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를 쓰기에 앞서 한국 배급사 생각 없는 홍보팀은 영화 제목을 뭐 이딴 식으로 바꾼 거냐? 라라걸? 아니 차라리 원제 그대로 Ride Like a Girl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목보고 이게 뭐 라라랜드 같은 영화인 줄 아는 사람도 있을 건데 영화 제목을 좋은 Ride like a girl 내버려 두고 라라걸로 바꾼 거는 어떤 사람 머리에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코로나랑 상관없이 이 영화는 한국에서 어차피 영화관 흥행이 어려운 영화인데 제목을 라라걸로 바꾸면 조금이라도 한 명이라도 영화관 관객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건지 뭔지 어이가 없다. 참고로 나는 라라랜드 싫어한다.

Ride Like a Girl은 말을 타는 여성기수가 차별에 맞서서 내용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스포츠일수록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가 강한데, 그 차별과 편견을 극복한 영화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본다면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내가 굳이 영화 설명을 쓰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말을 타는 여성 기수가 아닌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이 세계 오토바이 대회에 나가려는 내용으로 생각했던 터라 Ride 하는 것이 오토바이가 아니라 말이라는 사실이 맨 처음부터 나왔을 때 약간 당황했다. 어렸을 때는 동물을 오락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커가면서 경마나 경견같이 동물을 오락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반발심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견이나 경마에서 사용되는 개와 말이 은퇴 뒤에 총으로 죽이거나 하는 행위가 빈번한 외국에서 만든 영화이기에 그 반발은 매우 컸다.

물론 말을 타는 기수가 말을 키우는 사람의 경우 말에 대한 존중과 함께 경기를 뛴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지만 경마를 사업으로 돈을 버는 사업가의 경우 동물이나 기수에 대한 존중보다는 돈으로서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 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멜버른 컵'에 대해 기초적인 상식을 알면 좋다. 멜버른 컵은 1861년 17마리 말이 170파운드 상금을 놓고 경주한 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가 되었다.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대회가 열리는데, 이때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경주마와 조련사, 기수 등이 한자리에 모여 시합을 한다고 한다. 경마 자체에 나가는 기수는 거의 남성이고 여성 기수가 설자리는 매우 좁고 적다지만 멜버른 컵에 여성 기수가 나가는 경우도 극히 드물었으며 2015년 영화의 주인공 미셸 페인이 1등을 하기 전까지는 여성이 1등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미셸 페인의 집안 자체가 말을 키우는 집안이었고 미셸을 포함한 10명의 남매가 말과 함께 자랐고 생활을 하였다. 미셸 페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수 생활을 하는데 차별을 받기는 했을 테지만 그녀의 언니 또한 뛰어난 여성 기수였으며 모든 집안사람이 말에 대한 일을 한다는 이유는 그녀가 더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큰언니는 낙마사고로 사망하기는 했지만 꽤나 실력이 뛰어난 여성기수였고, 남성 형제도 기수로 활동한 뒤 트레이너로 전향하였으니, 그녀에게 '내 위에도 탈 수 있냐?'라는 성추행적인 말을 하여도 실제로 미셸 페인을 성폭행한다면 그 사람은 손위 형제에게 맞아죽고 말 산업에서 영구 제명되었을 테니 그러지는 못했겠지.

나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아버지가 대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막내아들 스티브는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지적장애가 있었고, 막내딸 미셸은 여성이었다. 장애가 있다거나 여성&막내딸이라는 이유로 그 두 명을 다른 남매와 다르게 키우려고 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적장애가 있는 스티브를 기수로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말 조련사가 되도록 가르쳤고, 스티브가 다른 마장에 취업을 하였을 때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보내주었다. 미셸의 성별과 상관없이 훌륭한 기수가 되어 멜버른 컵에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의 몫이 크다. 재능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한 적은 있어도 절대 여성이라서 할 수 없다고 말 한 적은 없다.

미셸과 스티브가 훌륭한 기수와 조련사가 된 것은 이 세상에 편견과 차별이 없어서가 아니다. 편견과 차별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그딴 개념을 버리고 온전히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키운 그의 아버지와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재능 있는 사람을 채용한 대런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동물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영화 초반, 이 영화를 찍으면서 동물을 죽이지 않았다고 써 두었어도 경마 산업 자체가 동물권에 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족 내에서 차별과 편견이 없을 때, 장애와 지정 성별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영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