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품절


하긴 '내가 무능한 변호사'라는 지적은 옳다. 사건 의뢰인을 만날 때, 나는 어차피 받아야 할 벌이라면 받으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런 이야기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의뢰인도 있다. 이걸 두고 "김용철은 형편없는 변호사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잘못에 정확히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변론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잘못 이상의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잘못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김용철 변호사) -41쪽

이건희 씨가 저지른 악행은 다른 것이 아니다. 좋은 인재들을 모아 놓고 무뇌아로 만든 것이다. 돈에 홀려서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는 피눈물 나게 만들었다. 돈은 아름다운 노동을 통해서 거룩한 소비 과정을 거쳐야만 건강한 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름답게 일하도록 허락하지도 않고 거룩하게 소비하도록 허락하지도 않는다. 비자금이라는 검은 돈을 만들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해고했다. 재투자나 사회복지에 돌아가야 할 이윤에다 빨대를 대서 개인이 착복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착복의 부스러기를 갖고 국가의 인재를 포섭하고 오염시킨 것이다. 그럼 국가 경쟁력은 어디로 가겠나. (문규현 신부)-102쪽

사목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하며 궂은 일이 있을 때는 함께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장례식에서는 장지까지 쫓아가주는 것이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 일은 궂은 일이기 때문에 간 것이다. 김 변호사가 자신이 털어놓는 진실을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사제단까지 찾아왔는데, 사제단마저 모르쇠해버리면 이 사람을 버리는 것이다. 불쌍하고 슬픈 영혼 찾아왔는데 어찌 외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기쁜 일에만 가길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 양탄자 깔린 레스토랑에만 가겠다. 힘들거나 억울하거나 눈물 날 때 날 찾아오지 말라. 나는 희희낙낙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내 사목의 방향을 여러분이 정하라고 했다. (문규현 신부) -106쪽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하다. 외로운 데도 익숙하다. 아무리 소리치고 머리 깎고 굶어도 사회는 꿈쩍도 안 한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 봄인 됐으니 씨 뿌리고 밭을 가는 것이다. (문규현 신부)-107쪽

사법부, 즉 법원의 구조 개혁도 필요하다. 대법관까지 지내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1-2년 사이에 100억원 이상 돈을 번다고 한다. 아예 대법관을 평생 하도록 하든가, 대법관이 된 이후에는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게 해서 전관 예우의 뿌리를 뽑게 해야 한다. 사법부의 권력화 배경에는 전관 예우라는 뿌리 깊은 악습이 있다. 전관 예우를 뿌리 뽑아야 이런 떡값 검사니 떡값 판사니 하는 얘기가 안 나올 것이다. 전관 예우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검사와 판사를 영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노회찬)-177쪽

1. <한겨레>신문이 삼성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쓴 기사를 전부 스크랩해서 다른 신문이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고 이것을 <한겨레>측에 보여주고 설명해줄 것. 이런 것을 근거로 광고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볼 것. [2003.10.18(토) 동경]

2. lG가 해외에서 덤핑을 일삼는다 하는데, 제대로 하면 몇조 이익이 날 것이어서 국가적으로 손해고 전부 같이 망할 수도 있다는 여론을 만들어 볼 것. 경제 담당 기자나 교수를 시켜서 삼성, LG 의 이익 등을 비교해 홍보하고 이게 얼마나 손해인지 여론을 조성해볼 것. [2003.12.12(금) 보광]

(이건희 회장 지시사항) -240-241쪽

"(기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 '오프더레코드'란 없다. 언론과의 싸움은 백전백패. 베스트 초이스=홍보팀으로 문의하세요" (삼성전자 신입사원 교육자료)-241쪽

2000년 8월 27일 <한국일보> 가판에 실린 박진도 교수의 칼럼 '아침을 열며 - 재벌 불법 세습은 그만' 이 배달판에서 삭제되었다. 박진도 교수의 칼럼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부자의 불법 세습을 거론하면서 "재벌들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면서 변칙적으로 세습하고 있다"는 취지로 쓰여졌다.

당시 <미디어오늘>(2000.8.31)은 박 교수의 칼럼 삭제 배경과 관련해 <한국일보> 안팎에선 광고주인 재벌, 특히 삼성의 입김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름철 광고난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거대 광고주인 삼성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칼럼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상호 기자)-245쪽

그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고발 기사를 쓰면 항상 마지막에 고발 대상이 찾아와서 돈이 든 쇼핑백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돈을 받고 영원히 우리의 친구가 될래, 아니면 민형사상 소송 등 '우리와 평생 적이 될래?'라고 물으며 거래를 제안한다.

그때 돈보다 더 탐나는 것은 모든 편의를 줄 수 있는 단체가 제공할 유무형의 편익이다. 정말 달콤한 거다.

삼성은 30만 원, 300만 원이 아니라 삼성과 관련해 전화 한 통이면 일이 해결될 수 있을 정도의 편익을 기자들에게 줬을 거다. 사업, 일신상에 관련된 편익을 줬을 거다. 삼성문화재단을 포함해 대한민국에서 모든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걸 갖고 있는 편의점인 거다. 대한민국에서 모든 편의 시설을 만드는 회사인 거다. 막대한 재화의 공장이 줄 편익을 생각하면 돈은 새 발의 피라고 본다. (이상호 기자)-282쪽

사실 삼성과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삼성과의 싸움을 자조적으로 '계란으로 바위 깨기'에 비유한다. '그래도 바위에 계란 썩은 내라도 나지 않겠나, 바위가 썩었다는 건 알릴 수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이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양심수 김성환) -322쪽

(이건희 회장에게)

빨리 양심선언 하라. 그게 살 길이다. 우리가 당신을 죽이자고 이러는건 아니니까. 빨리 양심선언을 해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이정도 되는 재벌이 있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얘기를 할 수 있게 하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자.

노사 갈등이 꼭 나쁜 건 아니다. 그런데 삼성에서는 그 자체가 범죄 수준이다. '페어플레이' 하자는 얘기다. 납치하고, 끌고 가고 하지 말고... 그러면서 건설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이 됐으면 좋겠다. (양심수 김성환)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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