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이스 인 러브는 2022년 10월 13일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이다.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시간대가 맞지 않아 그냥 집에서 컴퓨터로 보았다. 가끔가다 프랑스 영화를 볼 때마다 나의 생각과 전혀 다른,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는 그렇다치고 도저히 감정적으로 공감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썸머85의 경우 차라리 주인공의 나이가 어리니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데 아나이스 인 러브의 주인공 아나이스는 30살이라는 나이와 별개로 상당히 열정적이며 무책임함의 극을 보여준다. 한국보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프랑스라는 사회문화적인 영향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 사람 중에서도 나이와 별개로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에 비하면 아나이스는 '나의 기준'에서 상당히 무책임한 것 같다. 아나이스가 열정적인 사랑에 집착하며, 자신과 바람을 피우는 나이 많은 남성의 동거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내가 너무 유교 사상 중심주의라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아니 뭐, 살면서 열정적인 사랑이 중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건 너무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초반 아나이스의 연인으로 나왔던 라울과의 관계의 경우 서로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며, 동거녀가 있으나 아나이스와 사랑에 빠지는 50대 출판 편집자 남성 다니엘의 관계까지는 공감은 되지 않으나 사랑을 위한 사랑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논문은 쓰지도 않으면서 충동적으로 다니엘의 파트너인 작가 에밀리(여성)에게 사랑을 느껴 불도저처럼 열심히 꼬시는 것은 뭐지? 원칙과 한계가 없는 직진 로맨스인 것까지 내가 뭐라 할 수 없지만 진짜 '원칙'도 없고 '한계'도 없었구나... 여성 퀴어 로맨스 영화라는 개념이 '가장 따뜻한 색, 블루'나 '캐롤' 같은 영화가 아닌 보다 한계가 없는 다양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나의 취향은 아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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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함께하는 삶 - 사람과 동물이 공유하는 감정, 건강, 운명에 관하여
아이샤 아크타르 지음, 김아림 옮김 / 가지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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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은 언제나 자신이 동물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이라는 단어에 상당한 집착을 보인다. 동물권, 동물행동학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수많은 인간동물이 집착하는 '인간적'이라는 단어에 의심을 가지게 된다.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그 특질, '언어화된 의사소통, 도구 사용,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 같은 능력은 '인간 본연의 특질'이 전혀 아니다. 많은 동물행동학 연구자가 발견하였듯이 인간 동물이 알아듣지 못 할뿐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 집단은 물론 코끼리, 돌고래 등은 나름의 언어체계를 가지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까마귀를 비롯하여 많은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며,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가지고 같은 종 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동물을 기꺼이 돕는 모습이 포착된다. 어떤 인간 동물은 인간 외 동물의 행동은 인간과 달리 그저 프로그래밍 된 행동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인간 동물의 과학으로도 비인간 동물의 행동은 '프로그래밍 그 이상의 것'으로 발견된다.

동물과 함께하는 삶에서 많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나 위험에 빠진 동물을 지원하는 보호소 등에 대한 부분도 나오지만 내가 집중해서 본 내용은 '비인간 동물이 인간 동물을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였다. 군견, 경찰견, 장애인 도우미견 처럼 정형화된 훈련으로 인간동물과 함께 일을 하는 사역견과 달리 외상 후 스트레스로 퇴역한 군인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개, 병원의 정신병동에서 반려동물로 살고 있는 여러 비인간동물, 감옥 내 동물보호소의 유기동물은 인간 동물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끔 해준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우면 정신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거나 자녀의 정서안정에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퇴역군인의 정서 안정을 지원하는 동물의 경우 사전에 군견이나 경찰견으로서 훈련을 받다가 그 일 대신 정서도우미견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이 되는 동물이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화와 훈련(앉아, 기다려, 낯선 공간에서의 비공격적인 행동 등)이 되어있기에 정서도우미견으로서의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수감자가 감옥 내 동물보호소의 유기동물을 돌보는 일을 할 때, 사전에 동물돌봄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부터 동물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지 않는 사람인지를 고민하여 채용하고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정신병동 내에서 사는 반려동물 역시 적합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인간동물과 비인간 동물의 안전을 위하여 예방접종부터 심리지원까지 다각도로 고려된 지원을 진행되는 것이다. 특정 장애유형을 가진 사람이나 특정 나이 이하의 인간 동물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반려동물의 건강과 안전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에게 매년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것은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사항이다. 인간동물과 비인간 동물 모두 기본적인 사회화 훈련을 통하여 서로가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 동물이 동물 돌봄에 대해 무지하거나 반려동물로 함께 살게 된 비인간 동물이 공격성이 높다면, 정서 안정을 위하여 함께 살게된 비인간 동물로 인하여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의 삶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인간 동물이 비인간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인간 동물이 더 많은 공감 능력과 풍부한 감수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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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십니다, 맥주 - 이왕이면 지적이고 우아하게 한잔합시다
이재호 지음 / 다온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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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의 독서 모임에서 간단한 모임으로 맥주 책 읽고 맥주 마시기를 진행하였다. 선정된 책은 '오늘도 마십니다 맥주' 맥주에 대해 조금의 지식의 가지고 맥주를 마시니 더 즐겁게 마실 수 있었다. 오늘도 마십니다, 맥주는 가볍게 맥주에 대한 역사나 종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어렵지 않게 맥주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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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슬립케이스 초회 한정판
케네스 브래너 감독, 미셸 파이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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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을 본 이후 계속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보려다가 못 보고 있었다가 주말에 시간이 되어서 관람을 하게 되었다. 나일 강의 죽음이 개봉하기 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로 두 영화 모두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감독과 주연을 케네스 브래너가 맡았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보고 '나일 강의 죽음'을 봤다면 여러 의미에서 상당히 다른 영화라고 느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과 주연배우가 같은 사람이었으며 모두 한 명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었기에 여러 시퀀스나 내용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이 비슷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단면을 들여다보면 본질적인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나일 강의 죽음을 보고나서는 질투라는 감정이 사람을 어디까지 가게 만드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였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정말 원한과 복수로 가득차있는 영화였다. 나일 강의 죽음을 보고서는 살인을 한 진범도 살해를 당한 사람도 그 자리에 있던 용의자도 나름의 사정과 상황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는 그냥 살인을 당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다. 뭐라 변명의 가치조차 없었다. 사적인 복수를 하였다는 것이 꼭 옳다고 말 할 수 없지만 '사적인 복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선택은 없었을 것이다. 이게 영화라서 정의롭게 끝낸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현실에서 그 정의라는 명분이 어디까지 실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사적인 복수가 정의로 부를 수 있을 것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영화 내 등장한 캐릭터의 행동을 끝까지 지지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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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불러보았다 - 짱깨부터 똥남아까지, 근현대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멸칭의 역사
정회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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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말 차별로 점철된 나라이지만 차별을 인식하지 못 하는 나라이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내 편의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전장연이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면 '한국처럼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딨냐?'라는 댓글과 함께 온갖 모욕적인 단어와 욕을 쓰고 '비장애인이 역차별을 받는다.'라는 포스팅을 블로그에 업로드 한다. 최근 신당역사 내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처럼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이 이슈가 되며 성차별에 대한 내용이 업로드되면 '특정 인물이 살해된 것은 유감이나 왜 모든 남성을 범죄자 취급 하냐.'며 억울하다는 댓글과 함께 각종 SNS에 다양한 차별발언이 업로드된다.

인종차별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국처럼 흑인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은 아니니까.', '미국처럼 백인과 유색인종이 따로 화장실을 쓰게끔 만든 것은 아니니까.' 한국은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라는 발언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언어적 차별을 매일 일상생활과 면전에서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백인이라면, 심지어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든 영어로 말을 한 마디 더 해보려고 웃으며 다가가지만 흑인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흑형'이나 '더러운 동남아 새끼'라는 말을 참 쉽게도 한다. 유럽이나 미국에 여행을 갔을 때 자신이 당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운운하면서, 한국에서는 같은 아시아 사람인 중국인을 더러운 짱깨라고 말하거나 일본인을 쪽빠리라고 지칭하는 것은 예사이다.

한국은 개화기부터 시작된 유럽/백인처럼 개화되고 부국이 되어야 한다는 선망이 아직까지도 이어져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차별금지법으로 철폐된 인종 간 아파르트헤이트를 부활시키려는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한 번은 불러보았다'에도 나오는 사례로 한 목욕탕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을 분리시킨 공간을 만들어둔 것도 있으며, 인터넷 검색창에 '한국 인종차별'로만 검색을 하여도 수십개의 기사가 뜨고 있다. 한국의 순혈주의와 인종주의는 너무도 강력하고 뿌리 깊고 차별적이다. 한국에서 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차별을 받은 적이 없고 차별을 하는 다수자에 속해있기 때문에 느끼지 못 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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