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 해제ㅣ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의 양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7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구판절판


사법적 오판은 슬픈 일이지만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법부가 틀릴 수도 있고, 군부가 틀릴 수도 있다. 여기서 군부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는 말이 왜 나오는가? 오판이 내려졌을 때 시급한 단 하나의 의무, 그것은 조속히 오판을 시정하는 것이다. 결정적 증거 앞에서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날, 바로 그날 진정한 과오가 시작되리라. 사실 어려운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오판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판을 인정하는 데 괴로움과 망설임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할 결심을 하는 날, 바로 그 날 만사가 형통하리라. 그 점을 인식하는 이는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쉐레르 케스트네르 씨' 中)-28쪽

청년, 청년들이여! 언제나 정의와 함께 있으라. 그대들의 내면에서 정의의 관념이 희미해지는 날, 그대들은 파멸하리라. 지금 나는 사회적 관계의 보장에 지나지 않는 '법전'의 정의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존중해야 하리라. 그러나 좀더 숭고한 관념, 모름지기 인간의 판결이 잘못될 수도 있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정의, 심판자들을 모욕하지 않으면서 기결수의 무죄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정의가 있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법을 향한 그대들의 불타는 열정을 자극하는 모험이 아닌가? 아직 이해관계나 인간관계가 뒤얽힌 이전투구에 휩싸이지 않은 그대들, 아직 어떤 비열한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은 그대들, 순수와 선의로 목청껏 외칠 수 있는 그대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정의의 완성을 위해 일어날 것인가? (계속)-67쪽

(이어서) 청년, 청년들이여! 인간성을 지켜라. 관용을 잃지 마라. 설령 우리가 틀렸을지라도, 우리와 함께 있으라. 무고한 자가 끔찍한 형벌을 당하고 있고, 분노에 찬 우리의 가슴이 고통으로 찢어졌다고 우리가 그대들에게 말하지 않는가. 비록 한순간일망정 이 한없는 형벌 앞에서 사람들이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슴이 고통으로 찢어졌다고 우리가 그대들에게 말하지 않는가. 비록 한순간일망정 이 한없는 형벌 앞에서 사람들이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슴이 미어지고, 두 뺨에 눈물이 흐른다. 물론 간수들은 여전히 무정하고 무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대들,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고, 온갖 비참과 온갖 연민에 민감한 그대들은 어찌된 일인가! 이 세상 어디엔가 부당한 증오를 받으며 죽어가는 순교자가 있을 때, 그대들이 어떻게 그의 대의를 지키고 그를 해방하기 위해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대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숭고한 무험을 감행할 것이며, 도대체 누가 위험하지만 훌륭한 대의 속에 몸을 던질 것이며, 도대체 누가 이상적 정의의 이름으로 군중에 대항할 것인가? (계속)-67-68쪽

(이어서) 만일 늙은 기성세대가 그대들의 고귀한 혈기, 고귀한 열정을 대신 불태운다면, 그대들은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청년들이여, 어디로 가는가, 학생들이여, 어디로 가는가? 거리로 내달리는 그대들, 시위의 물결을 이룬 그대들, 시대의 혼란 속으로 스무 살의 용기와 희망을 던지는 그대들이여...... "이제 우리 함께 가오, 인간과 진실과 정의의 세상을 향하여!"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 中)-68쪽

애초에 내가 말한 대로, 진실은 전진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으리라. 사악한 무리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전진이 한 걸음 한 걸음 적시에 이루어지리라. 진실은 그 자체로 온갖 장애물을 분쇄할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진실이 가는 길을 가로막고, 또 얼마간 진실을 땅속에 묻어두는 데 성공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때에도 진실은 땅속에서 자라며, 땅속에서 엄청난 힘을 얻고, 어느 날 폭발의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을 날려버리리라. 앞으로 몇 달 더 거짓과 밀실 속에 진실을 가두어보리라, 그러면 그대들은 더할 나위 없이 무서운 재앙을 준비했음을 곧 알게 되리라. ('프랑스에게 보내는 편지' 中)-73쪽

대통령 각하, 진실은 이처럼 단순합니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진실은 당신의 통치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단지 헌법과 측근의 수인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대로 역시 완수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최후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한 확신으로 거듭 말씀드립니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에서야 '사건'이 진정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왜냐하면 오늘에서야 각자의 입장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빈다. 한쪽에는 햇빛이 비치기를 원치 않는 범죄자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햇빛이 비칠 때까지 목숨마저도 바칠 정의의 수호자들이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진실이 땅 속에 묻히면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머지않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제 막 가장 멀리까지 울려 퍼질 재앙 중의 재앙을 준비했다는 것을. ('나는 고발한다' 中)-105-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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