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인터넷 서점 內 이 책의 카테고리는 '경제경영>마케팅/세일즈' 이지만, 개인적으로 '에세이'에 넣어줘야 하지 않나 싶다. 흔히 경제경영 실용서로 분류되는 책들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영업'을 하고자 하는 갓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이나 아직 업무에 익숙치 않은 사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 분명한 실용서이긴 하지만, 대개의 실용서가 담아내는 컨텐츠와는 거리가 한참 멀고, 그녀의 글쓰기가 자신의 일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해외영업만 10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언론고시 준비도 했다던 그녀는 보기좋게 낙방하고, 얼결에(?) 찔러넣었던 이력서가 최종합격을 통보해오는 바람에, 오늘에 이르게 된다. 어릴 적 꿈꾸던 미녀 스파이는 되지 못했지만 노트북을 들고 세계를 누비며 바이어들과 거래를 하는 베테랑 미녀 영업사원으로 그 꿈을 대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다는 측면에서 스파이와 다를 바 없고, 감성 영업을 통해 그들로부터 사인을 받아낸다는 측면에서 스파이와 다를 바 없다(?). 

  철저히 자기 일을 즐기고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이상적인 회사원'의 전형. 삼성정밀화학 해외영업 담당 여성과장 1호. 분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쓴 감상문과 자신의 일상을 토대로 쓴 일기글이 홈페이지에 가득하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딱히 회사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작업들은 그녀가 오늘에 이르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대개의 회사원들은 매일 자기계발서 읽고 토익 공부하며 자신의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보기에 안쓰럽다. 하지만 성수선씨에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강박관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녀는 오히려 평균적인 회사원의 행태를 역행하는 삶을 산다. 회사일과 동떨어진 책읽기와 글쓰기는 '감성 영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 책에는 그녀의 감성 영업 비결이 가득하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건 전략적으로 접근해서는 먹히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전략과 계획보다는 진심어린 마음이 필요하다. 감성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계획을 짜고 준비한들 상대에게 전달될리 없다.

  매우 재밌게 읽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이 책을 읽다가 내릴 정거장을 지나버렸고, 토요일자 한겨레 신문을 사려던 생각을 집에 들어온 다음에야 떠올린 바람에 결국 토요일자 한겨레 신문을 사지 못했다. 평소 그녀가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포스팅하던 일상의 재밌는 글들이 종이 위로 올라온 느낌이다. 한때 소설가를 꿈꿨다던 그녀 답게 문장은 매우 가독성이 높고 맛깔나다. 순식간에 책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해외 영업을 할 일이 전혀 없는, 심지어는 해외에 나갈 일이 있을까 싶은, 직업이 영업사원도 아닌 나에게, 이 책에 담긴 노하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미난 에세이로서 내겐 충분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매지 2008-03-1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이 그 책이군요 :)

다락방 2008-03-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렇군요! 잘 읽었어요. :)

개인주의 2008-03-11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에세이에 분류해주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