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내 얘기를 들어줘"가 뭐냐. 너무 식상하잖아. 이 영화는 전형적인 전설의 고향 코드를 답습하고 있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조선시대 외딴 산골마을이 현대적 도시와 바닷가 갯벌 마을로 둔갑했을 뿐. 굳이 범인을 예상하지 않고 봤기 때문에 - 범인이 누군지 짚어낼라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작업이니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겨 관람했지만 뻔히 들여다보였다.  '일반적인' 공포영화라면 어김없이 사건의 단초가 되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아 이런 단어만 들어도 이제 다 보여) 그리고 사라진 한 소녀. 그럼 뻔한거잖아. 한 소녀가 원한을 품었고, 그녀를 괴롭힌 남자들(왜 항상 남자가 되어야 하지, 이제 여자로 바꿀 때도 됐는데)을 찾아다니며 복수를 하는거 아니겠어.



* 솔직히 송윤아 때문에 봤다. 나오는 영화마다 족족 별로 아니었지만 배우 송윤아를 좋아하기에. 그녀가 나왔던 영화 중 제일 나은 선택은 <사랑을 놓치다>이다. 다른 영화들은 영 꽝이다. 그녀의 연기가 영 꽝이라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영 꽝이다. 요새 작품활동 안하는거 같은데 뭐하고 지내나 궁금하네. 

  죽은 세명의 피해자는 확인 결과 컴퓨터로 같은 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렇담 수수께끼는 메일 안에 있을 것이고, 메일을 살펴보니 웬 이쁘장한 소녀의 홈페이지가 뜨더라. 근데 확인해보니 죽었더라. 그렇담 죽은 소녀가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거네. 그녀가 살았던 강원도 바닷가 마을로 떠난 소영은 그곳에서 이상한 소문을 듣고, 사건을 슬슬 풀어나간다.

  돌아온 소영은 갑자기 첫번째 희생자의 집 마당에 묻어둔 검은개의 시체를 끄집어내어 배를 쑤시고 안에서 뭔가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 물건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왜 소영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서 죽은 개의 배를 쑤시고 물건을 빼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행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영화는 이런 식이다. 하나의 행동과 행동 사이에는 행동하기 위한 어떤 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되는대로 가다가 사건의 중요한 증거를 잡아내는 식이다. 예상된 최종 희생자가 죽는 순간 이들이 도착한 것 하며, 이들이 왜 별 다른 이유도 없이, 그 먼 곳까지 동민을 찾아갔는지,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아무 것도 연결되지 않는다.



* 영 연기가 어설퍼. 이동욱. 그래도 2000년부터 꾸준히 한편씩 모습을 드러내고는 있는데 아직 멀었다 싶다. 벌써 7년째인데 이제 좀 나아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아직 그에겐 작품 속 캐릭터 분석에 대한 시각이 부족한 듯 하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고민이야 말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기초가 될텐데.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배역을 맡았음에도 두드러지지 못했다. 화면만 가득 채웠지 화면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감독은 신인이지만 이전에 단편영화나 기타 등등의 경력이 꽤 화려한 사람이던데 왜 이런 생각들을 못했을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보더라도 그냥 보이는 이런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들을 왜 해결하지 않고 영화를 그대로 내보냈을까. 함께 있는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모니터링만 해봐도 보이는 이런 가벼운 문제들을. 그랬다면 뻔하디 뻔한 공포영화라 할지라도 그냥 그러려니 할텐데 하나의 완성된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짜임새가 없다. 공포영화는 예상치 못한 장치가 많이 등장할수록 기발할수록 재밌어지는데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 투성이였다. 관객과의 머리싸움에서 감독은 철저히 졌다. '전설의 고향'이 그리운 사람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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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1-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송윤아 주말 드라마 '누나' 라는데 얼굴 나오던데요 ^^;;;

마늘빵 2007-01-2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제가 드라마를 잘 안봐서. 요새 주몽만 보고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