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반지의 제왕> 피터잭슨의 야심작. 사실 피터잭슨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작업하기에 앞서 <킹콩>을 먼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 <고질라> 등 몇몇 괴물 영화들을 작업하고 있던 회사는, 이를 보류시키고 피터잭슨에게 <반지의 제왕>을 맡긴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엄청난 대작의 환타지 영화를 완성시켰고,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가 아주 어릴적 계획했던 <킹콩>을 만드는 일이다.

  9살때 피터잭슨은 티비에서 <킹콩>을 봤고, 저걸 영화로 꼭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년 뒤 어머니의 코트털과 침대 등을 이용해 킹콩흉내를 내는 등 실제 작업에 임했으나 실패했다. 그리고 영화감독이 되어 환타지 3부작을 완성시킨 다음, 그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도달해있을 때, 또한 영화란 이렇게 만드는 것이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 <킹콩> 작업에 다시 들어갔다.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도 그랬다. 어린시절 한강을 배경으로 괴물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저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본 거 같은데, 당시 영화를 보기 전에 인터뷰 기사를 접했던지라, 에이 괴물은 무슨 괴물 하고 별거 아닌 또 고질라 같은 영화 나오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정말. 대단한 영화가 나왔던게다. 일반적인 괴물영화와는 전혀 다른.



<반지의 제왕> 골룸과 <킹콩> 킹콩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
(출생 : 1964년 영국, 수상 : 2004년 BFCA Awards 배우조합상( 이상 네이버인물검색 참조))

  피터잭슨의 <킹콩>도 그의 어린시절의 꿈을 현실로 바꾼 것이다. 그는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성취감, 만족감을 얻었을테지만, 관객입장에서 바라본 나로서는 그냥 그런 영화였다. 킹콩의 섬세한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 신경썼다는 것은 인정한다. 감독은 킹콩의 표정연기를 위하여,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를 불러 동물학자와 함께 르완다에 보내 고릴라를 연구하고 오도록 했다. 그냥 컴퓨터 기술로서 만들어낼 킹콩이 아니란 판단에서였다. 앤디 서키스는 그곳에서 온갖 고릴라의 울음소리와 행동을 연구하고, 자신의 몸으로, 목소리로 연기했다. 그리고 이에 컴퓨터 기술을 이용 덧씌우기를 함으로써 킹콩을 완성해 나갔다. 킹콩의 사랑녀 나오미 왓츠나 영웅 시나리오 작가 잭 드리스콜 등이 킹콩을 바라보듯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허공상태가 아닌 무언가가 필요했고, 앤디 서키스는 이를 충족시켜줬다.



* 왜 원주민들은 이 여자만 '골라서' 데려갔을까. 이뻐서, 아니면 여자라서, 것도 아니면 뭐. 그리고 왜 킹콩에게 바쳤을까. 제물일까. 장난감일까. 것도 아니면 뭐. 그리고 킹콩은 왜 얘를 살려뒀을까. 질문하지 말라니깐. 뇌 비워.

  영화감독 칼 던헴은 거리의 삼류 여배우 앤 대로우와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기타 스텝들을 이끌고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해골섬으로 향한다. 수억만년전의 고대 정글이 보존되어있는 해골섬을 발견하고 이곳에서 영화촬영을 하려는데, 난데 없이 나타난 원주민들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결국 여배우 앤 대로우를 그들에게 빼앗기고, 그녀는 킹콩에게 제물로 바쳐졌다. 킹콩은 그녀를 먹지 않고 바라본다. 장난감처럼 건드리고 쓰러지면 좋아하고 하는 꼴이 꼭 아기같다. 왜 원주민들이 그녀만 골라서 데려갔는지, 킹콩에게 왜 바쳤고, 킹콩이 왜 그녀를 살려뒀는지는 물음표다. 킹콩영화, 괴물영화에 이것저것 질문하고 의심하는건 고상하지 못한 감상법이다. 그저 그러면 그런가보다 하고 보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질문은 삼가할 것.

 

* 아 저 불쌍하고 가련한 표정봐라. 너무나 인간적이다. 못생긴 귀여운 아이공룡둘리 보는 듯 하다.  이 킹콩 영화의 압권은 괴물의 섬세한 동작과 표정연기다.

   대개의 괴물영화, 공룡영화, 모험영화들이 그렇듯 꼭 문제아는 있기 마련이고, 문제아와 맞서 싸우는 동료가 존재하고, 영웅도 있기 마련이다. 또한 이쁜 여배우도 하나 있어야 하고, 이 여자를 둘러싼 갈등관계도 필수다. 한쪽에선 문제 일으키고 다른쪽에서 죽어라 냅다 뛴다.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을 보는 듯하다. 배경도 그러하거니와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줄거리도 비슷하다. 탐욕스런 인간의 욕심으로 희귀동물이 삶의 터전으로 옮겨져오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는건, <쥬라기공원>이나 <에일리언>과 다르지 않다. 출연자 중 일부는 출연료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액의 로또대박을 위해 또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희귀물 앞에는 돈이 존재한다. 희소가치가 클수록 돈이 되니까. 지구상 마지막 남은 킹콩이 당연히 돈이 안될리 없고, 얘를 데려와서 문제가 안될리도 없다. 괜히 자극해가지고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킹콩>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어드벤쳐 괴물영화의 시나리오를 벗어나지 못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결국 군대가 동원되고 미사일과 총알을 퍼붓고 괴물을 쓰러뜨린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처치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헐리우드 킹콩은 절대 헐리우드 규칙을 깨지 않는다. 이쁜 여자 위해 내 몸 다 바쳐 방패막이하고, 스스로 몸을 떨구는 킹콩은, 영화 속 누군가의 말처럼 군인이 죽인 게 아니라 이쁜 여배우가 죽인 거다. 괜히 나타나가지고는. 그런데, 나오미 왓츠, 대사가 거의 없다. 꼭 나오미 왓츠가 아니어도 상관없지 싶은데. 뻔한 괴물영화지만 뻔한 괴물영화를 좋아한다면 원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백년고독 2007-02-2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 저도 강추~~

마늘빵 2007-02-2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무난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죠. 킹콩이 꽤 귀여웠어요. 불쌍하기도. 인간과 비슷한 행동방식과 표정에서 때문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