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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평점 :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영화가 먼저인지 아니면 책이 먼저인지 알 수 없었다.
영화에서는 사랑이 더 강조되었다면, 책에서는 사랑, 사람, 삶, 가치관 등이 뒤섞여 등장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 물의 모양, 사랑의 모양.
물이 어디에 있느냐에 모양이 바뀌듯이 사랑도 사람도 삶도 모두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모양으로 하나의 정의로 규정할 수 없었다.
영화에서는 일라이저의 시선이 강조되었었고, 일라이저와 친한 젤다와 자일스의 시선이 많이 반영되었었다.
책에서는 일라이저와 대척점에 있는 스트릭랜드, 스트릭랜드의 아내 레이니, 과학자 호프스테틀러의 시선도 많이 있었다. 심지어 영화에서는 스트릭랜드의 아내 이름은 기억도 안 나는데, 책에서는 선명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었다.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스트릭랜드에게 공감할 수 없었지만, 이미 감정이 메마르고 절망에 빠진 사람이었기에 동정했다. 한국 전쟁에 참여해서 전쟁범죄를 저질렀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아마존에서 괴생명체를 잡아오는 과정에서 인간성이 죽었으며, 가족에게 상처를 줄까 자신의 상처를 처절하게 숨기려고 했던 사람이기에 동정했다. 책에서 묘사되는 스트릭랜드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자신의 나약함을 처절하게 숨길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
레이니라는 캐릭터는 의외였다. 영화에서 레이니가 등장했던 장면이 매우 짧았기 때문이었을까?
자유롭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레이니는 자일스에게 매우 친절했고 솔직했다.
엘라이자, 젤다, 자일스, 호프스테틀러.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행동을 했던 사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
엘라이자, 젤다, 자일스, 호프스테틀러가 행동을 하고 변화를 주도했던 이유는 모두 달랐다. 사랑, 우정, 깨달음. 아니면 다른 이유일 수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했고 행동을 했다. 이들이 하는 말 한 마디가 심장을 찌를 때도 있었다. 그리고 공감이 될 때도 있었다.
어떨 때는 남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했지만, 곧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사과하고 스스로를 변화 시키는 모습도 좋았다.
우리는 완벽하지 못하지만 변할 수 있으니까. 마치 물처럼.
'그럼 나는 뭐죠? 나도 괴물인가요?, '그럼 우리도 사람이 아닌 거예요.'
- p233, 234. 일라이자. 괴생명체를 구하자고 자일스와 대화하며.
"한 상자 가득한 학위증과 제 이름 뒤에 붙은 영예로운 명칭만으로는 당신을 구하는 게 역부족이었어요. 다 저를 지성인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지성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겠어요. 연산인가요? 수식인가요? 진실한 지성이라면 그 안에 도덕성이 있기는 한 걸까요? (중략) 그리고 저의 어리석음, 무지함, 멍청함을 깨닫게 되었죠. (중략) 저는 면도날로 스스로를 해치려고 했어요. (중략) 우리의 인연이 좀 더 축복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제가 속한 세상은 차갑고 무미건조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당신께 보여 줄 만한 것들이 있었어요. 당신을 기쁘게 할 것들 말이죠. 하지만 당신과 저는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중략) 그리고 만나 뵈게 되어서 진심으로 반가웠습니다."
- p 257-8, 호프스테틀러, 괴생명체를 구할 생각을 하며.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문젯거리가 있다고. 나도 내 삶이 있어. (중략) 우리는 그냥 직장 동료인 거야? 아니면 회사 문 밖을 나와서도 여전히 친구인 거야?"
- p271, 엘라이자에게 말을 하는 젤다.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에 친구가 자신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자.
"나 같은 변종은 어느 세계에나 존재해. 그렇다면 변종은 언제쯤 변종이길 그만두고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너와 내가 우리 종족의 마지막이 아니라, 우리 종족의 처음이라면 어떡하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타난, 더 나은 종족의 시초라면 말이야? 우리는 그런 바람을 가질 수도 있어. 그렇지? 우리가 과거가 아닌 미래라는 바람 말이야."
- p332, 엘라이자의 집으로 피신한 괴생명체를 그리면서 이야기하는 자일스
많은 사람이 수술실에서 죽고, 감옥에서 죽어 나간다. 모든 생물의 종이 죽어나간다.
"이 세계가 잔인하지. (중략) 필요할 때는 상대방의 얼굴에 대고 총을 갈겨 버려야 한다고!"
- p372. 스트릭랜드. 아내 레이니가 아들에게 잔인한 드라마를 보지 못 하게 하자 생각한 후 아들에게 하는 말.
어차피 무엇이든 그 내면은 추악하다는 것을 알 테니까. - p376. 스트릭랜드
'나는 이제 여러분 모두를 떠납니다. 정말 미안해요.'
결국 그는 혼자였고, 모든 시간과 공간을 통틀어 그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 p394, 호프스테틀러. 집을 정리하고 미국을 떠나 러시아로 가며.
우리는 결국 하나다. 당신과 나. 우리는 함께 고통받고 함께 존재하며 영원히 서로를 재창조할 것이다. (중략) 결국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는 당신과, 또 당신과, 그리고 또다시 당신과 함께 있었다. (중략) 신이시여! 이 얄궂은 장난꾸러기 신은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숨어 계셨다. 그분은 교회나 대리 석판 위가 아닌, 우리 안에, 우리 심장 바로 곁에 계셨다.
- p409. 호프스테틀러가 죽으면서.
우리는 모두 사람일까, 사람이 아닐까? 변종인가, 변종이 아닌가? 홀로 사는가? 신이 나의 곁에 계시는가? 이런 모든 질문이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추악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삶을 세계를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스스로 웃으며 즐겁게 행복하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통스러워 하며 변화시키는 것보다 웃으며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