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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 극사실주의 스타트업 흥망성쇠의 기록
최정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인 옐로모바일에 대한 자랑과 경영 업적을 써둔, 성공한 경영인 내지는 회사 임원의 자기자랑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 첫 장에 나오는 첫 가게 츄로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에도 내 머릿속에는 '그럼 그렇지. 또 성공한 CEO의 자기자랑 책이 나왔군.'이라는 생각이 한가득이었다. 이 생각이 산산조각 난 것은 역시나 책의 결말 부분인 'Part 4. 위기의 시작과 끝' 이었다.
옐로모바일의 자회사 옐로트레블의 시작을 함께하였고 어느 순간부터 대표를 맡게 된 최정우 저자가 옐로모바일에서 일하기 전의 업무는 '회계'였다. 대기업 회계파트에서 근무하던 저자는 '누군가'(사실 책에서는 대학 친구라는 표현을 썼지만)의 제안으로 옐로모바일의 자회사 옐로트레블에서 회계 담당으로 일하게 된다. CFO, 최고재무책임자라는 명칭인데 사실 한 기업의 재무업무를 담당하는 이사일테다. 근데 웃긴 것은 CFO로 참여한 첫 인수합병 미팅에서 옐로모바일의 대표는 그를 상대방 즉, 피인수 기업의 회계담당자라고 생각을 하면서 미팅에서 배제를 시켰으며 그 이후로도 내내 이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서 무시하였고 정확하게 몰랐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최정우 저자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책으로, 활자로 표현된 부분만을 알게 되었지만 그 감정에 공감을 많이 했다. 어디라고 굳이 밝히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나의 전 직장의 대표와 이사가 그런 식으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나의 전 직장의 대표와 이사는 직원(혹은 활동가)의 개인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다지 큰 규모를 갖춘 곳이 아니었는데 각각의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며, 하는 일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그 일을 무시했다. 게다가 나의 전 직장 대표와 이사, 그리고 옐로 모바일의 대표의 공통적인 사항은 현재 회사의 상황을 함께하는 사람에게 공유하려고 하지 않았고,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한다면 '그 사람은 특정 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라는 말로 사람을 무시하였다. 어떤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을 제시하면 그 대안에 대해 고민하거나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직을 하게 하거나 처절하게 짓밟으려고 하였다. 대화 능력도,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유하려는 일도, 어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자신의 말이 최고였고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최정우 저자는 전공인 그리고 오랫동안 일해왔던 회계를 가지고 최소한 회사 내의 자금 문제에 대해서 해결을 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대표를 설득해보려고도 해봤고,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무시당하다가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된다. 그는 옐로 모바일을 나오게 되었지만 나는 그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옳지 않은 대화 능력,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잘못된 행동/판단이 하나의 회사를 망하게 하고 주변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을 떨어져 나가게 하는지 보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때 보다 나은 사람이 되거라 생각하고 그가 대표가 되었을 때, 독단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옐로 모바일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잘 몰랐지만 그 회사의 손자회사로는 꽤나 유명한 기업이 많았다. 마켓 컬리라던가, 쿠차 아니면 피키캐스트 같은 곳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옐로 모바일과 관련된 기사 검색을 해보니 대표인 이상혁은 잠적하고, 모든 회사 자산에는 압류가 걸려있으며, 사무실은 폐쇄된 상태라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관련기사 : http://www.pitchone.co.kr/12443/) 최소한 입수합병을 하는 계약을 할 때, 실사 보고서에서 영업이익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회계 실력과 재무와 관련해서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옐로 모바일 이렇게 크게 성공하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속절없이 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전 직장은 현재 속절없이 망하고 있는 중인데 제발 대표 옆에서 누군가 제대로 된 말을 하고, 그 대표는 이제 말을 듣는 사람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 사람이 한 모든 행동이 의미 없는 일이 된다면, 그 옆에서 갖은 멸시를 받은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행동 또한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곳에서 상사나 대표가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으며, 나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좋은 곳이 아니다. 빨리 탈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