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난  /  이윤택

살아 있다, 난 아침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살아 있다, 공복의 담배를 깊숙이 들이 마시면서
살아 있다, 난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이란 시간이 내게 할애해 줄 좋은 일을 생각한다
그래, 살아 있다,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산책을 나간다, 긴 장마 사이 언뜻 비치는 한 평 반 푸름을 위안 삼고
아파트 옆 개천 위로 둥둥 떠 밀려가는 저 찌꺼기들 까지 아름답게 느끼려 한다
창을 열고 젖은 이불을 널어 말리는 사람들
모두 용케 살아 있다. 유리창을 닦고 전구를 갈아 끼우면서
이런 식으로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매일 조금씩 불투명 해 지는 창일지라도
매일 화분에 물을 주는 사람들
살아 있다는 것이 즐거운 건지 쓸쓸한 건지
한때의 반짝임 인지
어느 순간 맥없이 부서지는 오르간 인지
잘 모른다. 알고 보면 가혹한 시간, 그러나
이 가혹함을 견디면서
살아 있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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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5-1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또 화초에 물을 주며 함께 웃자...환한 꽃잎으로 웃자...

책숲 2007-05-2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한 꽃잎같은 분이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