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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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의 내용을 먼저 알게 된 것은 하땅세의 연극을 통해서였다. 몇 년 전인가 극당 하땅세에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중 제일 첫번째 이야기를 가지고 연극 초연을 올렸고, 매년은 아니지만 나름 정기적으로 해당 공연을 올리고 있다. 나는 해당 공연을 초연 이후로 재연을 할 때마다 매번까지는 아니지만 최대한 챙겨 보려고 노력 중인 1人이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배경은 세계 2차대전이 끝나기 직전,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헝가리의 한 마을이다. 시작은 한 여성이 아직 학교를 갈 나이가 되지 않은 어린 쌍둥이 아들을 전쟁을 이유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맞기고 떠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1부, 2부, 3부는 서로 연결되어있지만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존재하는 세 가지 거짓말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전체적인 이야기 자체가 부정되어야만 하는지 알 수 없게 끝나버린다. 그 이유는 3부 때문이다. 1부와 2부의 문체는 실제로 아주 달라져 버리지만 하나의 연계성, 일관성이 존재한다면 3부는 일관성이나 개연성이 없어보이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전쟁으로 인하여 어떤 일을 기록해 둔 자료가 없어져 버린 것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과거의 슬픈 기억을 자체적으로 삭제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전쟁이 끝난 후 세계는 이념으로 갈라져 버렸으며 잘못하다가는 이념으로 인하여 죽을 수도 있는 마당에 '진실이 뭣이 중한가?'라는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다. 사실과 진실을 명확하게 알더라도 살기 위해서 부정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빠져들어 읽었고 어렵지 않았으나 혼란스러웠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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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한사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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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문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사람 작가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책 제목은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딱 7개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상을 수여한 곳은 토지문화재단인데 설립자가 소설 토지로 유명한 소설가 박경리이다.


토지문화재단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단편집 제일 처음에 실렸던 '안락사회'이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개의 시점에서 쓴 단편소설이었다. 한국의 유기견 보호소에 가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곳의 광경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참한지 알지 못한다. TV나 인터넷 자료화면으로 보여지는 유럽, 특히 독일의 유기견 보호 센터라면 나름 넓은 공간의 사육장이 갖춰져 있으며, 사육장 내 보호되고 있는 동물의 숫자는 1마리 많아야 2마리 정도인데 비하여 한국의 유기견 보호소는 난민촌 그 이하이다. 국가에서 위탁운영하는 시설이라면 2주 이내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되며, 그 2주간의 기간 내에서도 안락한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그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자동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 사고를 당하지 않으며 안전한 물과 사료를 배급받을 뿐이지 육각 케이지 안에 24시간 동안 갇혀있기 일수이다. 안락사가 없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라도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다. 봉사자가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개체수 때문에 사료비나 병원비 고민을 떠안고 사는 곳이 대부분이다. 봉사자가 정기적으로 가는 곳이라면 최소한 중성화를 시키려는 노력을 하거나 아픈 개체를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고치기라도 할텐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곳이라면 중성화나 병원치료조차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먹을 사료부터 고민을 해야한다. 안락사회에서는 유기견 보호소의 끔찍한 실상을 적지는 않았다. 그저 한 마리의 개가 안전했던 가정에서 버려지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는 모습을 개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적어냈을 뿐이다. 글은 담담하지만 상황은 전혀 담담할 수가 없었다.


총 7개의 단편소설에서 기억에 남는 글은 '아름다운 나의 도시'였다. 주인공의 입장에 전혀 감정이입이 안 되서 였는지, 목표만 있을 뿐 목적도 계획도 없었던 그 사람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을 뿐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부자가 되고싶다는 열망과 본인이 나름 몸짱이며 나쁘지 않은 얼굴을 가졌다는 자부심이 그를 망하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최소한 겉멋이 좀 덜 들었거나 계획적으로 머리를 썼다면 망하지는 않았을텐데, 책의 결말대로 끝나는 인생이라면 그의 '돈 버는 재능'이 많이 아깝게 느껴졌다.

두 번째 단편소설의 제목인 코쿤룸은 누에고치라는 뜻이라던데 러시아어 кокон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그 전부터 SNS만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전인류가 모두 디지털누에고치가 되어 방 안에만 틀어박힌 채 나비도 나방도 되고싶어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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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후작 (리커버 에디션) 에놀라 홈즈 시리즈 1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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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 영화 에놀라 홈즈가 개봉을 했다. 내가 영화 개봉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미 해당 영화가 거의 들어갈 즈음이었고 코로나 때문에 영화산업 전체가 얼어붙어있던 시점이었던 것도 있지만 뭔가 영화관에 돈을 내면서까지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다. 누가 나한테 공짜 티켓을 주고 보라고 하지 않는 이상... 그래도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찾아봤더니 영화의 영향 때문인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거의 맨날 대여 중이다가 최근에 빌려서 읽게 되었다.

19세기가 배경인 소설이고, 16세 정도 된 청소년기 여성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여성 참정권(서프레저트)라든가 그 외 여성인권에 대한 내용이 조금씩 나온다. 아마 영국에서는 이 영역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5~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사이의 여성이 읽으면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있는 소지가 많을 것 같았다. 자신들보다 서너살 위의 영국 여성의 모험담이면서 추리소설이니까.

몇몇 부분에서 맘에 안 들었던 부분을 써보자면 일단 셜록 홈즈의 동생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딱히 에놀라 홈즈가 추리실력을 뽐내는 부분이 없었다는 것과 셜록 홈즈와 마이크로 홈즈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셜록 홈즈의 동생이 추리를 하여 나름 멋진 추리 소설로 만들었다면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매력이 없었다. 그냥 부모님을 잃은 16세 여성이 혼자서 잘 살아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으니까. 오빠라고 2명 있는 것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고. 에놀라 홈즈와 2명의 오빠는 실상 10년 넘도록 못 보고 살았고 딱히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어보였는데, 셜록 홈즈와 마이크로 홈즈가 원작에서도 사이가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집안이었나보군.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6권까지 출간이 되었고 사실 1권을 빌리면서 '시간이 된다면 시리즈를 전체 다 읽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권이 나에게는 별 재미가 없았다. 시간이 된대도 딱히 시리즈물 전체를 읽고싶어지지는 않았고 아마 설연휴나 추석연휴처럼 며칠씩 강제로 쉬어야만 하는 기간에 읽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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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스타벅스로 가는가? - 작은 카페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든 스타벅스식 경영법
하워드 베하 지음, 김지혜 옮김 / 유엑스리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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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서 성공한 기업을 뽑으라면 언제나 스타벅스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시애틀에서 태어난 스타벅스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대기업이 되었고, 북한 같은 나라가 아닌 이상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기업이 되었다. 스타벅스와 관련된 책도 많고, 스타벅스의 영업이나 마케팅 방식을 분석한 책도 상당히 많은데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로 가는가?'는 스타벅스 경영진이었던 하워드 베하가 쓴 책이다. 하워드 베하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하워드 슐츠와 함께 스타벅스 경영진이기도 했고, 하워드 슐츠와 함께 스타벅스의 H2O라고 불리며 기업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경영진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현장의 이미지는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하워드 베하의 경우 기업 경영진이 제대로 목표설정을 하고 안내를 한다면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스타벅스 멤버 역시 그 뜻을 이해하고 잘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 쓰여있는 '한국 스타벅스' 알바 후기를 보자면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하지만 윗사람이 알지 못하는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일하는게 힘들고, 내가 힘든만큼 돈을 적게 받는 것 같은 느낌은 어느 직장에나 다 있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하워드 베하의 경우 상위직급에서 일만 해봐서 직접 사람과 만나 소통해야하는 바리스타의 업무를 모르고 글을 쓴 것도 있다고 생각이 된다. 스타벅스의 성공 철학이나 기업문화를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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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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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지 거의 1년이나 지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다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의 경우 내가 책을 읽기 전에 감정의 준비를 먼저 해야만 했다. 책을 사서 읽든 빌려서 읽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성(姓)'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한국에서 장애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지 10년, 아니 그 이상되었다. 장애인 남성의 성욕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핑크 팰리스'가 2005년에 개봉되었으니 몇 년 뒤면 20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장애인의 성에 관한 담론은 그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후퇴한 느낌마저 든다. 2005년 이후 한 2~3년동안 일본의 사례인 '손천사'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잠잠해진지 오래이다. 아주 가끔 영화나 다큐멘터리 영상에 결혼을 하는 장애인, 연애를 하는 장애인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다. 장애인이자 퀴어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타이완이 배경인 이 책은 타이완에 살고있는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더 중요했고, 어떤 사람에게는 'sex'가 더 중요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임에도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타이완이라 그런지 성소수자이면서 장애인 당사자인 사람의 이야기도 짤막하게나마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한국하고 매우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나라와 언어 자체가 다르니 미묘하게 다른 부분도 눈에 띄었다. 케바케라고 사람마다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미묘하게 다른 부분도 '케바케'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꽤 많은 고민 끝에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쓸 수는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어떤 개인의 정보를 흘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와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의 고민이라도 하길 바란다. 사랑, 성(姓), sex에 대한 이야기는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뭔가 계속 이야기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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