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주
야스미나 레자 지음, 이세진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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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와 대학살의 신의 저자 야스미나 레자는 이란과 러시안 혼혈 유대인과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사이에서 태어난 파리 출신 작가이자 배우이다. 한국에서 널리 유명한 작품은 바로 앞 문장에서 언급한 아트와 대학살의 신이지만 희곡 스페인 연극이나 니콜라 사르코지의 대통령 선거운동 취재기 '새벽, 저녁 혹은 밤'을 쓰기도 했으며 자신이 직접 쓴 희곡의 연출이나 영화연출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번역출간된 세르주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2012년 출간되었으나 한국어로 번역출간되기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같은 프랑스 작가지만 프랑스어로 책을 출간하자마자 한국어 판권이 판매되고 1년 이내에 한국어 번역출간이 되는 기욤 뮈소의 책과는 상당히 다르다. 아트와 대학살의 신이 한국 연극계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어도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기욤 뮈소의 글과는 대비되게, 야스미나 레자의 글은 비교적 상당히 유럽적인 색채가 더 짙다는 느낌이다.

세르주는 사람의 이름이다. 세르주/Serge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 단어를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못 하고 있었다. Art나 Moon처럼 프랑스어로 된 어떤 명사인데 한국어로 직역하지 않고 프랑스어를 그대로 책 제목으로 썼다고 생각했다. 세르주는 주인공이자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삼남매 중 첫째이며, 상당히 마초적이고 이기적이며 감정표현에 서툰 나이 많은 남성이었다. 가정을 이뤘지만 가정이 와해되고 가정인듯 가정아닌 가정같은 가정에서 여성에게 빌붙어 사는 첫째 세르주, 비교적 더 가정적이고 안정적인 사람이지만 가정을 이루지 않은 화자 둘째 장, 스페인 사람과 결혼을 하여 가족을 이루어 자신의 형제보다 새롭게 이룬 가정에 더욱 안정감을 느끼는 막내 나나. 서로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핏줄로서 형제가 되고 태어나기 전 세포이었던 시절부터 알고지낸 사이다 보니 허물없는 말 한마디에 상처가 되는 사이, 형제/남매/자매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싫어하고 미칠듯이 물어뜯으며 싸우지만 누군가 자신의 형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면 어느 새 똘똘 뭉쳐서 서로 보호해주는 존재일 수도 있다. 주인공 세르주는 상당히 독선적이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며 자라는 내내 의도치 않게 두 명의 동생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 때문에 4명(3명의 남매+세르주의 딸 조세핀)이서 함께 간 여행에서 나나는 여행에 동참하지 않는 세르주에게 화를 냈지만, 세르주가 건강이상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자 누구보다 걱정을 한다. 세르주의 딸 조세핀의 말처럼 가족은 '마구잡이로 설치한 가건물 같은' 존재지만 쉽게 스러지지도 부숴지지도 않는다. 어렸을 때는 거의 매일 붙어지내지만 어느 정도 자라나면 정말 필요한 만큼의 소통만 하더라도 형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야스미나 레자의 세르주는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가족이 아닌 현실적이고 치고받고 싸우지만 떨어질 수 없는 가족에 대해 그린다. 어쩌면 불편한 사실을 보여주지만 현실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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