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은 전쟁이고, 나그네가 잠시 머무는 곳이며, 죽고 나면 명성은 잊힌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4

"우리는 없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무시한다. …… 삶은 그런 식으로 소진되며, 죽음은 예기치 못하게 다가온다."-루크레티우스 - P5

"당장 세상을 하직할 수 있는 사람처럼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6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구멍 꿇린 그릇에,
어떻게 해도 채워질 수 없는 곳에,
물을 길어 붓네.
-루크레티우스
- P8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 P17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올라가던 그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그 하루를 사는 것이다. - P18

사람은 두 번씩 죽는다. 자신의 인생을 정의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때 사회적 죽음이 온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가 더 이상 삶에 협조하기를 거부할 때 육체적 죽음이 온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수명은 전례 없이 연장되고 있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회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 사이의 길고 긴 연옥 상태다. - P18

"내리는 눈을 올려다보고 있자면, 모래시계 바닥에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만화 ‘허니와 클로버’ 주인공 - P22

"또 한 해가 가고 오네요."
"당신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선명해질까요?"
"아니요."
"그럼 더 혼돈스러워지나요?"
"그냥 빨리 흘러가요. 비 많이 왔을 때 흙탕물처럼."
-영화 ‘정사’의 대화 - P27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고, 상처 입고, 그러다가 결국 자기 주변 사람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유한함을 알게 되는 이러한 성장 과정은 무시무시한 것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확장된 시야는 삶이라는 이름의 전함을 관조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관조 속에서 상처 입은 삶조차 비로소 심미적인 향유의 대상이 된다. 이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다. - P37

첫째, 아무리 부부지만 상대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기 바랍니다. 특히 각자, 상대가 모르는 외로운 전투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배우자가 자신이 모르는 어떤 외로운 싸움을 혼자 수행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주기 바랍니다. 그래서 외로운 전투 중인 상대를 되도록이면 따뜻하게 대해주기 바랍니다.
둘째, 살다 보면 둘 중 한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잘못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 나머지 한 삶은 자연스럽게 그 잘못을 한 상대보다 우위에 서게 되고, 사정없이 비난을 퍼붓게 되기 십상입니다. 바로 그 순간, 제발 정도 이상으로 잔인해지지 말기 바랍니다. 외로운 전투 중에 실수한 상대를 되도록이면 따뜻하게 대해주기 바랍니다. - P47

"힘은 너무나 약했고, 목표는 아득히 멀었다. 목표에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지, 목표가 시야에 들어왔다고 해도.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세상을 맞게 되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다오."-베르톨트 브레히트, 후손들에게 - P69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지나온 학창 생활을 평가할 것인가? 학교 졸업 후 얼마나 높은 연봉의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되었는가가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현실에서 타인과 사는 일의 고통과 영광을 얼마나 잘 겪을 마음의 준비, 즉 정치적 덕성을 습득했느냐는 것입니다. 즉 얼마나 성숙한 정치 주체가 되었느냐 하는 것이, 졸업생들이 염두에 둘 만한 평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P114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는, "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삶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여러분들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있고, 진정한 평가의 시간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찾아옵니다. 그러면 미래에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어야 할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때 평가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보다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 P115

분노나 폭력이나 강제는 위력이 잘 작동할 때보다는, 위력이 자신의 실패를 절감할 때 나타나는 징후다. - P132

"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삶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몽타주는 필름에 대해 죽음이 삶에 행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이탈리아 영화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 P134

"스스로 대성당을 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완성된 대성당에서 편하게 자신의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생 텍쥐페리 - P146

아, 실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 사랑을 통해서 인생의 권태를 이겨내고, 사랑의 상상 속에서 협애한 자아를 넘어 보다 확장된 삶을 경험한다. - P162

유명 정치인들 중에는 간혹 부부가 배시시 웃으며 함께 투표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마저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홀로 기표소에 들어가야 한다. 공공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기표소는 국가가 운영하는 고독의 공간이다. 화장실에서 홀로 변비를 신음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똥을 공공의 변기에 흘려보내듯, 기표소에서 홀로 얼룩진 현대사를 신음하며 자신의 한 표를 공화국의 식도로 흘려보내야 한다. 이 고독을 통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사적 개인을 넘어 마침내 공화국의 시민이 된다. - P167

모든 이야기에 끝이 있듯이, 인생에도 끝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결말에 의해 그 의미가 좌우되듯이, 인생의 의미도 죽음의 방식에 의해 의미가 좌우된다. 결말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동안 진행되어온 사태의 의미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인간은 제대로 죽기 위해서 산다."는 말의 의미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삶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전적으로 자유와 존엄이 박탈당한 상태에서 시작되지만, 개개인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조율하여 존엄 어린 하나의 사태로 마무리하고자 노력한다. 비록 우리의 탄생은 우연에 의해 씨 뿌려져 태어난 존재일지언정, 우리의 죽음은 그 존재를 돌보고자 한 일생 동안의 지난한 노력이 만들어온 이야기의 결말이다. - P175

"사생아가 비천하다고? 사생아는 자연스럽게 불타는 성욕을 만족시키다가 생겨난 존재이니, 지겹고 따분한 침대에서 의무 삼아 잉태된 정실자식들보다는 낫지!"-셰익스피어, ‘리어왕’의 에드먼드 대사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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