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절이 찾아오면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언제나 계절에 대비하는 행성에 새 시대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 계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고, 누군가에 의해서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계절이었는데 그 때문에 언제 끝날지 그 끝에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생존해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부서진 대지의 첫 번째 이야기인 '다섯 번째 계절'에서는 계절이라는 개념이 그저 험난한 시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벨리스크의 문을 읽으니 계절은 곧 빙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째 계절이 한 여성의 일대기라면 오벨리스크의 문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문제는 이 인류라는 생명체가 각자도생이라는 선택을 하였다는 문제다. 각 향(마을)마다 음식을 비축해놓았다고 하여도 길게 이어질 겨울에 대비하고 있는 곳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몇 안되는 마을 또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서로를 위협하고 침범하였다.

이런 것과는 별개로 능력을 가진 오로진은 언제나 천대받는 존재이다. 어쩌면 이 계절을 끝낼 수 있는 종족은 오로진 뿐일진데 말이다. 많은 마을에서 오로진을 없애려고 하고 아버지는 능력있는 오로진 딸을 거부한다. 성소수자나 장애인 당사자에게 너는 의학으로 고쳐질 수 있으며 얼마든지 '정상범주'에 복귀할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부모의 모습 같았다. 소설의 설정에서 오로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어떤 교육을 하길래 자신의 딸에게 이딴 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10월 초에 마지막 권이 출간된다던데 빨리 나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섯 번째 계절은 N. K. 제미신이 쓴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제 1권이다. 2권은 오벨리스크의 문이고 3권은 석조 하늘인데 석조 하늘은 1~2달 이내에 출간이 될 예정 같고, 2권인 오벨리스크의 문은 작년 말에 번역 출간이 되었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 몇 가지 설정을 알고 갈 필요가 있다. 배경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기에 몇 가지 용어가 다르다. 지진을 흔들이라고 부르고, 화산을 불쾅이라고 부른다. 그 외 다른 명칭도 있는데 책을 읽기 전에 용어 정리 부분을 한 번 읽고가면 좋다.

다른 두 권은 아직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섯 번째 계절의 주인공은 1명이다. 각 나이대 별로 부르는 호칭이 달라서 헷갈릴 수 있는데, 한 여성의 이야기를 나잇대와 상관없이 내용을 섞어두었다. 이 부분을 알고 가면 책에 적응이 빨라질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사람은 자연재해를 두려워하면서도 '자신과 다른 존재'를 자연재해보다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자기애가 넘치면서 다른 사람과 동떨어진 사람이 되길 매우 두려워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상하다. 심지어 그렇게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고 의식적으로 얕잡아보는 '그 다른 존재'가 능력이 있다면 꼬리를 쉽게 내리는 것을 보면 매우 악랄하고 계산적이다. 책의 1부를 막 끝마쳤기에 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행복한 결말은 아니길 바란다.

소설 내용과는 별개로 주요 인물 중 하나가 LGBT라는 설정이 대다수의 북미권 소설에 최근들어 자주 보인다. 모든 소수자를 동등하게 만드려는 의식인지 아니면 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서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드 바이 바리스타 - 바리스타의 삶, 바리스타의 레시피
오승해 지음 / 미호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지 사람의 손을 거쳐야지 생산이 된다. 커피도 그렇다. 시중에 상당히 많이 나오는 카페 투어 책하고 비슷하지만 카페 투어에 인터뷰를 더한 그런 책이다. 메이드 바이 베이커라는 책이 나왔었고 메이드 바이 바리스타는 2탄으로 나온 책이라고 한다.

책에는 총 12개의 카페가 나오는데 인터뷰한 바리스타의 숫자는 17명이다. 부부나 동업자 2명이 하나의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바리스타는 커피를 좋아해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몇몇은 바리스타에서 시작해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단, 카페 펠트를 운영하는 두 명의 바리스타만이 커피가 전부가 아니라고 답을 했다. 나는 이런 대답도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어떤 일을 시작해도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인생이 힘들어지는 상황도 있는데, 오히여 일과 생활을 분리하여 이야기하고 그 때문에 함께 일을 하는 사람(직원)에게도 회사를 위해 인생을 갈아넣는 일을 시키지 않을 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페를 100년간 이어가기 위해
타구치 마모루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8년부터 도쿄에서 자영업으로 카페를 한 타구치 마모루와 후미코가 카페를 오랫동안 영업하고 나름 성공적으로 키운 경영노트와 철학이 담긴 책이다. 한국에서는 2012년에 출판되었다. 내가 요즘 도서관에서 무인대출기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으니 빌려온 책이다.

오랫동안 자영업을 하고 그 자영업을 기업으로 일구는 사람의 책을 읽다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주인이 쉬지 않고 일하며, 2. 주인이 먼저 직원에게 본을 보이며, 3. 손님/직원의 말을 귀담아 듣고, 4. 직원의 능력개발을 위해 투자를 하며, 5. 직원이 자의를 가지고 독립을 하려 할 때, 미련없이 사람을 놓아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 5가지 특징 외에도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해 감이 있을 사람이고 재무재표 같은 일에도 감각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을테지만 말이다.

타구치씨 부부(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하는 일본이기에 아내인 후미코님의 성씨는 알 수가 없다.)는 카페를 개업한 뒤에 리모델링 공사를 한 기간이 아니라면 정기휴무일을 제외하고는 카페의 문을 닫지 않았다. 물론 부부가 함께 카페의 미래를 위해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지만 쉬기 위한 여행이 아닌 카페 영업의 미래를 위한 여행이니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업종이 아니라도 다른 가게에 가서 고객 서비스를 유심히 보기도 한다. 이 부부는 Natural Born으로 서비스업이 천성에 맞는 사람인 것이다. 이 성격은 비슷한 유형의 스태프를 알아보고 채용할 뿐만 아니라 스태프가 고객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고 그것을 제공해준다. 사실 사장 입장에서 무조건 고객에게 서비스를 잘 하라고만 요청하고 좋은 서비스를 위해 직원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 부부는 그것까지 미리 신경써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구나 핸드드립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 있도록 핸드드립 바를 키가 작은 사람도 편하게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핸드드립을 내리는 바의 높이는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의 키가 문제라며 무조건 키가 큰 사람만 채용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키가 크든 작든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준 것이다. 단순히 스태프에게 투자를 해주고 카페가 안정되고 난 다음에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직원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직원탓을 하던데 능력이 있는 사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배려가 넘친다.

이 책의 제일 큰 장점은 쉬운 언어로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것과 제일 끝에 사업계획서를 첨부해주었다는 것이다. 카페 경영이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자영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일을 구체적으로 계산해보고 실제로 어떤 일이 필요한지 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든 목동이든 아무렴 어때
정현미 지음 / 효형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파리나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스페인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반강제로 프랑스 파리에 2주가량 머물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파리>인천공항으로 잡았기에 무조건 나는 파리로 가야만 했다. 파리에서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튼 파리로 갔다.

책을 읽으면서 파리에서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교통관련 파업 때문에 파리에 거주하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하루 2~3시간씩 걸어 다녔다는 내용이 나왔을 때는 나 스스로 차비를 아끼기 위해 자발적으로 숙소까지 걸으며 보았던 주변 환경이 생각났고, 파리에서 동양인만 보면 무조건 '니하오'라고 말을 거는 사람이 있어 기분이 나빴다는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스페인에서 가끔가다 들었던 '니하오'가 생각이 났다. 유럽인 중에 일정 비율은 동양인/동아시아인=중국인이라는 개념이 있거나 동아시아 사람은 무조건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무개념이 있나 보다.

누군가 나에게 파리에 또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하기 전 망설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파리는 내가 지냈던 스페인 발렌시아보다 물가도 비쌌고 더 추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사리 절대 가기 싫다.'라고 말은 못 하겠다. 파리의 작은 동네 바에서 마셨던 커피와 2주 동안 3번 이상 방문한 비건 카페의 직원과의 만남은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으니까. 아니 사실 나는 파리보다는 파리에서 멀리멀리 떨어진 프랑스 시골 어딘가쯤에 한 번 가보고 싶다.

파리에 오래 거주하지 않은 나였지만 아주 짧은 찰나의 기억을 떠오르게 해준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