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선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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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돌아와 바로 찾은 도서관은 코로나로 휴관 중이라 문이 닫혀있는 상태였다. 내가 스페인에서 돌아오고 나서 그 일주일 뒤부터 시작된 인터넷을 통한 주간예약대출은 2주를 넘기지 못했다. 물론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이 책을 찾아보았을 때는 누군가 빌려간 상태라 도서관 문을 열려있어도 빌리지는 못했겠지만.

남성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전면으로 내세운 소설이지만 2004년에 맨부커상(1969년 영국의 부커사(Booker)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영어로 창작되어 영국에서 출간된 책 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맨부커상과, 영어로 번역된 영국 출간 작품에 상을 수여하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나뉨)을 받은 소설이다. 2004년에 이 책이 맨부커상을 받았을 당시 영미권의 많은 신문사에서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이 소설이 상을 받았다는 것이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던 모양이다. 영국에서는 공영방송인 BBC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던데 한국에서는 재작년 가을에야 출간이 되었다. 1년이 넘게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결국 중고서점에서 다른 책을 사면서 같이 샀다.

소설의 시작은 1983년이었다. 1983년의 영국에서는 선거가 있었고, 이 때 마거릿 대처가 수상이 되었다. '선거가 끝나고 두 달 뒤'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1983년 8월이 시작이었나보다. 영국의 옥스퍼드를 졸업한 닉이 친구의 집을 봐주는 것으로 시작한 이 책은 그의 연애와 그 가족과의 관계의 시작과 끝이 함께했다. 책을 읽으면서 부분적으로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올랐다. 나라는 다르지만 성소수자 남성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고 첫 경험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며, 여름이라는 배경 때문이었을까? 똑같이 더운 여름의 이야기였고 씁쓸했지만 다른 점도의 씁쓸함이었다. 아마 정치적 관점이 들어가있고 유색인종이나 다른 부분의 인권문제도 휩싸여 있어서 그랬나보다. 1987년 영국 총선 이후, 닉의 친구 아버지의 스캔들과 닉과 와니의 관계가 스캔들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면이 책은 끝난다. 와니가 그 때 당시, 성소수자만의 병이라고 오해받았던 에이즈/HIV 바이러스에 걸린 것도, 그 전에 책에 나온 캐릭터와 관련된 사람이 에이즈/HIV 바이러스에 걸려 죽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주제가 책에서 대화로 전개될 때, 사회가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와 에이즈/HIV 바이러스에 대한 편견이 여지없이 나온다. 물론 계층 자체가 귀족과 정치인이라 말을 매우 조심하는 편이지만 오히려 그 편이 편견을 더 많이 내비친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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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습 그대로 1930년대 영국의 개들 드로잉북
루시 도슨 지음 / 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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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1930년대에 살던 개를 드로잉 한 책을 출판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니까 이 책을 집어들어서 읽기는 했는데, 출판에 대해서는 진짜 공감은 할 수가 없다.

책에 그려진 강아지 드로잉은 귀여웠고 자유로워보였다. 주변의 배경은 거의 그려지지 않은 채 강아지 위주로 간단하게 연필 드로잉을 한 것 같았고, 강아지의 성격 등에 대한 짧은 글이 있었을 뿐이다. 이 책에 그려지 개는 거의 실내 생활이 많은 소형견 위주인데 반하여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은 대형견 위주로 드로잉이 되어있는 듯 했다.

저자는 그 시대 당시의 개 일러스트와 동판화 제작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실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기 전 잠깐 들린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개 그림을 보았다. 강아지는 아주 귀여웠지만 왜 이 책을 출판했는지는 진짜 잘 모르겠다. 단지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린 그림에서 드로잉 작가가 강아지에게 가진 애정이 들어나 보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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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를 쓰기에 앞서 한국 배급사 생각 없는 홍보팀은 영화 제목을 뭐 이딴 식으로 바꾼 거냐? 라라걸? 아니 차라리 원제 그대로 Ride Like a Girl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목보고 이게 뭐 라라랜드 같은 영화인 줄 아는 사람도 있을 건데 영화 제목을 좋은 Ride like a girl 내버려 두고 라라걸로 바꾼 거는 어떤 사람 머리에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코로나랑 상관없이 이 영화는 한국에서 어차피 영화관 흥행이 어려운 영화인데 제목을 라라걸로 바꾸면 조금이라도 한 명이라도 영화관 관객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건지 뭔지 어이가 없다. 참고로 나는 라라랜드 싫어한다.

Ride Like a Girl은 말을 타는 여성기수가 차별에 맞서서 내용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스포츠일수록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가 강한데, 그 차별과 편견을 극복한 영화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본다면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내가 굳이 영화 설명을 쓰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말을 타는 여성 기수가 아닌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이 세계 오토바이 대회에 나가려는 내용으로 생각했던 터라 Ride 하는 것이 오토바이가 아니라 말이라는 사실이 맨 처음부터 나왔을 때 약간 당황했다. 어렸을 때는 동물을 오락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커가면서 경마나 경견같이 동물을 오락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반발심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견이나 경마에서 사용되는 개와 말이 은퇴 뒤에 총으로 죽이거나 하는 행위가 빈번한 외국에서 만든 영화이기에 그 반발은 매우 컸다.

물론 말을 타는 기수가 말을 키우는 사람의 경우 말에 대한 존중과 함께 경기를 뛴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지만 경마를 사업으로 돈을 버는 사업가의 경우 동물이나 기수에 대한 존중보다는 돈으로서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 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멜버른 컵'에 대해 기초적인 상식을 알면 좋다. 멜버른 컵은 1861년 17마리 말이 170파운드 상금을 놓고 경주한 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가 되었다.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대회가 열리는데, 이때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경주마와 조련사, 기수 등이 한자리에 모여 시합을 한다고 한다. 경마 자체에 나가는 기수는 거의 남성이고 여성 기수가 설자리는 매우 좁고 적다지만 멜버른 컵에 여성 기수가 나가는 경우도 극히 드물었으며 2015년 영화의 주인공 미셸 페인이 1등을 하기 전까지는 여성이 1등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미셸 페인의 집안 자체가 말을 키우는 집안이었고 미셸을 포함한 10명의 남매가 말과 함께 자랐고 생활을 하였다. 미셸 페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수 생활을 하는데 차별을 받기는 했을 테지만 그녀의 언니 또한 뛰어난 여성 기수였으며 모든 집안사람이 말에 대한 일을 한다는 이유는 그녀가 더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큰언니는 낙마사고로 사망하기는 했지만 꽤나 실력이 뛰어난 여성기수였고, 남성 형제도 기수로 활동한 뒤 트레이너로 전향하였으니, 그녀에게 '내 위에도 탈 수 있냐?'라는 성추행적인 말을 하여도 실제로 미셸 페인을 성폭행한다면 그 사람은 손위 형제에게 맞아죽고 말 산업에서 영구 제명되었을 테니 그러지는 못했겠지.

나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아버지가 대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막내아들 스티브는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지적장애가 있었고, 막내딸 미셸은 여성이었다. 장애가 있다거나 여성&막내딸이라는 이유로 그 두 명을 다른 남매와 다르게 키우려고 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적장애가 있는 스티브를 기수로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말 조련사가 되도록 가르쳤고, 스티브가 다른 마장에 취업을 하였을 때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보내주었다. 미셸의 성별과 상관없이 훌륭한 기수가 되어 멜버른 컵에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의 몫이 크다. 재능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한 적은 있어도 절대 여성이라서 할 수 없다고 말 한 적은 없다.

미셸과 스티브가 훌륭한 기수와 조련사가 된 것은 이 세상에 편견과 차별이 없어서가 아니다. 편견과 차별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그딴 개념을 버리고 온전히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키운 그의 아버지와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재능 있는 사람을 채용한 대런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동물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영화 초반, 이 영화를 찍으면서 동물을 죽이지 않았다고 써 두었어도 경마 산업 자체가 동물권에 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족 내에서 차별과 편견이 없을 때, 장애와 지정 성별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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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기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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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여행다니고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뒤부터 스페인/중남미 문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을 읽기도 했다. 스페인을 여행 다니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스페인어 공부는 열심히 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페인/중남미 문학은 어째 그닥 재미있지 않았다.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은 예외적으로 재미있게 여러 권 읽은 편이지만.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린 것은 그저 스페인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나라는 사람이 노벨문학상 후보가 쓰는 글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의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펴서 읽는 첫 장부터 이 책은 나에게 참으로 재미가 없었고 공감이 되지 않았다. '사랑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구별될 필요가 있어요.'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구절절 쓰여져 나가는 사실주의 문체는 내가 선호하는 글의 방향은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책에서 묘사되는 마드리드의 카페나 그란 비아 거리의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었지만 이 책은 재미가 없었고 공감되지 않았다. 이 책은 빨리 접고 이 사람이 쓴 다른 소설인 '늑대의 영토'를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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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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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니 '현실 커플의 공감 백배'라고 하는 부분은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야구 선수이고, 경기 시즌일 때마다 집에 거의 들어오지 못하니 독박육아는 여성의 몫일수밖에 없었을거다. 여성은 육아를 하느라 그리고 이른바 '내조'라는 것을 하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포기했을거고.

남자 주인공 개빈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좋은 사람인 것과 좋은 남편/애인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빈은 아내 세아와 쌍둥이 딸을 사랑하지만 직업 특성상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짧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세아와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하였고, 세아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때문에 야구선수의 아내 모임에 나가기 싫어하는지 알지못했다. 개빈도 세아도 서로의 고민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브로맨스 북클럽은 개빈의 친구들이 개빈을 도와주는 이야기다. 개빈 스스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세아와 대화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세아도 동생 리브의 도움을 받았고, 개빈의 도움도 받았다. 세아가 개빈에게 자신의 불만과 힘든 점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 한 것은 바쁘고 집에 거의 없는 개빈의 탓도 있었지만 세아 스스로가 개빈에게 어느 정도의 벽을 쌓아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브로맨스 북클럽에서는 연애고수를 만들어준다고 떠벌리지만 클럽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 중 맥을 제외하고는 연애고수는 없는 것 같다. 맥처럼 느끼한 멘트를 다른 사람이 기분나쁘게 하지 않는 선에서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대다수의 지정성별 남성은 연애고수를 따라하면 본인도 연애고수가 될 수 있을거라 착각하는데, 연애고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연애고수는 Born to be 여야만한다. 이 책을 읽고 연애고수가 되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기분 나쁘지 않고 정확하게 하는 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아 극중극처럼 브로맨스 북클럽 안에 '백작부인 사로잡기'라는 책중책을 읽을 수 있다. 하나의 책을 사서 두 권을 책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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