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 대한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정보를 들어서 한 번 보러갔다. 김주환 감독의 이전 영화인 청년경찰을 보지 못하여서 전체적인 연출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리지만 '멍뭉이'라는 영화 한 편만을 보았을 때, 김주환 감독은 캐릭터가 가진 직업에 대한 이해도나 사전조사를 더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우선 차태현의 전직이었던 카페사장이자 바리스타 때문에 하는 것인데, 극 내에서 차태편 배우의 캐릭터 진국은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반대론자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판매하지 않은 이유는 드립 커피는 무조건 뜨겁게 추출해야하며, 매장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었기 때문인데 요즘 시대에 아무리 얼치기고 마케팅에 대한 감각이 없더라도 카페를 한다면 일단 매장에 에스프레소 머신은 당연히 가져다 두고 추출방법을 숙지하고 있다. 더해서 전문성을 가진 바리스타라면 드립 커피는 아이스로도 많이 추출하며 특정 원두의 경우 뜨겁게 마시는 것보다 아이스로 드립 추출을 하여 마시는 것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감독이 커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영화 각본을 쓴 것 같은데, 앞으로 영화를 만들 때 세심한 부분까지도 생각하여 대본을 써주길 바란다.

영화 멍뭉이의 이야기 전개는 유연석 배우의 캐릭터 민수와 루니 때문에 생겨난다. 정확하게는 민수가 결혼을 하고 싶은 애인이 개 침과 관련된 알러지 반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 전 루니를 다른 곳에 위탁을 해야하는 처지이다. 민수에게 루니는 유일한 가족이고 위안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내 생각에는 민수는 루니를 전혀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루니는 몸무게가 40kg에 육박하는 대형견인 골든 리트리버인데 민수는 영화 첫 장면에서부터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해야한다며 산책을 시키지 않고, 애인에게 개 알러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다른 곳에 보내버리겠다는 말을 한다. 과연 루니를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생각과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영화 마지막에는 결혼을 하여도 루니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끝이 났고 전반적으로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지만 그 방법과 방향의 오류는 너무나 심각하여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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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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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력은 한겨레의 남종영 기자의 신간이며, 2022년 11월에 출간이 되었다. 남종영 기자는 동물과 환경에 관련된 기사를 지속적으로 쓰고 있으며, 북극곰은 걷고싶다, 고래의 노래 같은 동물관련 책을 다수 출간하였으며 세실의 전설도 번역출간한 이력이 있다. 전반적으로 동물 및 환경과 관련된 통찰력 있고 심도 깊은 글을 쓰는 기자이기에 동물권, 특히 한국의 동물권에 관심이 있다면 남종영 기자의 책과 기사를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편이다. 동물권력의 경우 남종영 기자가 한겨레에 연재하였던 '남종영의 세상을 바꾼 동물들' 기사에 다른 글을 더 추가하여 출간한 책이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관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동물권력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동물은 '인간'이 되기 이전 '동물'이었다. 인간동물은 지금도 여전히 '동물'이지만 스스로 다른 비인간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동물이 몇몇 종류의 비인간동물을 가축화하여 길들였으며, 인간동물의 사회를 문명이라고 지칭하며 가축화되지 않은 야생의 동물을 비이성적인 존재로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인간동물이 선사시대와 석기시대를 지나 언어를 사용하고 문자를 기록하는 역사시대에 도래하고 산업혁명을 이룩하면서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은 점차 분리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동물권력에서도 역시 '1부 길들임과 지배 사이'에서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를 타자화시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쓰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런 비인간동물의 타자화가 서구문명국가라는 로마시대에서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인도에서 코끼리를 전쟁에 동원한 것이나 아시아 지역 내에서 소를 농경사회의 중요한 재산으로 분류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프리카 등지에서 야생동물을 수입하여 이를 전쟁도구로 사용하고(코끼리), 콜로세움에서 전쟁포로 등과 싸우게 만든 것의 기록은 그 어느 국가도 로마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로마가 전쟁에서 사용된 코끼리의 종은 이 일로 인하여 아예 멸종이 되어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에는 현재 아프리카 코끼리 종이 남아있지만 그 때 당시 로마에서 포획하여 전쟁에 사용된 코끼리와는 또 다른 종으로 확인된다.

동물의 가축화와 산업혁명을 지나면서 인간동물은 비인간동물을 철저하게 타자화 시켰으며 이는 도시화로 인하여 더욱 강화되었다. 도시화 이전의 농경/유목 사회에서는 인단동물과 비인간동물이 철저하게 분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농업을 하면 소와 함께 생활할 수 밖에 없으며, 유목 사회에서도 가축화된 다양한 동물(소, 말, 양 등)과 함께 이동을 해야했다. 농업/유목을 하면서 가축을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해야하는 것도 일이었기 때문에 인간동물은 가축화된 비인간동물과의 연대를 굳건히하고 가축을 노리는 야생동물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수의 인간동물 인구가 도시문명으로 편입되고 동고동락하던 가축은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축산업으로 야생동물은 도시 외 지역에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면서 비인간동물의 타자화가 더욱 강화되었다. 도시화 이후 인간동물이 보는 동물은 반려동물화 된 개와 고양이, 고기덩어리로 식탁에 올라오는 각종 육싱성 재료, 야생동물이라고 하지만 비자연적인 형태로 갇혀있는 동물원 및 수족과의 동물이 전부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반려동물은 사랑하지만, 소/돼지/닭은 먹고, 돌고래와 같은 동물은 유희로서 바라보는, 같은 비인간동물에 대한 상당히 차별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인지능력이 높은 돌고래와 침팬지의 경우 아쿠아리움에서 쇼동물로 살아가는 모습과 실험실에서 실험을 당하는 침팬지로서 동물권력에서 소개가 된다.

인간동물의 역사만이 역사는 아니다. 비인간동물의 역사 또한 역사이다. 인간동물은 인간동물의 역사 뿐만이 아닌 비인간동물의 역사 또한 함께 기록을 하고 기억을 해야만 한다. 인간동물의 그 동안 얼마나 편협하고 폭력적으로 비인간동물을 억압하고 착취하였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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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야스미나 레자 지음, 이세진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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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와 대학살의 신의 저자 야스미나 레자는 이란과 러시안 혼혈 유대인과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사이에서 태어난 파리 출신 작가이자 배우이다. 한국에서 널리 유명한 작품은 바로 앞 문장에서 언급한 아트와 대학살의 신이지만 희곡 스페인 연극이나 니콜라 사르코지의 대통령 선거운동 취재기 '새벽, 저녁 혹은 밤'을 쓰기도 했으며 자신이 직접 쓴 희곡의 연출이나 영화연출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번역출간된 세르주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2012년 출간되었으나 한국어로 번역출간되기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같은 프랑스 작가지만 프랑스어로 책을 출간하자마자 한국어 판권이 판매되고 1년 이내에 한국어 번역출간이 되는 기욤 뮈소의 책과는 상당히 다르다. 아트와 대학살의 신이 한국 연극계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어도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기욤 뮈소의 글과는 대비되게, 야스미나 레자의 글은 비교적 상당히 유럽적인 색채가 더 짙다는 느낌이다.

세르주는 사람의 이름이다. 세르주/Serge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 단어를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못 하고 있었다. Art나 Moon처럼 프랑스어로 된 어떤 명사인데 한국어로 직역하지 않고 프랑스어를 그대로 책 제목으로 썼다고 생각했다. 세르주는 주인공이자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삼남매 중 첫째이며, 상당히 마초적이고 이기적이며 감정표현에 서툰 나이 많은 남성이었다. 가정을 이뤘지만 가정이 와해되고 가정인듯 가정아닌 가정같은 가정에서 여성에게 빌붙어 사는 첫째 세르주, 비교적 더 가정적이고 안정적인 사람이지만 가정을 이루지 않은 화자 둘째 장, 스페인 사람과 결혼을 하여 가족을 이루어 자신의 형제보다 새롭게 이룬 가정에 더욱 안정감을 느끼는 막내 나나. 서로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핏줄로서 형제가 되고 태어나기 전 세포이었던 시절부터 알고지낸 사이다 보니 허물없는 말 한마디에 상처가 되는 사이, 형제/남매/자매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싫어하고 미칠듯이 물어뜯으며 싸우지만 누군가 자신의 형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면 어느 새 똘똘 뭉쳐서 서로 보호해주는 존재일 수도 있다. 주인공 세르주는 상당히 독선적이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며 자라는 내내 의도치 않게 두 명의 동생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 때문에 4명(3명의 남매+세르주의 딸 조세핀)이서 함께 간 여행에서 나나는 여행에 동참하지 않는 세르주에게 화를 냈지만, 세르주가 건강이상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자 누구보다 걱정을 한다. 세르주의 딸 조세핀의 말처럼 가족은 '마구잡이로 설치한 가건물 같은' 존재지만 쉽게 스러지지도 부숴지지도 않는다. 어렸을 때는 거의 매일 붙어지내지만 어느 정도 자라나면 정말 필요한 만큼의 소통만 하더라도 형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야스미나 레자의 세르주는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가족이 아닌 현실적이고 치고받고 싸우지만 떨어질 수 없는 가족에 대해 그린다. 어쩌면 불편한 사실을 보여주지만 현실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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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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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로 영화 오토라는 남자를 본 직후에 도서관에서 원작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오베라는 남자는 2012년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이후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16년에는 같은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번역출간 직후 꽤나 열품이었던 기억이 난다. 단지 그 때 나는 이 책을 읽고싶지 않았을 뿐.

스웨덴에서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11년이 지났다. 2012년 오베라는 남자가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이유는 오베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도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이 지역사회 내 관계에서 오는 따뜻함에 목이 말랐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는 초연결사회가 되었지만 사실 그 누구하고도 연결되어있지 않은 고독함만이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같은 아파트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 교류가 거의 없으며 이웃 중에 누군가 죽어도 빠르면 며칠, 재수가 없으면 몇 달이나 몇 년만에 발견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에서는 상당히 퉁명스럽고 불친절해보이는 오베가 사실 그 불친절한 말투로 마을에 새로 이사온 가족을 돕고, 사랑에 빠진 청소년의 자전거 수리를 도와주며, 운전면허가 없는 부동산 중개업자한테 무료로 운전연수를 가르쳐주는 모습에서 우리는 서로 손을 내밀고 돕는 오프라인 연결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시시때때로 싸우기도 하고 충돌도 하지만 다시 만나면 웃으면서 안부를 묻는 관계에 목마른 현대이기에 오베라는 남자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2019년 말/2020년 초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으로 우리는 조금이나마 회복해보려고 노력 중이던 오프라인 연결을 아주 끊어버리고 전세계적 온라인 사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헐리우드 영화로 재개봉하는 오토라는 남자를 보면서 오프라인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얼굴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사회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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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원작 소설이자 동명의 영화인 오베라는 남자가 톰 행크스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오토라는 남자로 다시 돌아온다. 주인공 이름이 오베에서 오토로 바뀐 것은 아무래도 문화와 지역에 따라 스웨덴 보다 흔하게 사용되는 오베라는 이름보다 오토라는 이름이 미국에서 보다 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급작스럽게 러너가 시사회에 초대를 받아서 시사회 당일 나에게 연락이 왔고, 영화 시작시간에 맞춰서 용산에서 만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원작 소설도 읽지 않았고, 2016년 스웨덴에서 영화화된 오베라는 남자 또한 보지 못 한 상황이었기에 간단한 영화 정보만 보고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몰입하면서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왔다.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원작소설과 큰 틀은 같지만 결말이 약간 다른데, 미국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원작소설과 결말도 같다. 상세한 결말은 영화와 소설로 확인을 해주길 바란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를 보면서 현대 사회가 내가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협소한가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보았다. 오토는 그의 심장이 물리적으로 큰 것과 별개로 정말로 심장이 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내 소냐도 오토가 가진 따뜻한 마음을 알아보고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토가 따뜻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그가 소냐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할지라도 굳이 기차역에서 건너편 승강장까지 뛰어와 비싸지도 않은 책을 주워 자신의 열차를 놓치면서까지 주인을 찾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토는 상처를 많이 받았고, 부드럽게 대화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 하였기에 자신만의 방법대로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고 관심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소냐가 결혼을 했고, 소냐의 죽음 이후로도 이웃 아니타가 오토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었으며, 마리솔은 일부러 계속 다가가 음식을 나누었을 것이다.

오토라는 사람은 아내 소냐와 관계가 된 사람이라면 그의 부드러운 면모를 무방비상태로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선생이었던 소냐의 제자가 나타나자 그의 성정체성과는 상관없이 완고하고 거칠었던 행동이 상당히 부드러워지고 친절해졌다. 오토는 정말 진심으로 소냐를 사랑했고 그리워했다. 굳이 꽃다발를 2개씩이나 사서 찾아갈 정도로.

오토와는 별개로 영화를 보면서 중간중간 스페인어를 내뱉는 마리솔을 볼 때마다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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