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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ㅣ 반올림 3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1월
평점 :
나의 중학교 1학년 시절은 어땠었지?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되돌아 봤지만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당시에는 중학생이 된다는 것에 대해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했을텐데 지나고 보니 그저 그랬던 학창시절의 한 학년이었을 뿐인 것 같다.석차가 쓰여진 성적표와 여러 선생님들과의 수업이 초등학교와는 다른 차이점이었던 것 같긴 하다.
나의 무덤덤한 기억과 달리 이 책의 주인공 마르고의 중학교 1학년 생활은 흥미로운 사건들로 가득하다. 간혹 어린이나 청소년이 화자로 나오거나 그들의 눈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글을 읽을 때 드문드문 어른의 목소리가 튀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어색하다 싶을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마치 실제 중학교 1학년이 된 학생이 쓴 글인 것 같은 생동감이 넘친다.입학통지서를 받고 한 구절,한 구절을 고민하는 모습과 예방 접종 카드나 입학금 때문에 우왕좌왕 하는 이야기, 의욕에 넘쳐 친구들에게 제안한 모임이 무산되는 사건과,수 업중 단어장을 돌리는 모습, 또 친구들과의 바다 여행에서 병을 돌려 지목하는 친구를 껴안는, 사춘기 아이들스러운 놀이까지. 작가는 중학교 1학년생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작가가 각 사건들과 그것을 대하는 마르고의 심리 묘사를 매우 생동감있게 표현하여 읽는 독자는 미소를 지으며 글을 읽어가지만 사실 그 일들을 하나하나 겪어가는 마르고는 설레기도 했지만 긴장하며 걱정하기도 하고, 불평하고 무언가 바꿔보려고 애쓰기도 한다. 이런 마르고에게 엄마는 늘 말한다. “걱정마.곧 익숙해질거야” 사실 이야기가 마르고의 엄마 입장에서 전개되었다면 아마도 이 글은 내가 나의 중학교 시절을 회상했을 때처럼 무덤덤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마르고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므로 걱정하거나 들떠있는 딸의 모습을 이렇듯 생생하게 느끼고 묘사하지 못했을 것이다.여러 페이지에 걸쳐 묘사되었던 입학통지서 부분도 ‘마르고가 입학통지서를 받았다.남들 다가는 중학교인데 걱정이 대단하다.곧 익숙해질거라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유난스럽다’로 끝나지 않았을까. 또한 새로운 선생님들과의 만남,친구들과의 갈등과 우정,어려운 과제와 시험을 겪으며 어느덧 1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감사할 수도,웃어 넘길 수도 있게 된 마르고의 모습이 엄마의 눈을 통해서도 세심하게 드러났을까?
이 글은 실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중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읽어도 많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때를 지나온 독자가 읽어도 그 시절에 다시 한 번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잠시 마르고가 되어 함께마음 졸이며 기대하고,실망하며,흥분하고 때론 목소리 높여 비판도 해 보고,머리 아프게 고민도 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 즐거웠다.이런 청소년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낸 작가의 역량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