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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과하는 일 - 비전, 사람, 돈을 둘러싼 어느 창업자의 기록
박소령 지음 / 북스톤 / 2025년 9월
평점 :
퍼블리는 현재 뉴닉으로 넘어갔다. 회사 퍼블리가 하던 또 다른 신사업은 알지 못했다. 그 사업은 시소로 넘어갔다. 퍼블리의 창업자였던 박소령은 두 사업을 한 번에 넘기려고 했지만, 아무도 사지 않았다. 그래서 쪼갰다. 두 사업은 성격이 너무 달라 쪼개서 넘기는 게 맞아 보이긴 한다.
이 책은 퍼블리의 창업자이자 10년 간 사업을 성장시키고, 또 문을 닫은 박소령의 사업 실패담이다. 보통 크든 작든 해당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사람들이 책을 낸다. 그런데 이 책은 망한 사업가가 쓴 책이다. 그런데 한때 인터넷 서점 베스트에도 올랐다. 그 정도로 많이 팔렸고 많이 읽히고 있다.
요즘은 힘들더라도 맨땅에 헤딩하면서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직원 열 명씩 되는 큰(?) 회사가 아니라 1인 또는 2인의 몸집 작은 회사를 꿈꾸는 이들이다. 힘들어도, 돈이 안 돼도, 스스로의 힘으로 내 것을 만들어 나가는 성취감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 오른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의 독자층의 일부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나는 한때 퍼블리의 구독자였다. 박소령은 퍼블리의 서비스를 이렇게 말한다.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한국어 콘텐츠를 고객이 돈을 내면서 만족스럽게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내가 구독한 이유도 그러했다. 구독하는 서비스가 여럿이고 너무 바빠서 쌓여가는 구독 메일과 구독 서비스를 읽지 못하고 쌓이는 지경이 돼서 구독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퍼블리의 서비스는 퍽 맘에 들었다.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퍼블리’를 빼고 읽어도 무방하다. 퍼블리가 어떤 서비스인지 몰라도 된다. 한 창업가가 어떻게 일을 시작했고, 자금과 사람을 모았으며, 어떻게 조직을 운영했고, 어떤 부침을 겪었으며, 위기마다 어떤 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뇌를 했는지, 또 끝내고 싶어도 손을 놓아버림으로써 끝나는 게 아니기에 완전히 대표로서 사직서를 쓰고 법적으로 종료하기까지의 개인적 어려움을 담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야 하는 질문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창업자, 대표, CEO가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어떤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사한 질문을 수시로 던지고, 스스로 현명한 답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실행해야 한다. 때문에 현 사장님, 또는 예비 사장님뿐만 아니라 사업의 리더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박소령은 경영, 조직 관리, 커뮤니케이션 등에 관해서는 소위 유명하다는 책들은 다 찾아 읽으면서 책에서도 지혜를 얻으려 했다. 책 곳곳에는 많은 책들에서 그가 밑줄그은 문장들과 그의 생각이 등장한다.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을 정리해야 할 때는 고통스럽습니다. 정말 고통스럽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서 내보내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역할이 때때로 바로 그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넷플릭스의 최고인재책임자로 일했던 패티 맥코드가 쓴 책 “파워풀”에서는, 리더가 일대일 미팅에서 팀원의 문제점을 빠르게 이야기할수록 팀원이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함. 고통스러울지언정 진실을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이유는, 본인 스스로 그 일을 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자체가 고역인 경우가 많기 때문임. 차라리 리더가 일대일 미팅에서 먼저 꺼내면 팀원도 안도감을 느끼고 개선에 집중할 수 있기에, 직진하라고 조언함.”
유능한 사람을 모집하고, 무능한 사람을 내보내는 일처럼 사람과 관계된 일이 가장 힘들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언급한 영화이면서 조직 관리와 관련하여 나도 가끔씩 다시 찾아보는 영화 ‘머니볼’에서처럼, 사람을 내보내는 일은 간결할수록 좋다. 내보낼 사람이 실제 무능하고 일을 못하는데도 당신은 유능한 사람이고 열심히 했지만 회사의 사정상 이러이러하다고 둘러말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무능하다면 무능하다고 명확히 얘기해주고 내보내거나 직책을 박탈하는 것이 깔끔하다.
그녀는 책을 쓰기로 하고, 포스티잇에 글을 써서 모니터 아래에 붙였다고 한다.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자.” 나는 사업가도, 창업 예정인 사람도, 조직의 임원도 아니지만, 없는 일을 만들어 작은 성취를 해 나가는 것을 즐기는 월급쟁이이지만, 충분히 도움이 됐다. 그리고 박소령은 실패한 사업가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녀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
덧) 이 책은 ‘나의 기억’과 ‘지금의 생각’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매우 담담하게 감정을 빼고 사실 위주로 기술하고자 했기 때문인지, ‘~음’의 명사형 어미로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