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모든 가능성을 가능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박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때에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롭다."("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 P18

우리는 수시로 길을 잃는다. 무지해서 오만해서, 무모해서 소심해서 자꾸 갈팡질팡한다. 그때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각성의 순간일 것이다. 내 걸음이 얼마나 볼썽사나운지, 자꾸 갓길로 새지는 않는지, 자신을 속이고 주변을 속이면서 앞서가려고만 하지 않는지 스스로 살피는 거다. 정직하게 묻는 거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는다. 고쳐 걷는다. 나답게 나아간다. 난 이런 정직함이 좋다. - P27

요가를 하면 몸이 가뿐해진다. 어깨의 힘이 빠지고 팔이 더 멀리 나아가고 허리가 유연해지며, 더 성큼성큼 걸어나갈 수 있게 된다. 온몸으로 자유를 실감한다. 그럴수록 여성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더 행복해지고 싶어진다. 여성주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무엇이 나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하게 하는가?"라고 물은 것처럼 여성이란 틀을 뛰어넘어 내 삶 전체를 관조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 난 분명 페미니스트다. 내 몸을 제약하는 것, 구속하는 것은 무엇이든 부당하며 그것을 다른 누구에게도 강요하고 싶지 않다. - P82

경쟁하는 요가는 없다. 요가엔 잘하고 못하고가 없으니까. 나도 안다. 알지만 이 습관적인 경쟁심을 떨쳐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비교하지 않고 쫓기지 않고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기까지 요가를 계속 해야나가야겠다. - P94

문제는 이겨먹고 싶은 마음의 함정이다. 정말 쓸데없는 것들에까지 경쟁심을 느낀다. 남들이 누리는 여가와 낭만까지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뭘 이겨먹고 싶은 걸까. - P95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라고 한다. ‘이것이 좋다’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에 놀랐다. 더 많은 장식,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생활 속 쓰임에 최적인 것만 고수하는 것이다. 금욕과 절제, 체념이 아닌 ‘선택’이다. 이로써 우리는 더 깊이 사물을 경험하고 만족하고 즐길 수 있다. 아주 멋지다. 무리해서 그 이상을 욕심내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무인양품을 완성하는 단단한 철학 아닐까. - P117

요가 책을 읽다가 수카와 두가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산스크리트어로 각각 ‘좋은 공간’과 ‘나쁜 공간’을 의미하는데, 전통 요가는 수카보다 두카를 우선한다고 했다. ‘둑을 터서 물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흐르게 하는 농부’처럼 허약하거나 경직된 부분(두카)을 발견해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의 심신은 자연히 수카 상태에 이르게 된다.
더하지 않고 빼는 것. 취하지 않고 버리는 것. 만들지 않고 비우는 것. 그러면서 자유롭고 새로워지는 것. 이것이 삶의 이치와도 맞닿아 있다. - P143

‘타인의 삶에 관심을 끊자.’
그렇게 다짐한 건 자기반성에서만이 아니다. 다분히 실리적인 사고의 전환이랄까. 남들 행복 운운하기 전에 내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 찬찬히 관찰해보기로 했다. - P148

패션지 "엘르"에서 배두나는 말했다. "스타일이란 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하죠." - P190

"요가에서 포즈(아사나)는 왜 생긴 건가요?"
흥미로운 질문에 대답은 이렇다.
"그저 앉아서 명상하는 것으론 마음의 폭주를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죠.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 대신 몸의 실감을 통해 더 쉽게 자신과 마주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아사나들이 생겨난 거예요."

그러니까 몸은 마음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에둘러 가지 않고 헤매지 않고 자신을 곧장 만나기 위해 호흡하고 몸을 움직인다. 이것이 거창할 것 없는 요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러 가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다. - P203

요가에는 드리쉬티라는 개념이 있다. 응시점을 뜻하는데, 동작을 취할 때마다 바라봐야 하는 한 지점을 말한다. 우리가 드리쉬티를 놓치면 마음은 제멋대로 떠돌고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몸은 균형을 잃고 흔들린다.) 이것은 매트 밖 삶에도 통용되는 지혜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수시로 묻고 붙들지 않으면 우리는 자꾸 길을 잃고 인생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 P208

요가를 수련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자격은 연습을 좋아하고 가능한 한 매트 위에 자주 서는 것이다.(요가 강사 키노 맥그레거)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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