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하우스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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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가 절로 나왔다.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났다. 진화는 진보가 아닌 다양성의 증가다! 개체가 아닌 시스템 전체(풀하우스)의 변이 그 자체다! 진화를 진보로 곧잘 오인한 것은 다양성 증가의 한 방향(원시적 단순성보다 더 단순화되는 방향)이 막혀 있음을 간과하는 데서 오는 착시에서 비롯된다. 고등화, 복잡화라는 단선적인 진화관은 진화의 정점에 위치하고픈 인간중심적 희망사항일 뿐이다.

오히려 생명의 역사는 거듭된 대량절멸 사태에서도 가장 작고 단순한 종들만이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새로운 진화의 장을 열어젖혀 왔음을 보여준다. 태초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영원히 존재할 박테리아는 아직도 생명계 전체에서 가장 우세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박테리아의 시대'에 살고 있을 따름이며, 인간을 포함한 광합성 기반의 지표 생명체는 박테리아처럼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생명형태에서 변형된 대단히 특수하고 기괴한 곁가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국지적으로 변하는 환경에 대한 (특수한) 적응 형태로서의 고도화, 전문화, 복잡화는 유연성의 상실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환경이 다른 방향으로 변해버리면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환경은 결코 생물의 진보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방향으로만 변하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변한다! 에머슨의 말처럼 '어리석은 일관성은 소심한 바보나 할 짓이다.' 우수성이란 결국, 어떤 특정한 성질이 아니라 넓게 퍼져있는 차이들이다.

진화론에 대한, 토를 달기 어려운 합리적 해석을 담은 이 책은, 4할 타자라는 거인들이 야구계에서 공룡처럼 절멸해 버린 이유를 알고 싶은 야구광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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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재승 교수가 우리나라에 백인천 이후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적이 있어요. 책 제목이 <백인천 프로젝트>입니다. 묵향님이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묵향 2015-01-29 15:09   좋아요 0 | URL
오오!!! 아주 재미있을 것 같네요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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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파괴될지도 모를 이 세계의 한가운데서, 시인이 고심해서 자신의 언어를 주워 모아 짜 맞추는 일은, 지금 들판에서 자라는 아네모네와 앵초와 다른 많은 꽃들이 하고 있는 일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혹시 내일이라도 당장 독가스에 싸여 버릴지도 모르는 세계의 한가운데서도 꽃들은 세심하게 그 작은 잎사귀들을 피워내고, 네다섯개의 꽃잎이나 일곱 개의 매끄럽거나 들쭉날쭉하게 생긴 꽃잎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모든 것들을 세세하고 가능한 한 아름다운 형태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아들 마르틴에게, 1940년 4월

"이 세계는 암울해 보입니다. 그래도 역시 봄은 오고, 어느 꽃이나 다 영원하고 쾌활한 웃음을 보여줍니다." - 헨네트 남작 부인에게, 1942년 3월


문득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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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오디세이 - 사이언스 카페 01, 다윈도 모르는 진화생물학 이야기
마티아스 글라우브레히트 지음, 유영미 옮김, 신현철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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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Die ganze Welt ist eine Insel - Beobachtungen eines Evolutionsbiologen』, 번역하자면 "세계는 하나의 섬이다 - 진화생물학의 관찰들" 정도가 되려나요. 외견상 불리해보이는 유성생식이 어떻게 우월한 번식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는가에 대한 꼭지를 흥미롭게 읽은 외에는 책에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은 점점 더 결정적인 소양이 되겠지요. 어떤 분야에서도.

관련해서는, 진화론에 대한 진화주의적 편향을 바로잡고 진화를 '다양성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사이언스북스)가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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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식물 - 세상을 보는 식물의 시선
마이클 폴란 지음, 이경식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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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을 사정없이 뒤흔드는 이런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지요. 소름끼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인간은 사과(과일), 튤립(꽃), 대마초(마약), 감자(식량) 등을 길들여 달콤함, 아름다움, 도취, 지배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켰지만, 실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식물들을 길들인(개량, 변형시킨) 게 아니라, 인간과 식물이 서로를 길들이며 함께 진화하는(공진화) 과정을 거쳤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식물이 지구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기 위해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그러한 욕망을 가지도록 유도해왔다는 것이지요. 인간이 식물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식물도 인간(동물)을 이용합니다. 세상이 야생 속에서 보존되는(헨리 데이비드 소로) 한편으로, 야생도 인간의 문화 속에서 보존됩니다(웬델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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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잠수함 박범신 문학전집 1
박범신 지음 / 세계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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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한 인간극과 고통스러운 자기확인.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것은 순수한 자의 영혼, 순진한 체하려는 자의 정신으로는 이른바 소설이라는 지독한 장르를 감당하기가 버겁다는 사실이다. 소설은 속된 세상을 속되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의 탐구인데, 이는 속된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경험해보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순진한 낭만이나 감상(感傷)으로는 본디 부정(不淨)한 소설의 언어를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 문학평론가 방민호 님의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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