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정치학 - 고성국 박사가 들려주는 정치와 민주주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
고성국 지음, 배인완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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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대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광우병 걸린 소를 먹기 싫다며 그들이 직접 거리로 나왔다. 한쪽에서는 좌익반동세력들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한쪽에서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 말한다. 나는 후자의 입장이다. 어떤 이는 둘 다 아니고, 소비자가 잘못 산 상품에 대해 리콜 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도 했지만, 그렇게본다 하더라도 희망적이다. 최근 백분토론에 전화참여한 양선생님은 지금 촛불집회와 이명박 대통령 발언 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전 생략) 국민은 소비자인거죠.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거죠. (중략) 반대를 하면 어린애들이 몰라서 그런다, 정치세력이 뒤에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말 잘 못알아듣는 어린애들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까. (중략) 자동차 회사로 예를 들면요, 우리국민인 소비자가 자동차를 샀단 말입니다. 근데 의자가 좀 불편해요, 그게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요, 핸들링이 좀 안좋아요, 영어몰입교육이에요, 근데 참았어요, 엔진이 힘이 없어요, 대운하 정책이에요, 그래도 참았단 말이에요, 근데 이 차가 브레이크가 안들어요, 이게 소고기 문제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까지는 그래도 다 참겠는데 더 이상은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하자를 발견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소비자인 국민이 이 자동차를 리콜을 시키려는데 회사에서는 뭘 모르는 소비자가 좋은 상품 모른다고 말을 해왔단 말이죠. (이하 생략)"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CEO(이명박)와 그 직원들(공무원, 한나라당)이 소비자(국민)의 불만을 제대로 듣지 않고, 좋은 상품을 못 알아본다고 큰소리 치는 형국이라는 말인데, 지금 상황을 아주 재밌게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십대들을 소비자의 일부로 본다면 상품이 맘에 안들고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해서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데 회사는 물대포를 쏘고 강제연행하고 있다. 어제 본 동영상에도 중학생 한 녀석이 경찰에게 맞아 아파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이 십대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을까. 학생들이 집회에 나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다.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선생님은 그렇게 가르쳤고, 학생들은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선생님은 배운대로 실천하는 학생들을 잡아들인다고 거리로 나왔고, 학생들은 배운 것을 실천하겠다고 거리로 나왔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잘못된 건 그렇게 가르치고도 하지말라고 말하는 선생들이다. 그리고 이 나라 정부다.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은 철수와영희에서 나온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권이다. 이 책은 중고생이라면 알고 있을 정치에 관한 기본 상식들을 쉽고 재미나게 친절하게 풀어놓고 있다. 정치가 뭐에요,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뭐가 다른가요, 좋은 정치 어디서부터 시작하나요, 민주주의가 뭐에요, 민주 정치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어요, 기본권이 뭐에요, 기타 등등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놓고 저자가 쉽게 답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좌편향도 우편향도 아니며, 객관적인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이 책의 가르침은, 교과서의 그것과도 어긋나지 않아 보이는데, 여기 적혀 있는대로라면 지금의 십대들의 행보는 문제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왜 그들을 문제삼는가. 수능공부해야 할 녀석들이 도서관에 안가고, 야자 빼먹고 거리로 나온 것이 문제인가. 학원다니라고 열심히 벌어다 학원비 매달 채워주고 있는데, 그거 한 번 빼먹어서 문제인건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두려운게다. 시민단체가 들고일어나면, 노동자가 들고일어나면, 에이 또 이 녀석들이네 하면서 무시하면 되는데, 전혀 나오지도 않던 머리에 피도 안마른 새파란 녀석들이 거리에 나와 "미친소는 너나 쳐드삼" 이러고 있으니 그들이 두려운게다. 그러니 교육청 직원과 교감이 토요일날 자리배치까지 다 짜가면서 거리에 나와있지.  

  이 책의 장점은 매우 친절하고 쉽게 풀어썼다는데 있으며, 단점은 너무 문답형식에 따르려다보니 화면구성이 지루하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만화와 곁들여진 본문 서술이 끝나고 나면 뒤에 문답형식의 장이 계속 나오는데, 계속 단조로운 같은 구성이 반복되어 지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또 이 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기도 하다. 알고싶은 질문을 찾아서 해당 부분만 찾아 읽으면 되는. 마치 각종 사이트 고객센터란에 있는 '자주 하는 질문' 코너 같은 느낌이랄까. 왜 그런 코너들 보면 알고 싶은, 궁금한 부분을 깔끔하게 설명해주지 않나.

  청소년용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고생이 읽을 마땅한 정치입문서격인 책이 없는 차에 이 책은 괜찮은 교과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듯 하다. 다 알고 있고, 나도 오래전 배운 내용이지만, 읽으면서 머리 속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이 읽어도 신선한 책이다. 당연한 것을 모르고 살면 피해보게 마련이다. 다음은 보너스 밑줄.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이란다. 양심, 사상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인정된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집회, 시위, 출판, 언론의 자유 또한 인정되어야 완전한 기본권이 된다는 생각에서란다. 그러므로 시위는 타인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위험성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하는 거란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이야." 그렇다면 질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일까? 답은 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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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미로 2008-06-1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태에 딱 맞춰서 잘 나온 책 같네요^^ 어린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권해야 겠군요^^

마늘빵 2008-06-19 22:19   좋아요 0 | URL
네 지금 딱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교과서에 뭐라 쓰여있는지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한다면 그들이 거리로 나오는건 당연한 수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