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알아서 할게요 - 내가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
시모주 아키코 지음, 유나현 옮김 / 니들북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19-20
요즘 일본 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표현하자면 ‘촌탁(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헤어리는 것이지만, 최근 상대방을 과하게 의식하는 데에서 오는 폐해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음)’이다. 자신의 생각은 다른데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니 눈치가 보여 견딜 수 없다. 결국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억누르고 남들의 생각을 따른다. 나중에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관철한 사람을 깎아내려 자기들과 똑같이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20-21
난감하게도 국가는 수년간 소자화(일본에서 저출산을 표현하는 말)를 이유로 아이 갖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3세대 동거를 제안하거나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무언의 압력이 아닌 유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개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79
"아이는 아직 없나요?"
이 무슨 실례되는 말인가. 왜 그렇게 남 걱정을 할까. 예의에 어긋나는 말이라는 인식은커녕 오히려 아이의 유무를 묻는 질문이 일종의 인사말이 돼버렸다.

79
아이를 갖는 데 따르는 책임은 무겁다.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아이의 인생까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은 아이를 자신의 분신이나 일부로 간주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 배 아파서 낳고 기른 아이라 해도 나와는 다른 하나의 개체이며 별개의 인간이다.

208-209
나는 아이 낳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부모 될 사람 하나하나가 아이를 사회로부터 맡아 기른다는 자각을 가지고 성인이 되기까지 책임지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가 있든 없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각자의 인생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23
결국 사람의 마지막에는 누구나 예외 없이 혼자이다. 주위 사람들의 기억에 얼마나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은 죽은 사람을 둘러싼 살아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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