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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 사계절 / 2020년 1월
평점 :
출간된지 거의 1년이나 지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다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의 경우 내가 책을 읽기 전에 감정의 준비를 먼저 해야만 했다. 책을 사서 읽든 빌려서 읽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성(姓)'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한국에서 장애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지 10년, 아니 그 이상되었다. 장애인 남성의 성욕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핑크 팰리스'가 2005년에 개봉되었으니 몇 년 뒤면 20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장애인의 성에 관한 담론은 그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후퇴한 느낌마저 든다. 2005년 이후 한 2~3년동안 일본의 사례인 '손천사'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잠잠해진지 오래이다. 아주 가끔 영화나 다큐멘터리 영상에 결혼을 하는 장애인, 연애를 하는 장애인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다. 장애인이자 퀴어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타이완이 배경인 이 책은 타이완에 살고있는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더 중요했고, 어떤 사람에게는 'sex'가 더 중요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임에도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타이완이라 그런지 성소수자이면서 장애인 당사자인 사람의 이야기도 짤막하게나마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한국하고 매우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나라와 언어 자체가 다르니 미묘하게 다른 부분도 눈에 띄었다. 케바케라고 사람마다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미묘하게 다른 부분도 '케바케'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꽤 많은 고민 끝에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쓸 수는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어떤 개인의 정보를 흘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와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의 고민이라도 하길 바란다. 사랑, 성(姓), sex에 대한 이야기는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뭔가 계속 이야기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