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복제, 그 빛과 그림자
안종주 지음 / 궁리 / 2003년 1월
절판


복제 인간은 복제 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그에게 인위적으로 원본 인간이 살아온 것과 비슷한 조건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할지라도 그 원본 인간이 걸어온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복제 인간이 가진 습관이나 말투, 사고 방식 등은 원본 인간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그가 태어난 곳과 자란 곳, 다닌 학교, 가정, 국가, 그 사회와 문화, 과학 기술 문명 등 수많은 외부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제 인간은 원본 인간과 유전자가 같을 뿐 또 하나의 새로운, 완전한 인간인 셈이다. -42쪽

또 인간이 복제 인간을 만들어 자신이 해야 할일을 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편하게 살아갈 때, 반대로 복제 인간은 열심히 일해 문화를 개척하고 인간의 생활을 향상시켰을 때, 복제 인간들이 건설한 문화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리고 인간이 단순히 쾌락과 편리함만 추구하는 몸뚱이로 전락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아마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영화를 본 뒤 품은 상상인 것 같은데 복제 인간과 보통 인간은 단지 생식 세포의 결합으로 태어났느냐 체세포의 복제로 태어났느냐의 차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태어난 복제 인간에게 애초부터 복제 인간이란 표시를 하지 않는 이상 그가 복제 인간이란 사실조차 알 수 없다. 그의 세포를 떼어내 게놈 전체를 샅샅이 조사한다 하더라도 보통 인간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막연한 불안, 비과학적 사고 방식이 빚어낸, 과잉 염려증에 지나지 않는다. -44-45쪽

1995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설치된 미국의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NBAC)는 동물 복제 연구를 하는 이유로, 1) 연구 목적에 쓰일, 유전적으로 동일한 동물 집단을 만들기 위해, 2) 원하는 가축을 빨리 키우기 위해, 3) 형질 전환한 가축의 발생률과 증식률을 높이기 위해, 4) 가축의 유전자를 바꾸기 위해, 5) 세포 분화에 관한 기초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고 꼽았다. -79-80쪽

선스타인은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것은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릴 경우, 아이를 가질 것인지 가지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프라이버시권의 본질적 부분이라는 논거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개인의 자유나 권리도 정부가 제한해야 할 극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으나, 복제는 그렇게 제한할 타당한 이유가 못된다는 것이다. -198-199쪽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인간의 복제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이는 인간을 세상에 출생시키는 고귀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는 자신들의 진정한 부모를 가질 권리가 있으며, 남편과 아내의 결혼을 통한 사랑의 열매로 인정받아야 한다. 자녀는 우리의 설계에 따라서 제작할 수 있는 산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특정하게 요구되는 특성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교묘한 의도의 복사물로 태어나서는 안 된다.

(미 가톨릭교회 생명인권위원회의 견해) -218쪽

생명복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마를 파괴하는 일일 수 있다. 그것은 육상(六相)의 틀 속에 있는 변이가 아니라 인위적인 조작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야기되는 문제는 이 질서 파괴에 다른 업보이다. 이미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은 과학 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의 중심 테마가 되고 있지만 생명 복제에 따른 파장은 엄청난 후유증을 잉태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심각한 양상들은 삼독이 낳은 인과응보이다. 그러나 생명 복제의 과보가 안고 있는 문제는 보다 가혹하다고 본다. 더구나 특수한 목적에 악용될 경우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개발은 중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병조 동국대 부총장 '불교 윤리와 생명 복제' 中)-225쪽

언젠가 우리들은 뛰어난 소질을 가진 선량한 시민의 제일의 의무는 자기 자신의 혈연을 후세에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아가서 바람직하지 않은 소질을 가진 사람들의 존속을 허용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최대의 과제는,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가치가 덜한 사람들 또는 해가 되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지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유전의 거대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소질이 뒤진 사람들이 자손을 전혀 남기지 않도록 배려되기를 절실히 원하는 바이다. 특히 사악한 본성을 가진 경우에는 절대로 자손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범죄인은 단종(斷種)해야 하고 정신박약아에 대해서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 前 美 대통령, 1913년 발언)-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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