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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가난한 사람에게 담보없이 소액융자를 해주는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자서전이다. 그는 섣부른 동정이나 적선은 오히려 가난한 사람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지만, 소액 융자는 그들이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라 하였다
방글라데시의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였던 그는, 글을 모르고 더구나 담보도 없어 은행에는 가까이 갈 수도, 대출을 받을 수도 없이 고리대금에 묶인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 하다 은행을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그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의 소액 융자 프로그램은 이제 전 세계에 도입되어 빈곤 퇴치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신나는 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과연 융자를 받은 사람이 돈을 제대로 갚기나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었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의 대출 상환율은 98%에 이른다고 한다.그가 말했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나도 갖고 있었다...
그는 융자의 대부분을 여성에게 해주었는데 그 이유는 집안에 식량이 떨어지면 제일 먼저 굶는 것이 여성이며, 남성은 돈이 생기면 자신을 위해 쓰지만, 여성은 자녀를 교육시키고 집안을 돌본다는 이유에서였다. 초기에는 돈이 필요없다며 기피하는 마을 여성들을 설득해가며 융자를 받아 자신의 소규모 사업을 (주로 가내 수공업)을 시작하도록 도왔다.
여성들이 경제력이 생기면 남편을 무시하여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진다하여 이슬람의 지도자들까지 나서 반대를 하고 심지어 융자 받은 사람을 기독교로 개종시킨다는 소문까지 퍼뜨렸다고하는데 그런 모습들 속에서 이슬람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종교적 계율에 의해 억압되고 있는지도 사실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라민 은행의 또 다른 특징은 5명을 한 그릅으로 하여 대출을 해주어 서로 상환을 하는데 협력하고 격려하도록 한 점이며 상환을 매일 조금씩 나누어 하도록 한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은행을 생각하게 되었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는 일반 은행이 하는 방법의 반대로만 했다고 대답하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위해 그토록 창의적인 생각을 해낸다는 것조차도 놀랍기까지 했다.
어느 책에서 "지구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 것은 인구가 많아서도 아니고, 식량이 부족해서도 아니며 한 사람의 이기주의자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내고자 하는 꿈을 지닌 한 사람이 일궈낸 갚진 성과를 읽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