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출간된 책임에도, 묵시록적 진단을 담은 1부는 지극히 현재적이다. 자꾸만 가습기 사건이 겹쳐져 가슴이 떨렸다. 수사가 유려하고 풍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듯도 했다.그러나 1부를 읽을 때의 감동이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않는다. 2부는 별다른 내용 없이 평범했고, 3부의 대안과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성찰적 근대화`에 관한 서술도 약하고 불명확하다(번역도 별로다).저자의 희망과 같이 위험에 대한 저항, 대항담론을 조직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저자의 감상이고, 어디까지가 승인된 해설인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매우 유익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책 말미에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를 원래의 신화와 비교대조한 부분이 특히 좋았다. 바그너와 마블의 뛰어난 각색을, 이제야 비로소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다.저자가 쓴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야말로 찾고 있던 바로 그런 책일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체계와 깊이가 아쉬우나, 누군가는 했어야 할 귀한 정리 작업. 평이한 입문서.단초만을 엿볼 수 있었지만, 게르만인들에게 `약속과 계약`이 갖는 각별한 의미가 인상적이다.바그너에 다가가기 위하여, 2, 3권도 당연히 읽을 생각이다.
"적당히 지혜로워야지 지혜도 넘쳐서는 못쓴다.지나치게 지혜로우면 그 마음이 밝아지기 어렵나니.적당히 지혜로워야지 지혜도 넘쳐서는 못쓴다.아무도 제 운명을 미리 알지 못하니, 그래야 근심하는 마음이 없다."- 오딘의 지혜서 <하바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