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땅으로 내려오다 - 철학을 내 것으로 만드는 "생각 교과서"!
김민철 지음 / 그린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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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란, 지식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여 그와 관련된 상황이 주어질 때 최선의 판단을 도출해 내는 정신적 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암기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지식을 그 원리에서부터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거기에는 '따져묻기'가 필수적인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 원조격인 사람들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다.-25-26쪽

시민 개개인은 자신의 양심에 의거해 어떠한 법이 '악법'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그러나 그 개개인의 판단이 올바른 것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공개적인 토론과 합의를 거쳐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시민 불복종 운동이란, 다수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특정한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심의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법을 어기는 행위를 가리킨다.-58쪽

변증법적 발전이라는 개념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나와도 거기에 비판과 반론, 그리고 종합이 필연적이라면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그로부터 다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전제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완벽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접근해 나갈 뿐인 것이다.-64-65쪽

"알고도 행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일 따름이다. ...... (<대학>에서는)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듯이 하고, 악취를 싫어하듯이 하라"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은 앎에 속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것은 행동에 속한다.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되면 이미 스스로 좋아하게 되는 것이지, 본 후에 좋아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아니다." (왕양명)

김민철 曰 "양명은 논변 과정에서 우리가 범하기 쉬운 오류 한 가지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것'은 과연 행동에 속하는가? 대화자 스스로가 이른바 '언어적 입법자' 노릇을 자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감정'이고, 감정은 행동의 영역보다는 심리상태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행동'이라고 정의내려 놓고 논변을 하자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68쪽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유한성을 뛰어넘고자 하는 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유한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의 유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영혼, 혹은 이성은 이 세계의 유한성을 벗어난 신의 세계에 속한다고 생각해 왔다.

경험과 관찰을 초월해 있는 것을 선험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다 보니, 현실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라도 논리적인 모순만 없다면,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해서, 그럴싸하기만 하다면 형이상학적인 이론으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황금으로 뒤덮인 산이나 뿔 달린 말인 유니콘이 논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서 그것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104쪽

'객관적'과 '보편적'의 의미는 영어로 풀이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객관적'에 해당하는 'objective'는 '사물, '대상'을 의미하는 'object'의 형용사이다. 따라서 '객관적'이란 '대상적'이라는 뜻이다. 파란색으로 보이는 물체가 있다고 하자. 보는 사람이 파란색 안경을 끼었기 때문에 그것이 파란색으로 보인다면 그것을 객관적인 관찰이라고 할 수 없다. 대상의 성질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 자체에 파란색이 있다면 누가 보더라도 그 대상은 파란색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빨간색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대상의 객관적 성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이란 '보는 사람과 무관하게 누가 보더라도' 라는 의미를 가진다.-108쪽

'보편적'이란 말에 해당하는 'universal'은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형용사이다. 중국의 고대 문헌 가운데 하나에서는 '우주'(宇宙)에 대해 "상하사방(上下四方)을 우(宇)라고 하고, 고금왕래(古今往來)를 주(宙)라 한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풀이대로라면 '보편적'이란 '동서고금의 어느 누가 보더라도'의 뜻이 된다. 역시 '객관적'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절대적'은 영어보다 한자로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絶對'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對을 끊다(없애다)'로, '비교할 상대가 없다'라는 뜻이다. 무림의 고수에게 상대할 자가 없다면 그를 '절대지존'이라 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평가하는 것을 '절대평가'라 한다. 따라서 어떤 주장에 대해 아무도 그에 상대할 만한 반론을 제기할 수 없어야 절대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108쪽

자비의 원칙이란 토론의 원칙 가운데 하나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대방의 의도를 비판할 때는 그가 상상 가능한 최선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자비의 원칙은 토론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이다. 상대방을 비난할 목적으로 그 의도를 날조하려 한다면, 비난 못할 행동이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토론에 임한다면 올바른 토론이 이루어질 리 없다. 편견을 배제한 열린 마음이야말로 공정한 토론의 필수조건이며, 자비의 원칙은 그러한 태도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118-120쪽

데카르트에 따르면 우리는 세 종류의 관념을 가진다. 첫째는 외부의 사물에 의해 촉발되는 외래관념(外來觀念)이다. 소리나 빛, 추위, 고통 등이 그에 해당한다. 두번째는 인어나 도깨비, 유니콘처럼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위관념(人爲觀念)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로 외적인 요인이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야말로 순수한 지성(知性)의 작용으로 마음속에 저절로 생겨나는 관념이 있다. 자아에 대한 관년ㅁ, "X와 Y가 같고, X와 Z가 같다면 Y와 Z는 같다"와 같은 수학적 공리와, 앞의 신 존재 증명에서 언급한 바 있는 "원인은 언제나 결과 이상이다."라는 철학적 공리(公理), 그리고 신에 대한 관념 등이 그것이다. 이를 본유관념(本有觀念)이라고 부른다.-168쪽

언어도 사회생활의 산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어도 존재할 수 없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타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언어를 습득할 수 없고,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의 문화적 산물인 지식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설사 자연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자유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220-221쪽

불교에서는 모든 현상이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란 결국 '세계관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고통도 기쁨도 예외는 아니다. 이 사실을 안다면 기쁨이나 고통이 모두 부질없이 공허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세상을 다시 본다면 이 세상이 바로 극락일수 있는 것이다.-274쪽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민주주의의 정신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사공이 원하면 배가 산 아니라 땅 속으로라도 가야한다. 지식인의 역할은 배가 산으로 가면 곤란한 이유를 잘 설명해줌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무지로 인한 비자발적인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일 뿐이다.-286쪽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외적인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람이 민주사회의 시민일 수는 없다. 데모크라토피아를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마땅히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율적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태어날 때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 기회를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그 역할은 국가와 사회가 져야 하며,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복지국가인 것이다.-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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