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지음, 김봉래 옮김 / 문지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타나엘이여!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을 던져 버려라.
 그리고 밖으로 달려 나가라.
 나를 잊어버려라.

1927년 7월 앙드레 지드

 "이 작은 책에 씌여있는 그 어느 내용보다도 그대 스스로가 모든 것에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도록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라고 밝히듯 이 책은 그저 한 세계에서 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도우미 역할만 할 뿐이다. 그대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이 책은 많은 부분을 건드려주고, 고독에 빠지게도, 슬픔에 빠지게도, 안락함에 빠지게도 한다. 언어는 시적이고, 아름다우며, 추상적이고, 또한 구체적이다. 주저리 주저리 긴 언설 늘어놓지도 않으며 짤막한 시구절의 형식을 띠고서 너의 욕망과 본능을 일깨워 줄 것이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다정다감하게, 이미 말을 뱉어낸 자와 상관없이 그것은 읽은 이 각자에게 각기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욕망에는 이득이 있고, 그 욕망의 만족에도 이득이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욕망에는 증가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로 그대에게 말하거니와, 나타나엘이여! 욕망의 대상을 가진다는 것은 언제나 허망한 소유보다도 나를 풍부하게 하여 주었노라고 고백한다. '욕망은 채워지는 법이 없다.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13)

 "나타나엘이여! 그 모든 책을 언제 우리들은 불살라 버리게 될 것인가!
바닷가의 모래가 부드럽다는 사실을 책에서 읽은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나의 맨발이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먼저 감각이 앞서지 않은 지식은 일체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 (P34)

  "삶과 꿈을 연결시키지 말고 현실 속에서 영혼의 시를 찾아내도록 하라. 현실 속에 시가 부재 중이라면 그대의 삶 속에서 시를 가꾸도록 하라."(P205)  

  모든 언어는 이토록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어떤 말도 버릴 것이 없으며, 어떤 말도 나에게 해당하지 않는 법이 없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자라면 누구나 이 책의 어느 한 대목에 멈추어서서 한동안 반복해서 읽고,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길 것이다. 언어는 매우 간결하나 글자수가 적다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한 페이지에 담긴 글귀들의 힘은 나를 억누르고 책장의 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무겁다. 나타나엘이여. 그대는 하나의 개인인 동시에 모두이다. 나타나엘이여 그대는 바로 나 자신이다. 여기 숨죽이고 그대를 느끼는 나 자신이다.

  "내 삶의 마지막 문은 항상 벌판을 향해 열려 있었다. 걷고 싶은 욕망, 거기엔 길이 열리고, 쉬고 싶은 욕망, 거기엔 그늘이 있다." 나타나엘이여. 그대는 나를 읽고 나를 떠난다. 그리고 저어기 벌판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너의 열정을 불태우고, 희망을 이룰지어다.

  이 책은 살아 숨쉬는 모든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고민하는 자를 위한 책이다. 어떤 편견과 선입견과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하얀 백지상태로 이 책을 접할지어다. 여기 씌여 있는 글들은 모두 당신의 사실에 대한 고백일지니. 이 책을 다 읽은 뒤에 던져버려라. 하지만 네가 무엇으로든 괴로워할 때 다시 손에 쥘 수 있도록 주변에 버려두어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고민과 생각들은 앞으로 한참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니. 너의 삶이 끊임없이 지속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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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6-12-1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있는대로 살아내긴 쉽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하나에요.

마늘빵 2006-12-1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아직 확실히 와닿진 않아요. 좋은 책이란 건 알겠는데. 다음번에 다시 봐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