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든 목동이든 아무렴 어때
정현미 지음 / 효형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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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파리나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스페인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반강제로 프랑스 파리에 2주가량 머물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파리>인천공항으로 잡았기에 무조건 나는 파리로 가야만 했다. 파리에서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튼 파리로 갔다.

책을 읽으면서 파리에서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교통관련 파업 때문에 파리에 거주하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하루 2~3시간씩 걸어 다녔다는 내용이 나왔을 때는 나 스스로 차비를 아끼기 위해 자발적으로 숙소까지 걸으며 보았던 주변 환경이 생각났고, 파리에서 동양인만 보면 무조건 '니하오'라고 말을 거는 사람이 있어 기분이 나빴다는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스페인에서 가끔가다 들었던 '니하오'가 생각이 났다. 유럽인 중에 일정 비율은 동양인/동아시아인=중국인이라는 개념이 있거나 동아시아 사람은 무조건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무개념이 있나 보다.

누군가 나에게 파리에 또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하기 전 망설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파리는 내가 지냈던 스페인 발렌시아보다 물가도 비쌌고 더 추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사리 절대 가기 싫다.'라고 말은 못 하겠다. 파리의 작은 동네 바에서 마셨던 커피와 2주 동안 3번 이상 방문한 비건 카페의 직원과의 만남은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으니까. 아니 사실 나는 파리보다는 파리에서 멀리멀리 떨어진 프랑스 시골 어딘가쯤에 한 번 가보고 싶다.

파리에 오래 거주하지 않은 나였지만 아주 짧은 찰나의 기억을 떠오르게 해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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