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砂 속에서
나희덕
놀고 들어온 아이가 양말을 벗으며 말했다
-아빠가 불쌍해요
-왜 갑자기?
-아빠는 죽어가고 있잖아요.
-대체 무슨 소리야?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죽는다는데
아빤 우리 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으니까요.
양말을 뒤집어도 바지를 털어도 모래투성이다
아이는 매일 모래를 묻혀 들어온다
그리고 모래알보다 많은 걸 배워서 들어온다
사람은 죽어가는 게 아니라구,
살아가는 거라구,
밥을 안치면서 나는 말하지 못했다
젖은 쌀알이 모래처럼 서걱거렸다
아이가 묻혀 들어온 모래를 쓸어담으면서
완전히 쓸어담지도 못하면서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창 밖을 본다
간신히 가라앉은 모래를
바람은 또다시 일으켜 어디론가 쓸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