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게임 - '세대 프레임' 을 넘어서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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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에 관한 이야기는 저자들마다 다채롭다. 비슷한듯하면서도 또 다른 지점을 짚어서 재밌다. 이 책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2018년에 나왔으니 몇 년 지나 현재의 한국 사회를 읽기엔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가 이젠 옛날이다. 박근혜 정부와 촛불 집회 시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소재를 빼면 지금도 의미있고 재밌게 읽힌다. 


“세대 게임은 사람들이 세대에 주목하도록 판을 짜서 어떤 전략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활동이나 움직임을 말한다.” 


보통의 세대론에서 다루는 ‘요즘 세대’에 관한 책은 아니다. 학문적으로 접근한 세대론, 세대 게임을 다룬다. 즉, 각 세대를 지칭하는 명칭이 어떻게 부여받고, 그 명칭에 속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의미 부여하는지 등 세대론이 만들어지고, 입히는 프레임, 그리고 각 세대들이 주장하는 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대론을 이용하는 정치판 등을 다룬다. 


흔히 세대는 나이 또는 출생년도에 따라 구분되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도 있다. MZ세대, X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의 명칭(시간 브랜드)은 전자에 해당하고, 촛불 시민, 태극기 부대 등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이나 살아온 경험과 배경을 바탕으로 한 주체성에 기반한 명칭(세대 브랜드)은 후자에 해당한다. 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명명되는 여러 세대의 명칭에 해당할 수도 있다. 나이와 출생년도에 따라 구분되는 세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여되는 것이며,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견해를 적극 드러냄으로써 명명되는 세대는 내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나이는 세대가 형성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지만,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서 스스로를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하는 세대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질문은 세대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어떻게 세대가 만들어지는지’를 향해야 한다.”


정치판에서는 이러한 세대론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노인과 청년층을 분리하기도 하고,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보수 계열이 지금의 노인 세대가 전후 한국 사회에서 힘들게 노력해온 노고를 칭송하고 위로하며 노인 세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진보 계열이 청년층의 어려움을 위로하며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래서 젊은층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인증샷 이벤트 같은 것을 하면, 노인 세대는 우리도 질 수 없다며 반대 심리로 투표를 하러 나오곤 했다. 그런데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던 선거부터 구도가 바뀌었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전략은 젊은 남성의 보수 지지율을 높이고, 반 페미니즘의 흐름을 만들었다. 젊은이들 중 남성이 보수로, 여성이 진보로 나뉘는 형태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노인 세대는 당연히 보수의 편이니, 보수가 청년 세대 중 남성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세대론을 이용한 싸움은 매우 위험하다. 단순히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걸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는 사회 갈등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한 갈등은 노인과 청년의 갈등이 아니라 젠더 갈등이다. 


“페미니즘이 반대하는 것이 남성이 아니라 남성 중심주의인 것처럼, 우리 역시 세대를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는 세대 프레임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세대 갈등을 맞게 될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남성 당하는 성적, 신체적 피해보다 여성이 당하는 피해는 압도적이다. 사례 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피해의 정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사귀던 남성에게 살해당하고, 집에 가다 얻어맞고 기절하고 성폭력 당하고, 납치당하려던 걸 지나가던 시민이 신고해서 겨우 구해지고. 여성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남성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다. 여성에겐 생존이다. 어제 본 뉴스 중 여성이 여성을 살해한 케이스도, 결국 피해자는 또 여성이다. 가해자는 남성이나 여성이 될 수 있는데, 피해자는 늘 여성이다.


“진실과 진리가 우리를 언제나 행복하고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특히 당사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 사실보다 믿음, 팩트보다 기분이 더 중요하다. 믿음을 방해하는 사실은 불편하다. 기분을 망치는 팩트는 더럽다.” 


팩트가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라도 우리는 진실과 진리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있는 사실은 사실 대로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지, 여성이 왜 사회적 약자냐, 여성만 피해자냐는 식의 대결 구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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