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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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에서는 공간적 중앙 감시를 통해 수감자들이 관찰당한다. 감시자는 중앙 기둥에서 사방팔방의 공간을 속속 볼 수 있고 말 그대로 감시할 수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어떻게 변했을까?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통해 자신을 자발적으로 드러내고, 내 정보를 스스로 내놓고 있다. 많은 정보를 자발적으로 내놓고, '개방된'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에게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람은 소위 인플루언서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희망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자유로워진 것 같지만, 더 감시받고 있다. 그리고 더 개방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듯 하지만, 나를 감시하는 알고리즘이 유도하는 길을 따라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 내가 관심갖는 분야들, 나와 견해가 유사한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불특정 다수이기는 하지만, 나를 둘러싸는 건 제한된 다수이다. 


"피로 사회"를 시작으로, 한병철은 여러 책을 통해 어떤 주제로 현대 사회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문장이 선언적이고, 추상적인듯 하지만, 따라 읽다보면 금방 읽는다. 그는 관찰하고, 독자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터전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준다. 인공지능이 짱먹는 시대가 오는 것 같지만, '생각하는 과정'은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닌가. 일독을 권한다. 




규율적 파놉티콘의 효과는 수감자들이 항상 관찰당한다고 느끼는 것에 있다. 그들은 감시를 내면화한다. 규율 권력에게는 "의식적이며 영속적인 가시 상태를 창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P13

디지털 정보 기술은 소통을 감시로 돌변시킨다. 우리가 더 많은 데이터를 산출할수록, 더 강렬하게 소통할수록, 감시는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휴대전화는 감시장치이자 예속장치로서 자유와 소통을 착취한다. 더 나아가 정보체제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지 않으며 자유롭다고 느낀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자유의 느낌이 지배를 확고히 한다. 이런 점에서 정보체제는 규율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유와 감시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지배는 완성된다.
- P14

정보 체제의 지배는 일상과 완전히 융합함으로써 자신을 은폐한다. 그 지배는 소셜미디어의 유쾌함과 검색엔진의 편리함, 음성 지원 장치의 편안한 목소리, 스마트앱들의 눈치 빠른 친절함 뒤에 숨는다. 스마트폰은 알고 보면 효과적인 정보원이다. - P17

담론은 자신의 견해와 자신의 정체성을 분리하는 것을 전제한다. 이 담론적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전투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고수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의 정체성이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그들은 그들 고유의 신념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들은 누구의 말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도무지 경청하지 않는다. 그러나 담론은 경청의 실행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경청의 위기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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