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리커버)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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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어딘가에서 최재천이 말한 것처럼, 하버드 간판이 아니었으면 그는 서울대 교수 중 대학입학시험 수석을 한 두 교수와 함께 자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라는 데 동의한다). 최재천이 학자로서 시작하고, 걸어온 삶을 읽으며,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여러 변수들로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서울대에서 하버드를 하게 된 과정이나, 선택한 전공이나, 기타 등등 미국의 대학 문화, 한국의 대학 문화, 교육 문화 등이 그때그때 영향을 미처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평소 최재천의 유튜브를 즐겨 보는데, 그는 매우 유쾌하다. 호기심이 넘치고 유머도 있고 늘 공부한다. 마흔을 넘겨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며,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최재천이 젊게 사는 비결은 호기심과 유머에 있다고 생각한다. 배울 부분이다. 공부는 끝이 없다. 화두를 갖고 파고들어야 한다. 지식을 얻든 지혜를 얻든. 


한국 사회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대학을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986년생 김예슬은 2010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중 대학 내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했다. "김예슬 선언"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고, 그 당시 고려대학교를 자퇴한다는 것은 이슈였다. 명문대를 자퇴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자퇴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슈였다. 얇은 그 책을 읽었을 때 매우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자퇴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1986년생이면 아직도 젊은 나이다. 2010년에서 2023년 13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젊다. 다시 돌아와서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자퇴'로 검색했을 때 무수히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대학이, 나아가 고등학교가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또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다. 단지, 아직 세상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그만두는 게 옳은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황할 뿐. 모든 것은 경험한 뒤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게 되니까.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아도, 대학에 가지 않아도, 공부는 해야 한다. 예전엔 정해진 코스를 밟아 명문대에 입학하면 그것으로 됐다. 입학 후 공부하지 않아도 명문대 간판이 모든 것을 보장해 줬다. (지금도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명문대 간판은 한국 사회에서 많은 걸 보장해준다.) 지금은, 대학 간판보다 실력이 중요하고,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사회가 너무 빨리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전공한 것 이외의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재천이 통섭을 이야기한 지는 오래 됐는데, 지금은 모든 것의 가로지르기가 필요한 시대다. 


이 책은 최재천, 안희경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빨리 읽을 수 있다. 공부와 학업, 교육 등을 넘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읽으며 내 상황에 대입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 것이다. 지식을 얻는 책이라기보다 대화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약한 지점은 토론이에요.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교과 과정을 마칩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미국 교육에 비해 좋은 점이 참 많아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이 바로,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훈련을 거의 못 받고 정규 교육 과정을 빠져나간다는 점입니다. - P159

성적을 잘 받은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관리에 충실합니다. 성실하기는 해요. 성적은 성실함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창의성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 P181

제자가 클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 선생의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은 씨앗을 자기 그늘에 뿌리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내치죠. 그래야 씨앗도 뿌리를 내리고 서로가 잘 자랄 수 있어요.
- P207

나는 ‘함께’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흔히 이런 상태를 공존이라고 묘사하지만,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공존에는 한참 못 미치는 혼존 상태라고 진단한다.혼존은 ‘함께’ 있지만 ‘제가끔’ 존재하는 상태를일컫기 위해 내가 새로 만든 단어다.혼존을 넘어 공존의 시대를 열려면떠밀려 섞이는 게 아니라 제대로 섞여야 한다. - P256

침팬지는 맹수에게 다친 친구를 보살펴주고, 어른 코끼리는 어린 코끼리가 안심하도록그르렁 소리를 들려줍니다. - P276

지식은 그러합니다. 취하고 삭히면서 버릴 것을 버리고 ‘안다’라는 인식에도 갇히지 않아야 온전히 나의 지혜로 살려낼 수 있겠지만, 일단 지식은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삶을 살리는 통찰로 솟구칠 구조물을 만들어 냅니다. 어린나무가 곧추서도록 지지대를 받치듯 우리 안에 있는 지혜가 붙잡고 일어날 버팀목을 세워내는 거죠. 공부 속에서 그 지지대를 만들어 나답게 사는 길을 내며 나아가야겠습니다.(안희경)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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