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는 권력관계다 - 탁석산의 글쓰기 4 탁석산의 글쓰기 4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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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시리즈가 완간 되었다. 1,2,3권이 연달아 나온 뒤 한참 뒤에 등장한 책이라 그런지 표지가 많이 바뀌었다. 그냥 보기에는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1,2,3권이 하나, 4,5권 따로로 보인다. 그러나 본래 탁석산이 의도 했던 것은 1권부터 5권까지 한꺼번에 시리즈로 묶는 것이었고,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이라는 시리즈 이름 아래 다섯권이 모두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책의 겉모양 보기대로 1,2,3권과 4,5권을 따로 묶어 보아도 상관없을 듯 하다. 1,2,3권은 논증적 글쓰기에 관한 책이고, 4,5권은 토론과 보고서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1,2,3권에서 얻는 내공을 가지고 실전에 적용하는 안내서라고나 할까. 그리 보면 될 듯 하다.

  4권 <보고서는 권력관계다>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보고서 작성부터 시작해 대학생의 레포트와 학위 논문에 이르기까지 '보고서'라 총칭되는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 한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먹으면 탈이나기마련이지만 탁석산은 이 얇은 책자에 모든 것들을 조화롭게 담아냈다. 탁석산은 시시콜콜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왠 잡소리가 이렇게 많아, 하고 투덜댈 독자도 있겠지만 잘 읽어보라. 시중에 나와있는 경영/실용서에 분류되는 다른 실용적 글쓰기 책과는 확실히 다르다. 탁석산은 잡다한 소리 다 빼놓고 '보고서란 무엇인가'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 논술에 비유하자면 맞춤법, 띄어쓰기, 문단 나누기 이런거 지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논술을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대해 풀어놓는다고나 할까. 실용적 글쓰기 책을 보고서도 우리가 글을 잘 못쓰는 이유는 핵심을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탁석산의 책이 뛰어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유치한 어디서 주워온 듯한 사진들 하며, 지들끼리 웃기다고 좋아라하는 만화들 하며 이런 것들은 독자로 하여금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책이 가볍게 보인다고 내용도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보고서는 1/4쪽에 담아낼 수 있다고 한다. 대학 레포트든, 직장 보고서든, 학위논문이든 모든 보고서라 총칭되는 것들은 다 1/4쪽안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자신이 쓰려고 하는 보고서의 핵심을 본인이 알고 있으면 된다. 내가 레포트를 쓰고서도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보고 이해 안돼끙끙거린 적이 한번쯤 있을터다. 나도 어제 대학원 발제하면서 그랬다. 발제지는 잘 만들어놓고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끙끙, 내가 쓴 글보고서 왜 뭐지 뭐지 다시 공부하고 이랬다. 1/4쪽 안에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을 담아낼 수 있다면 게임 끝난다. 길게 쓰는 것보다 줄여 쓰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요약을 하려들지 말고, 논증을 구성해라. 그것이 탁석산의 비법이다.

  탁석산은 이미 이전의 글짓는 도서관 시리즈 어떤 글에서 논술 시험에 가기 전에 쪼꼬렛을 먹으라는 등 뭘 책에 담기 뭣한 소리까지도 담아냈다. 이번에도 그는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일부러 틀리라는 등 헛소리(?)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의 글은 매우 쉽고 유치한 듯 하면서 또 엉뚱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보면 전문적인 글쓰기 책이 담아내야 할 부분까지도 다 다루고 있다. 이게 이게 굉장히 어려운 거다. 레포트를 쓸 때 '나'를 주어로 써라. '자기 글을 써라' 누가 모르나.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이야기들까지 하면서 독자를 배려한다. 레포트 한번 안써본 대학 신입생부터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직장인까지 참고할 수 있는 보고서 작성법의 안내서다.  다른 글쓰기 책처럼 너무 뻔하고 딱딱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지금 당장 보고서를 써야겠는데 머리 끙끙 싸매고 있는 사람, 어떻게 하면 상사가 내 보고서를 맘에 들어할까, 어떻게 하면 내일 강의 발표에서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바로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강력 추천. 요 시리즈의 그의 다른 책들도 모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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