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비룡소 클래식 14
생 텍쥐페리 글 그림,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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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너무도 익숙한 책이지만 사실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소개된 구절들이 참 좋다 싶었지만 그래서 다 읽은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까. 학생시절에 모자가 나오는 앞부분만 몇 번 보다 무슨 이야길 하려는 거야...하며 덮어버렸던 것도 같고 뱀에 물려 죽네 하며 줄거리 파악만 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 오늘 다시 이 책을 골라 읽었다. 요즘말로 까칠한 성격의 장미가 버거워 별을 떠났던 어린왕자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사랑하는 나의 두 아이들...말로는 쉽게 사랑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 너무 버거웠었다. 제발 나를 좀 내버려뒀으면...그치지않는 아이들의 요구와 고집에 지치고 힘들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말했다 "아저씨...내 꽃 말인데...나는 그 꽃에 책임이 있어! 더구나 그 꽃은 몹시 연약하거든. 몹시도 순진하고. 별 것도 아닌 네 개의 가시를 가지고... " 이 구절을 읽는 데 눈물이 맺혔다. 정말 어리고 연약한 나의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을 피하고 싶고 맞서고 싶은 정말 어린아이같은 내 모습.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들인데, 그리고 나의 품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인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나도 어린왕자처럼 별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뱀에 물려야면 갈 수 있는 곳일까. 나의 어떤 희생이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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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4
앤서니 브라운 그림, 그림 형제 원작, 장미란 옮김 / 비룡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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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미적거리는 아이 둘을 다그치며 준비시켜 유치원으로 보냈다. 유치원이 가까워 오누이가 같이 걸어가는데 "어서 가" 하며 문을 닫는 순간 들려온 둘째의 말 "오빠, 엄마 너무 무섭지?" 그 말을 들으며 문득 헨젤과 그레텔이 생각났다.  우리집 두 오누이는 어떤 마음으로 유치원을 향했을까...

어릴적 매일 혼만 내는 엄마가 분명히 계모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나에게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는걸 보면 계모가 틀림없다' 는 내용의 글을 적어 서랍속에 넣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 글을 읽은 엄마가 내 앞에서 고모에게 깔깔 웃으며  글 내용을 얘기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표현못할 그때의 감정뒤로 그래도 웃는걸 보니 계모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옛날 이야기에는 유난히 계모가 많이 나온다. '차라리 우리 엄마가 아니었으면..' '차라리 내 아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 깊숙한 곳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건 아닐까... 현대적으로 각색된 이 책도 줄거리는 원형그대로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버린다는 설정때문에 그동안 아이들에게 읽어주지않았었는데 앞에 일을 겪고 읽어주니 그래도 아이들은 '낯설게' 그리고 재미있게 듣는 듯했다. 

7살된 큰아이에게 엄마한테 혼나면 무슨 생각이 나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무섭고, 집을 나가고 싶다'고 한다.  자발적은 아니었지만 집을 나갔다 돌아오니 새엄마가 죽어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기왕이면 착한 새엄마가 다시 생기는 결말은 어떨까. 착한 엄마로 변신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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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남기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남긴 여운이 너무도 강력하다. '구토유발자'라고 하고 싶다...

한석규라는 배우를 좋아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다정다감한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비열함' 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섬뜩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영화는 도대체 왜 만드는 거야...이 영화를 엽기적인 코미디라고 권해준 비디오가게 아주머니가 엽기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악의 재생산'에 대해 실감하게 해주었다. 어디선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을 일들... 폭력앞에 인간은 너무도 무력하다는 것도 느끼게 해준다.

'악순환'이란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그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아마도 진정한 용기가 있는 사람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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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
루이 쉬첸회퍼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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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앞 부분에는 '당신이 당신의 어머니나 자녀와 지극히 만족스럽거나 평범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면 , 안심하고 이 책을 덮어도 된다' 라고 적혀있다. 난 아무 망설임없이... 이 책을 계속 읽어갔다. 그래...난 엄마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가 평범하지않다. 난 많이 힘들었고 엄마를 닮은 내 모습을 닮아가는 아이를 보며 두렵기도 했다. 

저자의 첫번째 관심사는 '어머니 신화'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맞다. 엄마로 인해 힘든 것 자체보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어려운 것 자체보다 왜 우리 엄마는 '엄마'같지 않은가, 나는 왜 '엄마'답지 못한 가가 더 나를 힘들게 했다. '신화'라 할 만큼 '엄마'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선하고 희생적이다. 거기에 비추어 현실은  너무 거리가 있었던 거다.  

저자의 두번째 관심사는 어머니와의 관계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썼다. 많은 자녀들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자신의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있다고한다. 저자의 세번째 관심사는 어머니-자녀 관계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라 한다. 고통스럽고 아픈 경험을 극복하지않으면 그 고통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밖에 없단다. 책을 계속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이 책에서는 어머니를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고 성인이 된 자녀들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 어머니들의 모습이나 자녀들의 마음이 보다 생생하게 전해진다. 저런 엄마가 있을까 싶은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사실을 기술한 것이고 네가지의 유형이 조금씩은 내속에도 있다고 생각도 되었다. 

나는 주로 5장을 관심있게 읽었다. 안타깝지만...'애정결핍형 어머니'가 나와 내 어머니의 경우와 유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엄마가 이 글을 읽는다면 뭐라고 할까...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하실까?  그럴수도 있지만 ...많은 어머니들은 표현을 한다는게 '문제'라 할 수 있다.

애정결핍형 어머니들의 특징은 스킨쉽을 비롯한 애정표현이 없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지나친 편애를 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녀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깊은 애정으로 대하지 못한다는 점이라 한다. 하지만 이책은 '경험하지 못한 사랑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물려받았거나 성장기때 배우지 못한 것을 성인이 되어 배울수 있는 가능성은 20%라고 한다. 저자는 이 20%로 많은 사람들이 아주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도 인터뷰를 통해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일, 다정다감한 행동 등도 성인이 되어 배울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7장에서는 '어머니-자녀 관계 극복하기'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애정결핍형의 경우 첫번째 단계는 '자신이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쓰라린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 들이는 것'이라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삶과 화해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게 한다고 한다. 두번째 단계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긍적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다가가라고 한다. 번지수가 틀린 곳만을 헤메지 말라는 거다.

이 책은 '당신 스스로에게 당신의 부모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라' 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어머니는 이제 나에게 과거이다. 물론 지금도 곁에 계시지만 나는 이제 엄마의 사랑이 절대적인 아이가 아니다.  내 스스로 자애로운 엄마가 되어 나를 보살피고 내 아이를 나아가 엄마까지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나에겐 사랑을 배울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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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砂 속에서  

                                        나희덕

 

놀고 들어온 아이가 양말을 벗으며 말했다

 

-아빠가 불쌍해요

-왜 갑자기?

-아빠는 죽어가고 있잖아요.

-대체 무슨 소리야?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죽는다는데

아빤 우리 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으니까요.

 

양말을 뒤집어도 바지를 털어도 모래투성이다

아이는 매일 모래를 묻혀 들어온다

그리고 모래알보다 많은 걸 배워서 들어온다

 

사람은 죽어가는 게 아니라구,

살아가는 거라구,

밥을 안치면서 나는 말하지 못했다

젖은 쌀알이 모래처럼 서걱거렸다  

 

아이가 묻혀 들어온 모래를 쓸어담으면서

완전히 쓸어담지도 못하면서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창 밖을 본다

간신히 가라앉은 모래를

바람은 또다시 일으켜 어디론가 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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