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 특집호에는, 아까 올린 한국의 등산문화에 관한 기사 외에도, 늘 그렇듯이, 흥미를 끄는 기사들이 아주 많았는데,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을 다룬 다음 기사를 특기해두고 싶다.


  인쇄본에는 "The Book of Numbers"라는 제목이 붙었고, 웹상에는 "How data analysis can enrich the liberal arts"라는 부제를 표제로 올려두었다. https://www.economist.com/christmas-specials/2020/12/19/how-data-analysis-can-enrich-the-liberal-arts


  기사는 이탈리아의 예수회 신부, Roberto Busa(1913 ~ 2011)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https://en.wikipedia.org/wiki/Roberto_Busa

  Busa 신부님은 1941년부터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뭉치(corpus)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석하던 중 기계의 도움으로 이를 좀 더 쉽게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고(나도 몇 번 노역을 수행한 적이 있지만 '데이터 눈알 붙이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1949년 IBM의 왓슨을 만나게 된다. 30년 만인 1980년, "Index Thomisticus"가 56권의 책으로 나왔고, 이것이 바로 디지털 인문학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Index_Thomisticus

  그리고 어느덧, Google Scholar에 올라와 있는 학술논문들 가운데 '디지털 인문학'을 언급한 것이 75,000개를 넘고, 이는 벌써 '보나파르트 나폴레옹'(57,000개), '로미오와 줄리엣'(66,000개)을 언급한 논문의 수를 넘어섰다. 놀랍게도 그 75,000여 개 논문 대부분은 2016년 이후에 발표된 것들이다.

  Google Scholar에서 'Digital Humanities'를 자신의 전공 분야로 올려 둔 학자도 여러 명이다.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Nello Cristianini, Satoshi Tanaka, Lev Manovich, Amardeep Singh, Graeme Hirst, David De Roure, Gerik Scheuermann, David A. Smith, Shlomo Engelson Argamon, Antal van den Bosch 등이다. https://scholar.google.com/citations?hl=en&view_op=search_authors&mauthors=label:digital_humanities


  기사는 다음과 같은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다(우리도 논문을 공부하여 쓰는 기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Barbara McGillivray (The Alan Turing Institute) https://www.turing.ac.uk/people/researchers/barbara-mcgillivray

  McGillivray, Barbara, Simon Hengchen, Viivi Lähteenoja, Marco Palma, and Alessandro Vatri. "A computational approach to lexical polysemy in Ancient Greek." Digital Scholarship in the Humanities 34, no. 4 (2019): 893-907. https://doi.org/10.1093/llc/fqz036




  Frederick Mosteller, David Wallace가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의 말뭉치를 분석하여 12개 익명 에세이의 저자가 제임스 매디슨의 저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한 연구는 유명하다.

  Mosteller, Frederick, and David L. Wallace. "Inference in an authorship problem: A comparative study of discrimination methods applied to the authorship of the disputed Federalist Papers." Journal of the American Statistical Association 58, no. 302 (1963): 275-309. https://doi.org/10.1080/01621459.1963.10500849




  최근에는 '깊이 읽기(close reading)'와 구별되는 '거리두어 읽기(distant reading)'를 통하여 언어적 유행을 분석하는 연구들도 있다.

  관련하여, Underwood, Ted. "A Genealogy of Distant Reading." DHQ: Digital Humanities Quarterly 11, no. 2 (2017). 


  Heuser와 Le-Khac은 빅토리아 시대에, 추상적 단어로부터 구체적 단어로의 꾸준한 이행, 이른바 '(찰스) 디킨스 쉬프트'가 일어났음을 보였다(사실주의의 발흥?). 온라인판 기사에는 당대 문학작품을 그야말로 '총망라'한 정말 어마어마한 그래프가 올라와 있는데, 그 데이터는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litlab.stanford.edu/semanticcohort/


  Heuser, Ryan, and Long Le-Khac. "Learning to read data: Bringing out the humanistic in the digital humanities." Victorian Studies 54, no. 1 (2011): 79-86.


  Ted Underwood는 흥미로운 논문을 다수 냈는데(https://tedunderwood.com/ted-underwood/), 다음 논문은 1800-2009 사이에 나온 10만 편의 소설에서, 1800년대에는 등장인물 절반이 여성이었지만, 1950년대에는 그 비중이 30%로 줄어들었고, 이는 여성 저자의 감소와 일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2010년대까지도 여성 저자의 비중은 40% 정도에 머물고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Underwood, Ted, David Bamman, and Sabrina Lee. "The transformation of gender in English-language fiction." (2018). https://www.ideals.illinois.edu/handle/2142/99015





  Ted Underwood 등의 다음 기사도 통념(?)을 깨는 것이다("Cents and Sensibility"라는 제목이 재미있다).


  Ted Underwood, Hoyt Long, and Richard Jean So. “Cents and Sensibility.” Slate. (December 10, 2014). https://slate.com/business/2014/12/thomas-piketty-on-literature-balzac-austen-fitzgerald-show-arc-of-money-in-fiction-but-not-how-piketty-describes-it.html


  예컨대, 토마 피케티는 "1914년 이후의 인플레이션이 사람들로 하여금 '돈'과 '부(富)'에 대하여 넌더리가 나게 만들었고, 그래서 문학 작품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게 되었다."라고 쓴 바 있다.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이 George Eliot의 "Middlemarch"와 "위대한 개츠비"이다. 앞 작품에서 Fred Vincy는 끊임없이 돈을 세는 반면, 피츠제럴드의 작품에서는 돈에 관한 언급이 열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Ted Underwood 등에 따르면, 데이터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175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1만 단어당 '돈'을 언급한 비율은 거의 두 배가 되었다(아래 그래프 참조).





  Ted Underwood의 단행본들로는...




  프랑스 국민제헌의회의 4만여 개 연설을 분석하여, 프랑스 혁명기에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상가가 로베스피에르였음을 밝혀낸 Alexander T. J. Barron, Jenny Huang, Rebecca L. Spang, Simon DeDeo, "Individuals, institutions, and innovation in the debates of the French Revolu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5(18), May 2018, 4607-4612; https://www.pnas.org/content/115/18/4607


  1만 년 동안, 414개 문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설교하는 신' 내지 '종교의 도덕적 기능'은 사회를 결속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복잡한 사회적 위계가 갖추어진 뒤에야 (말하자면, '사후적 정당화 이데올로기'로) 등장하였음을 보인 Whitehouse, H., François, P., Savage, P.E. et al. "Complex societies precede moralizing gods throughout world history." Nature 568, 226–229 (2019)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043-4


  또 기사에는 저자를 밝히지 아니하였지만, 몬드리안 등 모더니즘 미술가들의 '색상 대비' 활용을 수치로 분석한 한국 연구자들의 논문도 언급되어 있다. Lee B, Kim D, Sun S, Jeong H, Park J (2018), "Heterogeneity in chromatic distance in images and characterization of massive painting data set." PLoS ONE 13(9): e0204430.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04430


  역시 KAIST 소속 한국 연구자들의 논문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작품이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를 통튼 다른 작곡가들에 비하여 얼마나 독창적이었는지를 '네트워크 사이언스'로 수치화한 연구도 소개되었다.


  Park, D., Nam, J. & Park, J. "Novelty and influence of creative works, and quantifying patterns of advances based on probabilistic references networks." EPJ Data Sci. 9, 2 (2020). https://doi.org/10.1140/epjds/s13688-019-0214-8


  논문을 찾아보니, 저자들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내용이 기똥차게 재미있다. 헨델은 바흐보다 덜 독창적이었고,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는 멘델스존과 슈만보다 덜 독창적이었다고 한다(헨델이 바흐보다 그렇다는 것은 완벽하게 납득하겠다만, 뒷부분은 시대가 달라졌는데 사조가 아예 바뀌었음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도 싶다). 모차르트는 독창적인 코드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후세에 큰 영향력을 가졌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래 그래프가 위 논문에서 발췌한 것으로 왼쪽은 '역사적 독창성'을, 오른쪽은 '심리적 독창성'을 나타낸 것이다(그래프는 https://epjdatascience.springeropen.com/articles/10.1140/epjds/s13688-019-0214-8/figures/3에서 가지고 왔고, 역사적 독창성과 심리적 독창성에 관한 설명은 논문을 참조).




  물론, 학계에서의 반론도 크다. 통계분석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반론들은 시간이 극복할 문제라고 보는 편이지만, 다만 내가 공감하는 지적은, 연구비가 이쪽으로 쏠림에 따라 분석거리라 할지, 아이디어나 통찰을 던져주는 전통적 학문이 고사하게 된다는 점이다(물론, 아직 이를 뒷받침할 분명한 증거는 없다고 기사는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교육부는 아예 역사와 철학 연구의 용역비를 STEM 과목들의 두 배로 올렸다고도 한다.


  상세히 다루지는 않고, 기사가 언급한 글을 하나 인용하여 둔다.

  Daniel Allington, Sarah Brouillette, David Golumbia, "Neoliberal Tools (and Archives): A Political History of Digital Humanities," LA Review of Books (May 1, 2016) https://lareviewofbooks.org/article/neoliberal-tools-archives-political-history-digital-humanities/


  어쨌든 시대가, 또 세대가 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국내에는 다음과 같은 책이 나와있다. 반면 'DIgital Humanities'로 검색하면 알라딘에서만도 벌써 500여 개의 외국도서가 검색된다.


 

Digitus Dei est hic! (The finger of God is here!)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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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02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중간에 등장하는 조지 엘리엇
의 <미들마치> 완역본이 자그마치 1400쪽
이 넘는다는 사실에 그만 놀랐습니다.

대단한 작품인가 봅니다.

묵향 2021-01-02 11:28   좋아요 1 | URL
국내에서는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에 가려(?)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미에서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작품인 모양입니다. 분량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읽어보진 못하였습니다. 작년에 주영사에서 ˝내 인생의 미들마치˝라는 해설서도 한 권 번역해 냈네요~
 

표지의 우주복에 태극마크가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한국의 국립공원과 등산문화를 소개한 특집기사가 실려있다. 단군신화와 함께... 평소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인데, 애국가와 북한의 국가 모두에 ‘백두산‘이 등장한다는 설명도...

외부의 시선에서 어떤 지점이 특이해보이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등산과 조직문화의 관련성, 한국 등산로의 특성, 서로 다른 등산관(觀) 등. 기자가 서울에서 출발한 등산동호회와 동행하여 설악산에 다녀온 모양인데, 풍수지리에 백두대간, 막걸리까지 별의별 이야기가 두루 다루어졌다.

https://www.economist.com/christmas-specials/2020/12/19/south-koreas-hiking-culture-reflects-its-social-press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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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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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는 지도리에 주기율표를 쭉 한 번 훑고 또 전자 배치를 그려가며 여러 번 따라 써보고 나니 뭔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연례행사 삼아도 좋을 일 같다.

넓은 의미에서 과학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이 책은 자고 일어나서 리뷰를 꼭 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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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01 0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묵향님 해피 뉴이어! 행복과 따스함이 가득차시길 바래요.^0^

묵향 2021-01-01 11:22   좋아요 0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건강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는 새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소방차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깜빡 죽을 책.

  그러나 공룡이 1순위인 아이에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Peter Sís는 체코 출신의 미국 작가로, 칼데콧 아너를 세 차례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1997년 『Starry Messenger(갈릴레오 갈릴레이)』(삽화), 1999년 『Tibet Through the Red Box(티베트)』, 2008년 『The Wall: Growing Up Behind the Iron Curtain(장벽)』], 2003년 John D. and Catherine T. MacArthur 재단의 MacArthur Fellowship, 2012년 안데르센상, 2015년 NSK Neustadt Prize 등을 수상한 유명 작가이다.


  영문 위키에는 나오지 않지만, 『The Tree of Life: A Book Depicting the Life of Charles Darwin, Naturalist, Geologist, and Thinker(생명의 나무)』로 2004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논픽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201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의 "The Visible - and Invisible - World in Pictures in the Art of Peter Sís" 세션 모습 http://www.bookfair.bolognafiere.it/en/media/photogallery/2019-archive/the-visible-and-invisible-world-in-pictures-in-the-art-of-peter-sis/9443.html). 찰스 다윈의 생애를 다룬 위 책은 미국도서관협회(ALA; American Library Association) Best Books for Young Adults Selection, 미국 과학교사협회/아동도서위원회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Outstanding Science Trade Books for Children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또한,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에서 '올해의 그림책'(Best Illustrated Book of the Year)을 일곱 차례나 수상하였다. 1990년 처음 상을 안긴 『Rainbow Rhino』와 1991년 수상작 『Beach Ball』은 번역되지 아니하였고, 그 밖에 『Follow the Dream: The Story of Christopher Columbus(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Komodo(용이 사는 섬, 코모도)』, 『The Three Golden Keys(세 개의 황금열쇠)』(삽화가 협회 은메달 Society of Illustrators Silver Medal 수상작), 『생명의 나무』, 『장벽』이 받았다.


  『장벽』도 상을 여럿 받았는데, 2008년 ALA의 Robert F. Silbert Medal(Informational Book Award), Best Books for Young Adults selection, 삽화가 협회 금메달, 뉴욕 공공도서관 100 Titles for Reading and Sharing selection, 국제독서협회 Notable Books for a Global Society, 미국 사회과학 위원회/아동도서위원회가 공동 수여하는 Notable Trade Book in the Field of Social Studies, Boston Globe-Horn Book Award 등이다.


  Boston Globe-Horn Book Award는 『코모도(1993), 『A Small Tall Tale from the Far Far North(1994, 번역되지 않은 것 같다), 『티베트』도 수상한 바 있다.


  『소방차가 되었어(Fire Truck)』는 『티베트』와 함께 1999년 ALA에서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으로 뽑혔다.


  시스는 사실 영화감독인 아버지를 따라 영화감독으로 경력을 시작하였다(그의 여동생과 남동생은 모두 영화감독이다). 이미 198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Hlavy'(체코어로 '머리'라는 뜻)라는 작품으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금곰상을 수상하였고, 1981년 토론토 영화제 그랑프리("Players"), 1983 Cine Golden Eagle Award("You Gotta Serve Somebody")를 수상하기도 하였다. 1982년 체코슬로바키아의 LA올림픽 참가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미국에 갔으나, 소련이 1984. 5. 8. LA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베트남, 몽골, 쿠바,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등이 그 뒤를 따랐고, 시스는 미국에 남아 어린이책을 그리고 쓰기 시작했다. 모리스 샌닥이 어린이책 편집자를 소개해주었다고 한다. 시스는 198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미국 등 자본주의 진영의 불참으로, 1984년 LA 올림픽은 소련 등 공산주의 진영의 불참으로 반쪽 올림픽이 되었던 데 비하여,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야 비로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양쪽이 모두 참가한 올림픽이 열렸다.)


  정도원 기자, "[MT교육 오늘의 역사] 1984년 오늘 소련 LA올림픽 보이콧 공식 선언", 머니투데이 (2013. 5. 8.)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3050710051922590

  피터 시스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https://www.encyclopedia.com/people/literature-and-arts/european-art-1600-present-biographies/peter-sis

  모리스 샌닥에 관하여는 내가 이전에 쓴 글이 있다.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1858847


  국내에도 피터 시스의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삽화로만 참여한 책도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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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최근 자신에게 비누방울을 선물한 산타에 대한 관심이 크던 차였는데, 중고 책들을 주문하다가 발견하여 사서 아이와 함께 읽었다.

  사춘기 직전까지, 여덟 살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났던 '전승되는 그대로의 산타'를 곧이곧대로 믿었던 사람으로서, 아이에게 '울면 안 돼'라고 다그치기보다는 '때로는 울어도 괜찮아' 하고 너그럽게 품어주는 어떤 사랑의 존재로 인한 포근함을 주고 싶었다(당시에는 정말 진지하게, 산타가 루돌프와 함께 왔는지 바로 따라 나가 확인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어렴풋이 환상이 깨지고 있던 중학교 1학년 어느 날 밤, 잠결에 방 밖에서 부모님께서 친구 분들과 그것이 '깜짝 이벤트'였다고 회고하시는 대화를 들었고, 그럼에도 마음이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도 알라딘에 입문하여 이 글을 읽게 될 때쯤 그 환상이 깨지려나).

  올해는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겠지만, 아빠들 간 품앗이로 적당한 때 한 번쯤은 그런 이벤트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싶다(몸매는 이제 충분한 준비가 된 것 같다).


  아무튼 책은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았다. 평을 남긴 모든 분들이 만점을 주신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입장도 건전한 편(?)이다.


  그럼.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걸 가장 좋아하니까.


  아이들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잖니.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있어.

  온 세상에, 언제까지나.


  지은이는 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분으로 사회비평서도 몇 권 쓰셨다. 이런저런 사회운동에도 참여하시는 모양이다. 번역을 무려 김난주 님께서 하셨다.




  산타 신화(?)가 갖는 순기능이 어느 정도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그에 내재된 가부장제적 코드는 조금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밝은미래 출판사 책은 잘 접하지 못하였다. 꽤 다양한 책들을 발굴해 내는 것 같다. 다음은 '밝은 미래 이야기 그림책' 내지 '지식 그림책' 시리즈인데, 몇몇 책들에 바로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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