면서도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열정과 꾸준함, 그리고 창의력 때문이었다. 고갱은 "루소의 그림에는 진실이 있어, 미래가 있다고. 바로 여기에 회화의 진실이 있"다고, 피사로는 "느낌이 학습에 의한 기법보다 우월하다"고 말했다 한다. 실력이 아닌 표현 방식과 느낌이 작품의 기준이다.  

  살바도르 달리며, 앤디 워홀 같은 이들은 그림보다는 그림 외적인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유명해졌으나,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도 자기를 창조하고 가꿔나가는 하나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미켈란젤로와 같이 20미터 높이의 비계에 올라가 척추가 휘고, 관절염과 근육 경련, 안료로 인한 눈병까지 겪어가며 고된 작품 활동을 거쳐 순수하게 작품으로만 인정받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작품 외의 쇼맨쉽과 놀이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상업적으로 이용해 자신을 팔아먹은 화가들도 있다. 엄밀히 예술이 아닌 포장술의 달인이라고 불러야겠지만, 그들의 작품도 나름의 독특한 컨셉과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 실린 모든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꾸준히 공부하고 현실을 극복하고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이름을 날리고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오늘날 사람들에게 주목받기까지의 과정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 모두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시도하고 실험하고 그것에 자기 자신을 내던졌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꾸준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발전할 수 있다.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기 삶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보여지는 사물을 그대로 보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낸 창을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자기를 발견했고 탄생시켰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단지 누구나 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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