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리 예고했던대로 촛불시위를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지금 복귀했습니다. 더 있을까 생각했지만 함께 했던 분들에게 내일 아침 일정이 있는만큼 홀로 남기 뭣해서 함께 복귀했습니다. 알라딘 제이드님, 멜기세덱님, 승주나무님과 함께 했는데, 승주나무님은 초반에 사진을 찍느라고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시청쪽에 계셨는데 밤샘하신다고 합니다. 형수님께 허락받고 왔다고. ^^ 남은 셋은 경복궁쪽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가 그곳이 너무 단단히 막혀 광화문으로 빠졌는데, 광화문 일대를 전경들이 원.천.봉.쇄. 해놨더군요. 또. 아무도 집에 가지 못하게. 며칠전 '청계천 사건'을 교훈삼아 아예 지하도까지 막았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려고 광화문으로 향했던 우리는 분노했습니다.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아니 이것들이 또 집에 못가게하네. 그리하여 전경병력 약 30여명 대 시위대 30여명이 붙어 길을 뚫었습니다. 저도 앞대열에서 전경과 몸싸움을 하며 뚫었는데 그 과정에서 양팔이 무언가에 쓸렸습니다. 지금은 약발라서 괜찮습니다. :) 결국 한군데 뚫리니 옆으로 비켜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걸 뚫어도 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광화문이 아예 닭장차들과 수백명의 전경병력으로 가득차서 온갖 길이 다 막혀버렸다는. 그런데 딱 한군데 비어있던 곳이 있더군요. 우리가 뚫었던 그 길, 그곳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덟시 경에 시청에 도착했는데 이미 어마어마한 인원이 바글바글하게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습니다. 광화문, 시청, 종로일대를 가득 메웠는데, 어휴 화장실 한번 가려다가 엄청 고생했습니다. 근처에 KFC가 있어 그곳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갔는데 이층 화장실 줄이 문까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여긴 포기하자, 하고 들어간 곳이 지하철 화장실인데, 이건 뭐. 남녀 각각 줄이 오십미터는 되는거 같았습니다. 다행히 남자들이야 금방 싸니까 줄이 빨리 줄어드는데 여자줄은 한 시간은 기다려야겠더군요. -_-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거리행진이 시작됐습니다. 

  깃발부대들이 앞장섰는데, 각 대학 학생회들, 그리고 민노당, 진보신당, 여성 마이클럽 등 대학, 정당, 각종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이 줄을 이어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참 인천은 물론이고, 대전 등 기타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거 얘네들 다 갈 때까지 기다리고 꽁지에 따라가려다간 오늘 밤새겠다 싶어 중간에 아무팀에나 끼어 들어가 따라갔습니다. 도저히 셀 수 없이 많은 인원들이 - 십만명 넘을 듯 합니다 - 거리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는데, 지난 다섯번의 시위보다 더 힘이 나더군요. 아무래도 인원이 엄청나다보니.

  중앙일보를 지날 때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외쳤습니다. "중.앙.일.보.폐.간.하.라.". "중.앙.일.보.쓰.레.기.", "불.꺼.라.불.꺼.라." 환히 불 밝히며 남아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밖을 내다보더군요. 우리가 거리행진을 멈추고 건물 앞에서 불꺼라 불꺼라 외치니 정말 불을 끄덥디다. 다 끈건 아니지만, 시위대는 환호했습니다. 이후로도 우리 뒤에 계속 따라오는 시위대들은 중앙일보를 지날 때마다 같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중앙일보 기자들 참 쪽팔리겠습니다. 그러고도 중앙일보 다니고 싶습니까. 아무리 밥줄이라고는 하지만, 본인들도 중앙일보가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다 알텐데 쪽팔리죠. 그러고도 기자명함 달고 다니니. 참 경찰청 지나갈 땐 "경.찰.청.장.물.러.나.라." 구호도 외쳤다는.

  시위대는 계속 어딘가를 향해 걸었는데, 저는 처음 가는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도대체가 알 수 없었습니다. 도로간판으로 대충 짐작하는건데 신촌방향으로 향하는 듯 했습니다. 계속 걸어 무슨 터널을 지나는데, 차들이 못가고 쭉 막혀있었습니다. 우리 때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경찰들이 도로를 차단한 것이었습니다. 닭장차로 도로 곳곳을 미리 막아놨고 뭣도 모르고 차를 끌고 진입한 시민들은 아무데도 못가고 차를 세운 채 가만히 있었습니다. 아니 가만히는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우리와 함께 구호를 외쳤으니까요. ^^

  정말 곳곳에 경찰들이 닭장차로, 심지어는 시내버스를 동원하여 길을 막아놨습니다. 아니 이 시내버스는 누가 내준겁니까. 버스회사 사장님이 미쳤다고 자발적으로 내줄리는 없고, 정신나간 경찰총장이나 이메가씨가 지시를 하지 않는 한 어떻게 일반 시내 버스가 닭장차와 함께 시위대의 길을 막을 수 있단말입니까. 참으로 이메가스러운 발상이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다 이런 식으로 미리 차단을 해놓고 비어있는 곳은 전경들이 가득 에워싸고 있으니 갈 수가 없고, 그래서 시민들이 격렬하게 구호를 지속적으로 외치면 마지못해 조금씩 움직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작전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러면 빠지는 척 하는데 빠지는게 아니라 유도한거 였습니다. 시위대를 분산시키려고. 
 
  그 덕분에(?) 시위대는 수천단위로 쪼개졌습니다. 시청에, 광화문에, 종로에, 터널부근에, 경복궁에, 곳곳으로 다 퍼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민들이 이쪽 일대를 넓게 다 장악했다고 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경찰들에 의해 넓게 분산됐다고 볼 수 있고. 제가 도달한 곳은 청와대 방면으로 가는 경복궁 길이었는데, 전경들이 단단하게 장벽을 쌓고 있었고, 그 뒤로도 닭장차가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전경이 뚫려도 닭장차로 막아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그곳 경찰병력을 뚫기는 했는데 이후 경찰이 살수진압을 시작했고, 최루탄 비슷한 소화기를 뿌렸다고 합니다. 또 여성 이십여명을 포함한 시민 육십여명이 연행됐다고 합니다.  

  다른 곳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있었던 경복궁 주변과 광화문 주변의 상황만 알뿐입니다. 듣기로는 시청쪽에 시민 오만여명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새벽 한 시를 향하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에서는 대략 특별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고, 집에 가고자 광화문에서 밖으로 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이 묶이자 일부 시민들과 전경들 간에 몸싸움이 조금 있었다는 것뿐. 저도 그 중 일부였죠. 가능한 총 병력을 다 동원했다고 하는데, 다 동원해도 오늘은 어림없었습니다. 분산작전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분산해도 시민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지라 원천봉쇄는 불가능하죠. 

  오늘 시위는 유모차 부대, 장교를 포함한 예비군 부대, 각 대학 학생회들, 지방에서 올라온 동네사람들, 평화통일가정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의 정당 단체, 그리고 하나둘씩, 혹은 혼자서 거리로 나온 대다수의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토요일이라 지하철이 일찍 끊기는데 집으로 간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결국 집으로 왔지만. 어제 열한시간을 잤는데도 체력충전이 안되더군요. 눈이 탱탱 붓고. 연속 오일 나가며 많이 피로가 쌓였던거 같습니다. 내일은 일어나서 상태보고 나가든가, 아니면 내일까지 쉬고 다시 다음주를 기약하든가 해야겠습니다.

  청와대. 이명박. 잠을 못 잘 겁니다. 시끄러워서.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1만 여개의 촛불을 누가 제공했냐 배후를 밝혀라." 였다죠. 참으로 이메가스러운 발상입니다. 배후는 오늘 나간 시민들입니다. 알겠습니까? 모르겠으면 직접 거리로 나와 보시죠. 어떤 시민들이 당신이 물러나길 바라는지, 미친소를 먹지 않겠다고 나왔는지. 여기 나온 이들은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살수를 하고 최루탄 비슷한 소화기를 뿌려대다니. 분노를 더 키우시는군요. 어디 한번 해봅시다. 중국에서 돌아왔으니 이제 두 눈 멀쩡하다면 볼 수 있겠죠. 참, '조중동문'같은 쓰레기를 보면 제대로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아프리카 티비, 오마이뉴스 생방송을 바로 켜시고, 프레시안과 경향신문, 한겨레를 열심히 보세요. 그럼 민심을 알 수 있습니다. 민심은 이겁니다. 미친소 재협상, 그리고 퇴진. 아셨으면 남은 것은? 실천!

p.s. 갖고 싶었던 조중동을 안본다는 노란 스티커는 아니었지만 광화문에서 조중동을 안본다는 다른 스티커를 얻어다 집에 돌아와 현관에 붙였습니다. 스티커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나쁜건 딱 끊읍시다!" "조선,중앙,동아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 "친일파매국노, 재벌족벌, 땅나라당, 소수특권층만을 위한 편파왜곡 물타기하는 수구찌라시" :) 한 장 더 남았습니다만 필요하신 분은 앞으로 계속 있을 시위에 나가시면 얻을 수 있습니다아.

p.s.2 계속 나가다보니 간댕이가 점점 커진다. 막 몸으로 맞서고. -_- 살짝 무섭긴 했는데 해볼만 했다. 그럼 어떡해. 퇴로를 안남겨놓고 다 봉쇄하는데. 갈데가 없으면 무리해서라도 뚫고 나갈 수밖에. 무리해서 뚫으니까 뚫렸잖아 결국. 며칠전에는 남이 외치면 내가 따라하고 그랬는데, 이젠 나도 경험이 많아지다보니 먼저 선창하고 그런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내가 외친 구호를 따라한다. 누가 보면 내가 꼭 배후세력같이 보이겠다. 거의 여지껏 홀로 참여했었는데. 





출처 : 오마이뉴스

* 촛불집회 생방송 : 오마이뉴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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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6-0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박씨때문에 아프님의 트레이드 마크 "smooth 턱선"이 사라질까 심히 우려되는 1人입니다. ㅋㅋ

마늘빵 2008-06-01 01:32   좋아요 0 | URL
아이참 -_- 그건 밑에서 사진 찍으면 다 그렇게 나온대두 그러네. 명박씨 덕분에 다이어트 하고 좋지요. 언제 이렇게 장거리를 몇시간 동안 걸어보겠어요? :) 오늘 고생했어. 푹 쉬삼.

마노아 2008-06-01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청에서 명동, 소공동, 종각, 안국으로 행진하는 무리에 있었어요. 명박이를 점지한 삼신할미 각성하란 플랜카드가 재밌었어요^^;;;
안국에서 한시간 정도 정체 상태였어요. 혜화쪽으로 빠지던 무리가 다시 돌아왔다가 다시 갔다가 또 돌아오기를 반복했을 때 광화문 방향 쪽이 뚫렸죠. 그때가 열시 반쯤이었나봐요. 저도 지켜보다가 집으로 갈길이 막막해서 돌아왔어요. 차도 없어서 집에 가는 길로 한시간을 또 걸었어요.^^;;

마늘빵 2008-06-01 02:20   좋아요 0 | URL
저는 경복궁쪽에 있다가 - 청와대행 시위대 - 막혀서 광화문으로 왔는데 그곳도 막혀서 몸으로 뚫었어요. 그때가 저도 열시반쯤 된거 같은데. ^^ 고생하셨습니다. 지금 현장 생중계보고 있는데 시민들 남겨두고 온게 미안하네요. 끝까지 있을걸.

마노아 2008-06-01 02:16   좋아요 0 | URL
아프리카로 지켜보는데 착잡하네요. 근데 자꾸 경북궁이래. 경복궁을^^ㅋㅋ

마늘빵 2008-06-01 02:21   좋아요 0 | URL
헉 그러게요. ^^ 수정. 쩝 민중의 소리와 오마이뉴스 기사를 동시에 보고 있어요.

마노아 2008-06-01 02:22   좋아요 0 | URL
진중권 교수님 차분히 전경들 안심시키는데 와방 멋있어요. 원래도 멋졌지만.

마늘빵 2008-06-01 02:25   좋아요 0 | URL
아니 중권이형을 봤단 말여요. 나는 여섯번이나 나가도 못봤는데. 아프리카 티비 주소 좀 알려주세요. 거긴 어디 비춰주고 있어요?

마노아 2008-06-01 02:26   좋아요 0 | URL
http://www.afreeca.com/opentv/opentv_pop.asp?szStr=5b511608570a54520845450e40164348145d42435f0f49&nWidth=880&nHeight=545&isAutoPlay=1
요기요! 현장 중계하고 계세요^^
저도 시위장에선 못 뵈었어요^^;;;

2008-06-01 0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6-01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을 비롯한 분들~~ 고생하셨어요. 미안한 맘으로 응원할 뿐이에요.
우리딸은 밤 9시 42분에 "닭장차로 개미 새끼 하나 못 빠져 나가게 막아놨어. 예비군이 최전방에서 몸으로 막아 줘"라는 문자가 왔기에, "어디쯤이니? 아빠가 조심하래~" 답했더니, 어딘지 모르는지 장소는 없고 "안전해~ 아프리카 생중계 봐봐, 대학생이 닭장차 올라가 차 빼라고 절해"라는 문자가 오고 끝이었다.ㅠㅠ
지하철 일찍 끊기는 토요일이라 인천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밤샘을 했을 거 같은데...엄마는 편히 잠자고... 우리 딸을 비롯한 시위 참여하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4.19에 태어나 '민주'라고 이름 지었더니 이름값 하는 모양입니다~

마늘빵 2008-06-01 07:34   좋아요 0 | URL
12시에 돌아와 잠을 못잤습니다. 잘 수 없었습니다. 생중계를 계속 보면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아침에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너무 화가 납니다.

Koni 2008-06-0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 시위대가 분산되었던 거군요. 제가 있던 곳은 중앙일보앞까지 갔다가 다시 턴해서 다들 뒤로 돌아서 종로쪽으로 가더라구요. 뭔가 길이 좀 이상하네~ 이럼서 따라다녔었답니다.

마늘빵 2008-06-01 14:15   좋아요 0 | URL
뒤쪽에 계셨나봅니다. 저는 중앙일보 통과하고 계속 전진했었는데... 그러면서 분산된거에요. 너댓개로 나눠진거 같아요. 각각 2-3만명씩.

무스탕 2008-06-0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닭장차 참 유용하게 쓰이네... -_-+
장군께서 지켜보고 계신데 부끄럽지들도 않은지..
아프님. 건강 잘 살피면서 참여하세요. 마음의 힘만 팍팍 보냅니다.. ㅠ.ㅠ

마늘빵 2008-06-01 14:15   좋아요 0 | URL
시내버스로도 저렇게 막았습니다. 파란색 시내버스.

블루캣 2008-06-0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에 들어왔는데 저 떠나고 얼마 후에 살수차 동원 한 모양이네요. 승주나무님 밤샘하신다니 다치시진 않았는지 걱정 됩니다. 정말 분하고 억울해서 다시 시청 갑니다.

마늘빵 2008-06-01 14:16   좋아요 0 | URL
이것들이 기자들 얼마 남지 않은 새벽에, 10만 시민들이 5만 시민들로 바뀔즈음에서 작정하고 분산시키고 나눠서 공격한겁니다. 저도 다시 갑니다. 지금 일어났어요. 내내 못자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