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학교 1
스티븐 로 지음, 하상용 옮김, 김태권 그림 / 창비 / 200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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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가해진 평점을 보면 네 개 내지는 다섯 개 가량인데, 나는 두 개 내지 세 개 이상은 못 주겠다. 글쎄 책을 분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지는건지 모르겠다. 이 책은 분명 철학사가 아닌 철학함을 가르치는 책이긴 하지만 그 의도를 제대로 표출해내지 못했단 생각이다. 참 많이 팔렸고 좋은 평가를 받는 책임에도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건, 내용서술이 산만하고 명확히 머리 속에 정리가 되지 않으며, 원어로 서술된 내용을 번역어로 맛깔나게 옮겨내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어로 서술된 책 자체가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맛'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다. 색상도 좀 더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붉은색과 검은색만을 사용했는데,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에도 대충 색을 칠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김태권의 삽화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외국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쉽게 재밌게 읽힐 것 같은 책이지만, 한국에 들어오면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책이 있다. 안에 수록된 내용들도 외국 학생들에겐 자연스럽게 읽힐 것이 한국 학생에겐 어느 정도의 지식을 요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서술 방식 또한 그럴 수 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진 청소년 교양, 청소년 입문서적들은 책으로 만들 때 이런 점들을 유의해야 한다. 쉽고 재밌게 철학함에 입문시키자는 것이지 공부시키자는게 목적이 아니므로, 익숙치 않은 내용, 난감한 전달방식을 취해서는 안 된다. 그 동네서 모르면 이상한 내용도 이쪽에선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학습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고, 한국 학생들에겐 마냥 쉽게 편하게 읽힐 것 같지는 않단 생각이다.

  이미 한국엔 한국 철학자들이 쓴 이보다 훨씬 좋은 철학 교양서적들이 널렸다. 대표적으로 철학자 김용규의 철학 통조림 시리즈가 그렇고, 좌백의 철학 환타지물, 디딤돌의 청소년 철학 소설 등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검증된 좋은 번역서로는 소피의 세계 같은 것들이 있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이 책은 결론적으로 내겐 실패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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