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받으며 사는 것의 의미 -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야드 마라 지음, 이정민 옮김 / 현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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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타인의 좋은 평가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요구하는 건 어렵다. 그런 바람을 내비쳤다가는 타인의 시선이나 신경 쓰는 사람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비나 동정 같은 건 바라지 않고, 거짓 박수를 받고 싶지도 않다. 평소 타인의 좋은 평가를 갈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 우리가 원하는 건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듯 보이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0

사람들은 온라인 활동에서 중요한 건 타인과의 관계 및 연결성, 정보 수집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정작 온라인 활동을 시작하는 동기가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희망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협력적이고 희망적인 모습만을 내보이는 등 의도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처럼 남과의 비교를 전제로 최고의 모습만 뽐내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자신감을 갖기란 힘든 일이다. - P15

평판은 사회적 동물의 가장 중요한 자산에 해당한다. 최고의 평판을 누리기 위해서는 순수한 의도와 경쟁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도덕성과 유능함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서 평판을 쌓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신이 도덕적이든 유능하든, 둘 다든, 둘 다 아니든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관찰자가 존재해야 한다. - P26

수치심은 일반적으로 체면을 잃을 만한 상황,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치욕적 상황을 타인이 생생히 목격했을 때 발생한다. 그럴 때 우리는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밖에 없다. - P45

죄책감은 숨거나 가린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고 다름 아닌 당신의 양심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수치심이 그 사람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라면 죄책감은 해당 죄에 한해 일어나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훨씬 많다. 당신이 뭔가를 어기기로 선택했고 그에 따라 응당한 평가를 받았다면, 이를 바로잡을 새로운 선택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수치심은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전반적 평가이므로 개선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 P46

심리학자 준 프라이스 탱니와 론다 디어링은 공동 저서 "수치심과 죄책감"에서 수치심은 자아 전체를 공격해 자존감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숨고 싶게 만들기도 하지만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고 분노까지 유발한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수치심의 의미가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면 죄책감은 ‘나는 죄를 지었어.’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자아비판의 과정을 거쳐 속죄할 수 있고, 피해자에 집중함으로써 이미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그 결과 공감 능력을 발휘해 보상 방법까지 연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죄책감은 수치심보다 훨씬 유연하고 도덕적으로도 유용하다. - P47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을 속인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지속적으로 거짓인 상태를 유지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감정의 전략적 역할에 대해 탐구한 명저 "이성 안의 열정"에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실제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사람들은 스스로 이미지를 관리하도록 진화하기도 했지만 거짓 이미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진화하기도 했기 때문에 거짓이라면 지속적으로 설득력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당신을 알아보게 되어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감정은 진실성을 보증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진실함은 꾸며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이들에게 확신을 주고 싶다면 진실한 감정에 수반되는 특징과 품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 P84

인간의 사회 활동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개개인의 도덕성을 구축하는 속성들이다. 나는 이 속성을 ‘성격’이라고 불러왔다. 성격은 특정 집단이 한 사람의 외부 활동을 지켜보면서 갖게 된 인상을 바탕으로 그 사람이 지니고 있다고 결론 내린 속성들로 구성된다. 이 같은 속성, 혹은 속성이 있다는 믿음은 특정 집단이 한 사람에게 갖는 기대감을 결정한다. 이 속성들을 바탕으로 집단은 그 사람을 존중하고 따를지, 아니면 폄하하거나 단순히 무시할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속성이야말로 인간의 도덕적 커리어를 궁극적으로 결정짓는 기반이다.(롬 하레,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사회적 존재") - P103

소문에는 무수한 부작용들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거짓으로 행동한다는 냉소적 결론에 이르는 걸 방지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구축한 평판은 꾸준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어브러햄 링컨이 말한 것처럼 "항상 모든 사람을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 - P105

나쁜 평가에 더 큰 중요성을 두고 반응하는 것은 그것이 진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쁜 평가는 듣기에 거북하지만 좀 더 진실한 정보의 원천일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더 큰 중요성을 띠게 된다. 이 때문에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조언이 그렇게 만연하고, 비판에 약간의 칭찬을 섞어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 P222

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자아가 단 하나의 단순한 개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 당신은 탄생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당신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행동과 선택들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당신이 과연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에 대해 말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해야 하고, 따라서 나의 서사는 그들의 서사와 일치해야 한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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